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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사능 피폭 피해자의 아버지 이희철씨.
 방사능 피폭 피해자의 아버지 이희철씨.
ⓒ 신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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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게 방사선 피폭 피해를 입은 제 아들을 도와주세요." 

충남 서산에 거주하는 이희철씨의 아들 이아무개씨(23)는 경기도 소재 전문대학 기계학과 2학년이었다. 졸업 직전 학기에 필수적으로 받아야 하는 장기실습을 위해 지난 7월 15일부터 반월시화공단의 서울반도체 용역업체에 '장기현장실습생' 신분으로 출근을 시작했다(관련기사:  "피폭 후 손가락 붓고 변색... 사고 원인 재조사해야").

그러던 지난 8월 16일 이씨는 안전장치가 임의로 해제된 반도체 결함검사용 X선 발생장치에 손을 넣고 작업을 하다가 피폭을 당했다. 당시 작업하던 7명 중 이씨를 포함 2명에게 손가락이 검게 변색되고 피부가 벗겨지고 손톱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피폭사고 관할 부처인 원자력안전위원회(아래 원안위)는 이씨 등 작업자에 대해 "혈액 검사나 염색체 이상 검사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손이 검게 변할 정도면 허용기준을 넘는 피폭이 있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서울반도체 측은 "추가 정밀조사를 받은 협력사 직원 2명 모두 정상으로 나타났다"고 밝히는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여기에는 피폭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원안위는 오는 10월경 이씨를 비롯한 작업자의 피폭 정도를 확정할 예정이다.

원안위와 서울반도체는 작업자들이 임의로 안전장치를 해제해 사고가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피폭 피해자들은 지시에 따른 해체였으며 안전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현재 이씨는 건강 등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반도체 노동자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백혈병 등 다른 질병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피폭 자체로는 별 다른 치료법이 없어 이씨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에 시달리고 있다.

아버지 이희철씨는 지난 18일 반월시화공단에 있었던 '서울반도체의 방사선 피폭사고 은폐 규탄 및 피해 진상규명, 대책 요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기도 했다. 21일 아버지 이씨를 만났다. 
 
 지난 18일 아버지 이희철씨는 서울반도체 정문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지난 18일 아버지 이희철씨는 서울반도체 정문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 이희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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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어떤 심정인가? 
"장기 현장실습을 나간 아들이 손가락은 검은색으로 변하고 껍질이 벗겨지고 손톱이 빠진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너무 고통스럽다는 말을 회사 측에 했지만 "10년 일한 사람도 멀쩡하다"며 "담배 피워서 그렇다"는 말로 묵살했다더라. 

그 일이 있은 후 아이는 평생 피폭으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과 장애를 겪으며 살아가야 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지금은 사소한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정신적 스트레스에다 우울증, 대인기피증까지 호소하고 있다. 이같은 모습을 지켜보는 게 아빠로서 너무 힘들다. 멀쩡하던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사고를 당했는데, 가만있을 부모가 어디에 있겠는가?"

- 사고 이후 회사 반응은? 
"사고에 책임이 있는 회사는 대표가 병원 치료에 동행했을 뿐 사고 사실을 부모에게 알리지도 않았다. 이후 처리 과정에서도 아들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는 듯해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기자회견을 하게 되었다. 절대로 회사를 용서할 수 없다. 평소 아들이 일이 힘들다고 말하긴 했지만 방사능 피폭 같은 사고가 있는 줄은 몰랐다. 집에 내려온 아들을 통해서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회사에서 연락도 없고 단 한마디 사과나 진심 어린 사과는 물론 소식조차 전해주지 않았다. 울분이 터져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했다. 실습생에게 그런 일이 있었는데 부모에게 연락을 안 했다는 게 기가 막힌다. (회사 측은) 지금까지도 전화는 물론 외마디 연락도 없다."

- 학교 입장은? 
"사고 후 학교와 통화하는데 담당교수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학교에는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말하더라. 더 기가 막힌 것은 방사능 피폭으로 인해 손가락이 검게 변하고 정신적으로 힘들어 하는 아이에게 학교에 나오든지, (회사로) 출근하든지, 휴학계를 제출해야 한다고 말하더라. 산재를 당한 아이가 병원치료 등으로 심신이 힘든데 학교를 다녀야 졸업을 할 수 있다는 게 말이 되나? 

그런데 지난 18일 기자회견 후 학교 관계자가 찾아와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담당교수와 상의해 최소한의 수업을 들으면 졸업을 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주부터 학교에 나와야 피해가 가지 않는다는 말만 남기고 돌아갔다. 하지만 이후에는 학교 측과 제대로 연락이 되지 않는다. 학교는 책임회피만 하려 하지 학생 측 입장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학교는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가? 
"지금 아들은 통원치료와 추적관찰 중이다. 정신과에서 상담도 받고 있다. 향후에 나타날 신체적 건강 문제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말수가 줄었다. 구의역 김군 사망사고, 태안화력발전소 사내하청 김용균씨 사망사고, 메탄올 중독으로 인한 실명 등 일하는 청년들이 계속 다치고 죽어가지만, 여전히 국가의 관리감독은 소홀하고 위험의 외주화도 지속되고 있다. 앞으로 안전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해달라. 또 서울반도체를 처벌하고 방사선 산업 현장의 노동자들을 보호해야 한다. 평생 피폭으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과 장애를 겪으며 살아가야 할 제 아들을 보호 달라." 

- 앞으로의 계획은? 
"다시는 이 땅에서 일하다가 다치고 죽는 아들 딸이 없도록 해줄 것을 요구한다. 이를 위해 노무사와 민주노총 안산지부, 건강권네트워크, 서울반도체 노동조합, 반올림 등과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서울반도체 대표를 처벌해줄 것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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