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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살아가는 남성이 아닌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편집자말]
네팔 미티니 2호점 오픈 때 다와씨와 오픈에 도움을 준 사람들과 함께.
 네팔 미티니 2호점 오픈 때 다와씨와 오픈에 도움을 준 사람들과 함께.
ⓒ (주)오요리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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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이지혜 대표가 운영하는 오요리아시아의 떼레노 레스토랑은 사회적기업 최초로 미슐랭가이드 서울에 등재됐다. 2017년에는 오요리아시아에서 훈련받은 네팔 여성 다와 세르파가 최초로 창업에 성공, 카트만두에 카페 미티니 2호점을 오픈하기도 했다.

오요리아시아의 이지혜 대표를 설명하는 데는 유달리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는다. 오요리아시아는 네팔에 카페 미티니를 운영하며 현지 빈곤 여성을 위한 일자리를 만든다. 서울 북촌에 위치한 떼레노 역시 어려운 환경에 있는 청년들을 교육하고 고용한다. 떼레노는 고용을 통해 사회적인 목표를 이루면서, 수익도 내는 사회적기업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사회적 의미와 경제적 이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이지혜 대표가 궁금했다. 아래는 이지헤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고급 식당' 추구하는 사회적기업의 레스토랑
 
사회적 기업 오요리아시아가 운영하는 스패니시 레스토랑 '떼레노'
 사회적 기업 오요리아시아가 운영하는 스패니시 레스토랑 "떼레노"
ⓒ (주)오요리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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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떼레노는 고급 식당이다. 사회적 기업이 운영하는 고급 레스토랑은 드물 것 같다.
"가난한 사람들은 왜 늘 가난하게 보여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주 여성들이 일하는 사회적 기업이라고 하면 다들 후줄근한 식당을 생각하지 않나. 소외계층 대상사업이면 '떡볶이 무료 나눔' 같은 걸 떠올린다. 우리는 그렇지 않다. 떼레노는 고급 레스토랑이다. 사회적 기업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이라고 맛 없으라는 법 있나. 떼레노는 미슐랭 가이드 서울 2018 더 플레이트에 선정되기도 했다. 성과로 승부한다."

- 사회적 기업인데 왜 이렇게 비싸, 이런 말 하는 사람은 없나?
"사회적 기업의 형태는 굉장히 다양하다. 어떤 사회적 기업은 제품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고 어떤 곳은 고용 형식에서 그 정체성을 띨 수도 있다. 우리는 고용을 통해 사람을 키우는 사회적 기업이다. 오요리아시아는 시설에 있던 청소년이나 이주여성을 고용해 교육하고 훈련시킨다."
 
스패니시 레스토랑 '떼레노'의 음식.
 스패니시 레스토랑 "떼레노"의 음식.
ⓒ (주)오요리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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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요리아시아는 시설 청소년이나 이주여성을 교육하고 훈련시킨다.
 오요리아시아는 시설 청소년이나 이주여성을 교육하고 훈련시킨다.
ⓒ (주)오요리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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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리 경험이 없는 사람이 주방에서 일하면 힘들어 할 것 같다.
"당연히 그렇다. 우리는 이들을 아주 프로페셔널한 쉐프와 함께 일하게 한다. 프로페셔널한 사람들이 진짜 프로페셔널해야 소외 계층 사람들과 일할 수 있다. 파인 다이닝(고급 식당)에서 일한, 자격 있는 쉐프여야만 초보자를 이해하고 가르칠 수 있다. 그러니 쉐프에게 월급도 많이 줘야 한다. 사회적 기업이라고 쉐프를 사회복지사 수준으로 대하면, 그 순간부터 발전은 없다. 사회적 기업이라고 대강하면 안 된다. 업에서 승부를 볼 생각을 해야 한다. 사회적 기업이라고, 취약계층이라고 언제까지 수혜자 입장에 머무를 순 없다."

