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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픈하우스 서울 2019' 행사의 일환으로 시민에게 공개되는 주한 미국 구 공사관의 내부 모습
 "오픈하우스 서울 2019" 행사의 일환으로 시민에게 공개되는 주한 미국 구 공사관의 내부 모습
ⓒ 손병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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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접근하기 어려웠던 주한 외국 대사관 또는 대사관저 6곳(미국·영국·프랑스·캐나다·스위스·이집트)이 '2019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를 맞아 20일부터 29일까지 사전 예약 형태로 시민들에게 공개된다.

행사를 주관한 비영리민간단체 '오픈하우스서울'은 19일 오후 서울시청 출입 기자들에게 이중 4곳(미국·영국·프랑스·스위스)을 사전 공개했다. 대사관 방문 순서는 국가별 외교관계 수립 시기와 일치했다.

기자들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중구 정동의 미 대사관저로, 하비브하우스(현 관저)와 구 공사 관으로 나뉘어져 있다.

1883년 5월 12일 초대 주한 미국공사로 입국한 루시우스 푸트가 마땅히 거처할 곳이 없자 같은 해 5월 20일 고종이 당시 세도가 민계호 소유의 한옥을 얻어준 것이 미국공사관의 기원이 됐다.

근대국가 최초로 조선과 외교 관계를 수립한 일본의 초대 공사 하나부사 요시타다는 1877년 11월 서대문 밖 청수관(경기중군영 터)에 거처를 마련했다. 조선 국왕이 한양 도성 안에 외교관에게 거처를 마련해준 것은 미국이 최초가 되는 셈이다. 미 대사관 관계자는 구 공사관에 대해 "조선 최초로 외국인과 거래한 부동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1970년대 초에는 구 공사관 옆자리에 새로운 대사관저를 만들려는 논의가 시작됐는데, 필립 하비브 당시 미국 대사는 국무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오늘날과 같이 한옥 양식에 현대적 편의시설을 접목한 관저를 고집했다. 그의 이름을 딴 하비브하우스는 1976년 5월 18일 완공됐다.

미국 대통령 중에서는 지미 카터와 빌 클린턴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이곳을 애용했다.

특히 지미 카터는 1979년 7월 1일 김수환 추기경 등 반유신 인사들을 이곳에서 만났고, 1994년 6월 18일 오후에는 "북한 김일성 주석이 김영삼 대통령에게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다"는 깜짝 놀랄 뉴스를 이곳에서 발표했다(이 해의 정상회담은 7월 8일 김 주석의 급작스러운 죽음으로 무산됐다).

세계의 패권을 쥔 초강대국이라는 위상 때문인지 미국 대사관저는 보안 통제가 어느 나라보다 엄격했다. 경내로 출입하기 위해서는 노트북 컴퓨터를 맡겨야 했고, 미국 대사가 사는 하비브하우스의 사진을 촬영할 때도 일정 거리의 포토존이 설정되어 있었다.
 
 '오픈하우스 서울 2019' 행사의 일환으로 시민에게 공개되는 주한 영국대사관 내부의 브로튼 바
 "오픈하우스 서울 2019" 행사의 일환으로 시민에게 공개되는 주한 영국대사관 내부의 브로튼 바
ⓒ 손병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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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사관저를 만나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300m 정도 걸어가면 영국대사관이 나온다.

1880년대에 조선과 외교관계를 수립한 서양 국가중에서는 유일하게 대사관과 대사관저를 옮기지 않고 130년 가까이 유지해온 나라다.

대사관 직원들이 근무하는 사무동 지하에는 이처럼 오래된 한영 관계를 상징하는 '브로튼 바'와 '애스턴 홀'이 있다.

'브로튼 바'는 1794년 10월 14일 부산 용당포에 상륙한 영국 해군장교 윌리엄 브로튼의 이름을 딴 공간이다. 1주일간 이어진 브로튼 일행의 동래 체류는 조선과 영국의 첫 접촉으로 기록된다.

