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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군산 지곡동 549-2번지에 그 카페가 있습니다. 그곳에는 비틀스가 있고 멜로디 가르도가 있으며 '짙은'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인디 가수도 있습니다. 여러 단골도 있습니다. '그곳에 그 카페'는 카페 주인과 손님들의 이야기입니다. - 기자말

호기롭게 카페를 개업한 지 2년 9개월이 되어간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여러 사람을 만났다. 여전히 경기는 어렵다고 호소하는 자영업자들이 많다. 근처의 상가들에서는 몇 달 간격으로 주인이 바뀌거나 간판이 바뀌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인들은 우리 카페가 이제는 안정권에 들어서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카페에 안정권이라는 게 존재하기는 할까? 다른 카페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음악 감상 카페를 운영하는 나로서는 안정권이라는 용어 자체를 실감하지 못한다. 

처음 카페를 하려고 결심을 굳혔던 이유에 대해 생각해본다. 지금, 나는 그 '첫 마음'을 얼마나 잘 유지하고 있는지 돌아본다. 그때 세웠던 목표와 계획이 수치로 얼마나 이루어졌는가보다는 내가 왜 카페를 하려고 했던가에 대한 돌아봄이다. 그것은 음악 감상 카페의 경영자로서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지녀야 할 존재의 가치를 위해서다. 

카페 하지 마세요
 
오늘도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나는 왜 카페를 하는가?"
 오늘도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나는 왜 카페를 하는가?"
ⓒ u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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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전에 시장조사를 몇 달간 계속했다. 인터넷에서 '음악카페', 'LP카페' 등의 키워드를 검색했더니 600개가 넘는 결과물이 올라왔다. 블로그나 여타 플랫폼을 통해 카페의 성격과 분위기 등의 특징을 정리해 180곳을 추려냈다. 

그 가운데 카페 주인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은 곳에 전화를 걸었다. 처음엔 카페 주인들이 경계의 날을 세웠다. 생면부지의 사람이 불쑥 전화해서 이것저것을 물으니 마뜩잖은 것이 당연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를 끊는 것은 그나마 친절한 편이었다. 

먼 거리를 직접 가기에는 어려웠기 때문에 나는 인내심을 발휘해야만 했다. 어떤 곳은 여러 차례 통화했다. 마음의 빗장을 풀어준 사람도 여럿 있었다. 묻지 않는 것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주기도 했다. 

그들이 내게 해 준 말 중에 의아할 만큼 공통적인 것이 있었다. 왜 힘든 일을 시작하려 하느냐며 강하게 만류하는 것이었다. 처음엔 그저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내게 선배 된 처지에서 나타내는 염려 정도로 생각했는데 대화를 나눌수록 상당히 심각하게 느껴졌다. 

마침내 그토록 강하게 만류한 이유를 알았다. 그들 대부분은 카페 사업에 실패했거나 혹독한 시련 중에서 분투 중이었다. 그들은 일면식도 없는 내게 자신의 처지와 속내를 자세히 보여주었다. 가까운 사람들보다는 낯선 내게 털어놓는 것이 더 쉬운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수십 년 동안 몸담았던 직장에서 은퇴한 후 퇴직금을 몽땅 털어 넣었는데 손님이 없어 몸 고생 마음 고생만 하다가 결국 폐업을 앞둔 사람이 있었다. 꽤 큰 도시의 방송국 DJ 출신 이력을 앞세워 운영하는 곳도 손님이 없기는 매한가지였다. 가족과 지인들의 반대에도 고집을 부려 카페를 차렸는데 몇 년 동안 빚만 진 채 자책감으로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카페 주인도 있었다. 

해야겠다, 카페
 
카페 운영의 경험과 노하우를 그 누군가에게 전해줌으로 꼭 필요한 도움이 되게 하고 싶다.?
 카페 운영의 경험과 노하우를 그 누군가에게 전해줌으로 꼭 필요한 도움이 되게 하고 싶다.?
ⓒ u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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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월에 걸친 시장 조사를 끝냈을 때 나는 몹시 피로했다. 시작조차 하지 않은 카페를 마치 오랫동안 운영이라도 한 것처럼 지쳐 있었다. 시장조사 내내 함께 한 후배는 더 지쳐 있는 듯 보였다. 

"접읍시다."