- 사회적 기업이라고 하면 막 도와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떼레노는 그런 방식은 아닌 것 같다?
"도와주긴 해야지. (기자를 향해) 자주 와서 좀 먹어라(웃음). 우리는 기부금도, 정부지원금도 환영하지 않는다. 수혜를 받으면 갑을 관계가 생기기 때문이다. 대신 우린 '투자'를 받는다. 사업을 잘 해서 투자자에 이익을 돌려주는 거다. 나는 NGO 대표가 아니라 기업가다. 나는 내가 키운 사람들이 좋은 노동자가 되길 원한다."

돈 못버는 사회적 기업은 "노노"
 
▲ 석항트레인스테이 운영하는 이지혜 오요리아시아 대표 “주민 자립이 먼저” 이지혜 오요리아시아 대표가 강원도 영월군 석항트레인스테이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지역 주민들의 자립에 집중해 온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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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는 돈을 많이 벌 것 같다.
"돈은 나 말고 회사가 많이 번다. 나는 많이 써서 문제다. 내가 사회적 기업 쪽에서 '빚의 여왕'으로 알려져 있다. 일 벌이기로 유명하다. (아직도 빚이 많은가?) 이제는 많이 갚았다. 몇억대로 내려왔다. (사회적 기업도 돈을 많이 벌 수 있나?) 많이 버는 회사 많다. 사회적 기업이라고 돈을 못 벌지는 않는다."

- 사회적 기업에서 사회적 빼고 기업가만 할 생각 없나?
"이제야 돈의 흐름이 보인다. 다만 그런 사업을 하지 않을 뿐이다. 사업해서 돈 벌려면 피고용인을 착취해야 한다. 견습생에게 70만원 월급 주면서 일 시키게 된다. 나는 그렇게 착취하면서 사업하기 싫다.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목적을 위해 기업활동을 하는 거다. 일반회사와 설립목적이 다르다. 이익을 남길 수 있지만 그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거다. 그런 회사가 어떻게 노동자를 착취하겠나."

- 떼레노는 최저임금 챙겨주나?
"당연히 준다. 우리 직원들 평균 월급은 중소기업 평균 월급 수준은 된다. 최저임금 올랐을 때 우린 직격탄 맞았다. 그 정도 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닌데 줘야 하니까 커버가 안 됐다. 그동안 쌓아놓은 것도 없어서 어려웠다."

-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나?
"그렇다. 3D 업종은 사람으로 움직이는 거라 최저임금을 못 주면 망한다. 대기업은 어차피 최저임금 수준이 아니다. 더 작게 사업하는 사람들만 피해를 봤다."

"사회적기업이지만 공짜 돈은 받지 않겠다."
"사회적기업이지만 고급 레스토랑을 운영한다."
"사회적기업이지만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한다."

이지혜 대표의 말은 사회적기업에 대한 편견을 깨뜨렸다. '좋은' 일 하는 곳은 으레 '도와줘야' 하고, '취약계층'이 운영하는 식당은 당연히 '비싸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걸까?

"여성들도 정치를 배워야 한다"
 
사회적 기업 오요리아시아가 운영하는 스패니시 레스토랑 '떼레노'의 스태프들.
 사회적 기업 오요리아시아가 운영하는 스패니시 레스토랑 "떼레노"의 스태프들.
ⓒ (주)오요리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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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기업 1세대로 알고 있다. 처음엔 힘들지 않았나.
"힘들었다. 한 가지 기억나는 게, 사업 시작하고 나서 한 남자 선배가 자리를 만들어줬다. 삼겹살집으로 친구들 불러서 나를 소개시켜 줬다. '야, 이지혜가 이런 사업을 한 대. 너네 잘 도와줘라. 박수!' 이런 식이었다. (옛날이라서 그랬던 거 아닐까?) 아직도 그렇다. 그게 남자들 방식이다. 여자랑 남자랑 아직도 다르다. 여자들은 그렇게 일 안한다. (어떻게?) 도와주자며 으쌰으샤 뭉치는 것 말이다. 남자들에게는 그게 너무 당연한 일이다. 삼겹살집에서 명함 나누고 다음날 전화해서 '선배님, 저 이런 사업하는데 도와주세요' 한다."