대사관을 가이드한 닉 메타 주한 영국 부대사는 "주한 대사관 중에서 유일하게 바를 갖춘 곳이다. 금요일 저녁에 (외교관들에게) 개방한다. 서울에서 최고급 위스키와 진을 맛볼 수 있는 곳"이라고 자랑했다.

애스턴 홀은 1884년 4월 26일 처음 부임한 초대 영국 총영사 윌리엄 애스턴을 기념하는 공간으로 영국문화원 행사 등이 있을 때 개방한다. 19세기 서양 외교관으로는 드물게 한국어와 일본어를 구사할 줄 알았던 그는 1884년 갑신정변과 이듬해 영국군의 거문도 점령 등 조선의 굵직한 사건들을 목격했다.

영어 이외에도 한국어, 일본어, 독일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우크라이나어 등 부임지마다 현지 언어를 익히는 것으로 알려진 사이먼 스미스 대사는 대사관저에 마련된 대형 TV를 통해 기자들에게 한국어 인사말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오픈하우스 서울 2019' 행사의 일환으로 시민에게 공개되는 주한 프랑스대사의 관저
 "오픈하우스 서울 2019" 행사의 일환으로 시민에게 공개되는 주한 프랑스대사의 관저
ⓒ 손병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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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정로역 인근에 위치한 프랑스대사관은 제주대학교 구 본관과 함께 건축가 김중업이 만든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김중업 건축론: 시적 울림의 세계>를 쓴 한양대 정인하 교수가 도슨트 투어를 맡았다.

김중업은 세계예술가회의에 한국 대표로 참석했다가 현대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를 만나 그의 프랑스 사무실에서 3년 2개월간 일한 뒤 1955년 12월 귀국했다.

1962년 완공 당시 대사관(사무동)과 대사관저, 예술동이 서로 적절한 각도로 세워진 후 이 건물은 한국 전통건축물을 현대적으로 해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2020년 리노베이션이 예정되어 있어서 60년 가까이 된 건물을 원형에 가깝게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된다.

기자들이 대사관저로 들어가자 이달에 부임한 필립 르포르 프랑스대사가 입구에서 일일이 악수를 건네고 기념촬영에도 응했다. 르포르 대사는 "아름다운 건물로 인정받는 우리 대사관은 한국과 프랑스 공동의 문화유산"이라고 말했다.
 
 '오픈하우스 서울 2019' 행사의 일환으로 시민에게 공개되는 주한 스위스대사관의 전경
 "오픈하우스 서울 2019" 행사의 일환으로 시민에게 공개되는 주한 스위스대사관의 전경
ⓒ 손병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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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종로구 송월동에 터를 잡은 뒤 지난해 10월 리노베이션을 거친 스위스 대사관의 디자인은 마치 건축사 사무실을 연상시킨다. 주변에 솟아오른 고층 아파트들 사이에 편자 모양의저층 건물을 지은 것이 오히려 존재감을 도드라지게 한다.

관개와 청소에 사용할 목적으로 빗물을 수집할 수 있는 사슬과 배수구를 설치한 것도 환경 보존을 중시하는 스위스의 가치관을 엿보게 한다. 대사관을 둘러보는 동안 리누스 폰 카스텔무르 스위스대사가 기자들을 직접 맞이하고, 안내 직원이 "대사관 어디를 촬영해도 좋다"고 한 것도 스위스 특유의 여유와 자신감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투어가 시작된 오후 5시 무렵 대사관 직원들 대부분은 이미 퇴근했고, 대사 집무실의 업무용 컴퓨터는 일반 책상이 아닌 스탠딩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오픈하우스 서울 2019' 행사의 일환으로 시민에게 공개되는 주한 스위스대사관의 내부 모습
 "오픈하우스 서울 2019" 행사의 일환으로 시민에게 공개되는 주한 스위스대사관의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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