그는 단 한마디로 심경을 표현했다. 시장 조사 과정과 결과를 들은 지인들은 나를 만류하거나 염려가 담긴 조언을 해줬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가 카페를 잘할 것이라며 무한 신뢰를 보냈던 그들이었다. 눈치챘겠지만 그들이 보내준 것은 나에 대한 신뢰가 아니었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괜찮은 아이템이고 그에 따른 막연한 기대감의 작용이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시장조사를 한 기간보다 더 긴 갈등과 고민의 시간을 보냈다. 몇 달을 진지하고 심각하게 보낸 나는 그해 여름 끝자락에서 결정을 내렸다. 

"해야겠다, 카페."

내 단호한 말에 후배의 동공이 커졌다.

"정말요? 잘 되는 데가 거의 없다면서요."
"그래서 해야겠다."


후배는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띄었다. 내 결심이 무모함이었을지도, 턱없는 오만이었을지도 모른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한 동료의식이 지나쳐 우스꽝스러운 오지랖을 피운 것일지도. 

나는 음악을 좋아하거나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순수한 열정에, 경영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더 보태주고 싶었다. 막연하고 안일한 경영이 아닌 보다 구체적이고도 치밀한 경영을 통해 카페 사업에 성공하기를 바랐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직접 카페를 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카페 경영을 반드시 성공시켜 그 과정과 노하우를 책으로 엮고 싶었다. 가능하다면 직접 만나 상담을 하는 일까지도 꿈꾸었다. 그것이 내가 카페를 하고 싶은 첫 번째 이유가 됐다. 카페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내가 그런 야망을 품었으니 얼마나 어쭙잖은 일인가.

2년 9개월 후

그러한 강력한 동기로 카페를 시작했고 그때로부터 2년 9개월여의 세월이 흘렀다. 솔직히 고백하지만 그 꿈을 아직 이루지 못했다. 과정 중에 있지만 갈 길이 멀고 그 길은 더 험난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애초의 마음을 버린 것은 아니다.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아직 성공이라 단언할 만큼의 실적을 달성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 일이 만만치 않다는 것은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이 글은 카페 성공을 위한 매뉴얼이 아니다. 오히려 무모한 카페 사업을 하지 말라는 강력한 조언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책에서 알려주지 않는, 어쩌면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그냥 지나쳐버릴 내용을 쓰고 싶었다. 카페가 만만한 사업이 아니니 함부로 시작하지 말라고. 

야심차게 세웠던 계획이 이루어지지 않은 지금, 영화 <기생충>에 나온 주인공의 대사가 스쳐 지나간다. 계획대로 되지 않은 결과에 낙담이 되고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도 적지 않다. 하지만 나는 또 계획을 수정하고 보완한다. 카페를 더 잘 운영하기 위해서다. 그리하여 경험과 노하우를 그 누군가에게 전해줌으로써 꼭 필요한 도움이 되게 하고 싶다. 

책임지고 돌보아야 할 이들과 카페를 하려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는, 누군가에게 빛나는 존재가 되는 것, 그것이 내가 애초에 카페를 하려던 첫 번째 이유였으니까. 그것이야말로 카페 경영자로서의 내 존재 이유이며 가치이니까.

가진 돈과 열정, 시간을 다 쏟아붓고 빚까지 진 채로 폐업을 기다리는 슬픈 카페 주인도 한때, 누군가에게는 빛나던 존재였을 것이다.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사로 인해 지금, 절망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면 부디 심기일전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다시 누군가의 빛나는 존재가 되기를 소망한다. 누군가의 배우자로, 부모로, 자녀로. 그 누군가의 희망과 기쁨이 되는, 반짝반짝 빛나는 존재가 되어주기를 진심으로 원한다. 

그 간절함을 담아 인디 뮤지션 '위수(WISUE)'의 '누군가의 빛나던'을 띄워 보낸다. 
 
"힘들어요 솔직히 말하면
내가 뭐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걷다 멈춰 서서 
하늘을 바라볼 여유도 없었던 것 같은데

반짝반짝 작은 별 어디 어디 떴나요
저 별들은 그저 자기의 할 일을 할 뿐이죠
나도 누군가에게 빛나는 사람이고
또 그렇다고 믿었죠

반짝반짝 반짝반짝 반짝반짝 반짝반짝
저 별들을 봐요 아 아 난 누구였나
불 꺼진 도로에 찬 바람 같은 걸까
아 아 난 뭐였을까
누군가의 빛나던 희망이었을까"
 

태그:#카페이야기, #에세이, #음악에세이, #카페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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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소도시에서 음악감상카페를 경영하는 DJ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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