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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한 사람들이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이로 인해 우리 경제가 연쇄적으로 무너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왔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2019년 9월)'을 보면 지난 7월말 기준 주가연계증권(ELS)·DLS 발행잔액은 117조4000억 원이다. 2008년 말(26조9000억 원)에 비해 90조5000억 원 증가한 것이다.

이 가운데 ELS 발행잔액은 76조원으로 전체의 64.7%, DLS는 41조4000억 원으로 35.3% 수준이었다. ELS의 경우 주가지수형이 65조8000억 원(86.6%)으로 대부분이었다. ELS는 특정 주권의 가격이나 주가지수의 수치에 연계한 증권을 말하는데, 이 중 실제 발행된 증권은 주가지수형이 많았다는 얘기다.

DLS는 금리형이 20조4000억 원(49.3%), 신용형이 5조9000억 원(14.2%)으로 집계됐다. 주가뿐 아니라 이자율, 통화, 실물자산 등을 기초자산으로 정해진 조건을 충족하면 약정한 수익률을 지급하는 상품인 DLS의 경우 금리형이 가장 많이 발행됐다.

파생결합증권을 발행한 증권사가 원리금 상환에 대비해 운용하고 있는 헷지자산의 규모는 지난 7월말 기준 127조1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채권은 81조4000억 원(64%), 예금·현금은 20조원(15.8%)이었다. 채권 중에서는 국공채가 24조2000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회사채(19조7000억 원), 금융채 (14조7000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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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환매 쏠리면 채권시장 위험할 수 있지만...

한은은 "주요국 금리 하락 등으로 파생결합증권 투자자의 손실 발생 우려가 있다"면서도 "파생결합증권은 통상 레버리지를 수반하지 않는 상품이므로 시스템 위험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대규모 중도환매가 발생하거나 기초자산 변동성이 급격하게 확대될 경우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대규모 중도환매가 발생할 경우 증권사는 회사채 등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낮은 채권 매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채권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한은은 투자자들이 중도환매에 나설 유인은 크지 않다고 봤다. 증권에 연계된 금리가 떨어져 손실구간에 진입하더라도 만기까지 기다릴 경우 손실을 피하거나 줄일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중도환매를 진행하면 약 5~10%의 수수료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 앞서 DLS 손실이 불거진 7~8월 중 월평균 중도환매 규모는 2159억 원으로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의 수준과 비슷했다는 것이 한은 쪽 설명이다. 한은은 "중도환매 추이, 기초자산 가격변동성 등을 고려할 때 아직까지 파생결합증권 관련 잠재위험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으나 시장 불확실성에 유의해 모니터링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은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신현열 한은 안정총괄팀장은 "과거 H지수 등이 하락해 투자자 손실이 커질 우려가 있었는데, 대규모 중도환매는 나타나지 않았다"며 "이번에는 현실적으로 다가온 위험보다는 잠재위험 측면에서 분석했는데, 최근 중도환매가 갑자기 늘어나는 추이는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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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안정 주의단계? "안정성, 복원력 강건"

또 이번 발표에서는 영업이익으로 대출 등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한계기업이 앞으로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한계기업은 3년 연속으로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을 말하는데, 이는 지난해 기준 외감기업 가운데 14.2%(3236곳)로 전년보다 0.5%포인트 늘었다.

이자보상배율이 2년 연속 1미만이어서 앞으로 한계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의 비중도 2017년 19%에서 2018년 20.4%로 상승했다. 이 중 실제 한계기업으로 전이된 비율은 같은 기간 53.8%에서 63.1%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계기업에 대한 대출규모도 늘었다. 금융기관의 한계기업 여신규모는 지난해 말 107조9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7조8000억 원 증가했다. 업종별로 한계기업 여신비중은 운수업의 경우 전년보다 10.7%포인트, 해운업은 5.7%포인트, 숙박음식업은 2.3%포인트 상승했다.

한은은 "한계기업은 채무상환능력이 취약해 경영여건이 더 악화될 경우 부실위험이 크게 증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금융기관은 최근 글로벌 교역여건 악화 등으로 한계기업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들 기업에 대한 신용위험관리 노력을 강화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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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한은은 올해 8월 들어 금융안정지수가 8.3으로 주의단계의 하한을 소폭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는 우리 경제의 전반적인 금융안정 상황을 나타내는 지표인데, 8이상 22미만은 주의단계, 22이상부터는 위기단계로 분류된다. 금융안정지수가 주의단계에 들어선 것은 지난 2016년 2월(11) 이후 처음이다.

신호순 한은 부총재보는 "이는 예측을 위한 지표라기보다는 현재 금융안정상황을 설명하는 지표"라며 "주의단계를 조금 상회한 것에 대해선 한은도 경각심을 갖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복원력은 강건하다"고 설명했다.

태그:#한국은행, #금융안정, #한계기업, #D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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