- 여성이 사회적 기업을 한다는 건?
"여성들이 일을 잘한다. 여자 사장도 주변에 많아졌다. 안타까운 건 여자들이 남자 정치를 잘 모른다는 거다. 그거 알아야 한다. 정치를 알아야 기회도 온다. 안타까운건 여자들(여성)들이 남성중심적인 기존 틀이나 문화 경험이 없어서 그들의 문화를 잘 모른다는 거다. 모든 것을 알아야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기존 관념이나 정치적인 역학관계를 알아야 기회도 온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대외적인 행사 같은 데 사람 추천해 달라고 하면 주로 삼십대 여자들을 보낸다. 유명해지라고 보내는 거 아니다. 가서 배우라고 보내는 거다."

- 그런 자리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사실 그런 자리에 가면 헛소리 하는 사람들 많다. 여자들은 헛소리 하는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실력없는 사람들이 대접받는 조직이 이상하다며 떠나버린다. 근데 결국 아웃되는 건 누구인가? 바로 그 사람이다. 헛소리 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런 헛소리를 들으면서도 계속 모임에 나가야 한다. 사업은 이성으로만 되는 게 아니다. 실력도 있어야 하지만 관계의 힘도 필요하다." 

- 성공하려면 정치를 잘해야 한다?
"여자는 실력도 더 좋아야 한다. 그건 기본이다. (관계의) 정치가 싫더라도 어떻게 굴러가는지는 알고 있어야 한다. 여자들은 일은 잘하는데 그런 관계의 정치는 잘 못한다. 그러니까 회사에서 여자가 성과 올리면 남자가 그걸 가져가는 거 아닐까."

- 다음 계획은?
"사람과 사업에 투자하는 게 정말 재밌다. 사람 하나 키우는 게 끝내주게 좋은 일이라는 걸 경험했다. 네팔에서 카페 미티니를 열었을 때 다와라는 사람이 바리스타 훈련을 받았었다. 다와는 지금도 네팔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네팔 사람들에게 바리스타 교육을 시키고 있다. 작년엔 다와가 무려 44명을 훈련시켰다. 한 명당 30시간씩 훈련해야 한다는 걸 생각하면 정말 많이 시킨 거다. 그럴 때면 정말 뿌듯하다. 가난했던 사람이 사업을 하면서 변해가는 걸 보는 건 정말 의미있다. 나중엔 아시아 여성 그룹 같은 걸 만들어보고 싶다."
    
오요리아시아 인 로컬
 
오요리아시아가 주관하는 청년올레식당.
 오요리아시아가 주관하는 청년올레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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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요리아시아는 서울에 근거지를 두고 있지만, 지역에서 사업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지역의 취약계층이나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업을 하며 자립을 돕고 있다. 오요리아시아가 현재 진행 중인 대표적 지역사업은 아래와 같다.

<제주도의 '내 식당 창업 프로젝트'>
제주를 기반으로 외식업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 창업자들이 창업에 필요한 기술과 운영 노하우는 물론 팝업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외식업 창업 인큐베이팅 프로젝트. 박찬일 쉐프가 책임 멘토로 직접 지도하며 현재 5기가 진행중이다. LH 한국토지주택공사가 후원하며 오요리아시아가 주관한다. 문의: 070-4264-9520

<네팔의 '카페 미티니'>
서아시아 최빈국 중 하나인 네팔에서 현지 취약계층 여성과 청년들에게 바리스타 직업 훈련을 실시해 양질의 일자를 가질 수 있게 한다. 오요리아시아가 네팔 현지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위탁 운영하고 있다.

<영월군의 '석항트레인스테이'>
강원도 영월군의 석항트레인스테이는 폐기차를 리모델링한 기차 게스트하우스로 2018년부터 오요리아시아가 운영하고 있다. 가족실과 도미토리, 카페, 식당도 함께 운영한다. 문의: 033-378-0900
 

태그:#떼레노, #오요리아시아, #이지혜, #미슐랭, #사회적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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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밥 벌어 먹고 사는 프리랜서 작가 딴짓매거진 발행인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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