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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천수와 바닷물을 적당히 섞어 온천욕을 즐기는 사람들
 온천수와 바닷물을 적당히 섞어 온천욕을 즐기는 사람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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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황 냄새가 도시 곳곳에 스며있는 관광지 로토루아(Rotorua)를 떠난다. 다음 목적지는 와이히(Waihi Beach)로 정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지도를 보면서 바다가 좋을 것 같아 결정했다. 캠핑카로 다니기 때문에 숙소를 예약할 필요가 없기에 가능하다.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어 좋다.

산이 많은 숲속 도로를 운전한다. 얼마나 운전했을까, 시야가 트이면서 규모가 큰 동네가 나온다. 카티카티(Katikati)라는 원주민 냄새가 물씬 나는 이름을 가진 동네다. 휴식도 취할 겸 주차하고 주변을 둘러본다. 깨끗한 동네다. 예술의 도시라는 안내판이 있다. 그래서일까, 거리에는 유별나게 조각품이 많다. 벤치에도 책을 읽는 사람의 동상이 앉아 있다. 예술의 동네답게 거리를 꾸미려고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예술의 동네라고 불리는 카티카티(Katikati) 도로변에 있는 동상
 예술의 동네라고 불리는 카티카티(Katikati) 도로변에 있는 동상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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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도시를 벗어나 목적지, 카티카티에 도착했다. 해변에서 가까운 캠핑장에 숙소를 정하고 해변으로 나갔다. 모래사장이 길게 펼쳐져 있다. 다른 해변과 다른 점이 있다면 모래가 검은색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해변에 널려있는 조개껍질도 특이하게 생긴 것이 많다. 쇠붙이처럼 보이는 조개껍질, 붓으로 파랗게 칠한 것 같은 조개껍질들도 있다.

오늘은 캠핑카에서 이른 잠을 청한다. 산속에 있던 로토루아(Rotorua) 캠핑장보다 따뜻해 좋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바람이 심하게 불기 시작한다. 캠핑카가 흔들릴 정도다. 바람 소리도 요란하다. 아침에 일어나도 바람은 약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다행히 바람이 차갑지는 않다.

특별히 할 일이 없다. 해변을 다시 찾았다. 심한 바람이 불고 있으나 산책하는 사람은 심심치 않게 보인다. 유심히 보니 산책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애완견과 함께 걷고 있다. 강아지를 위해 산책하는 사람들이다. 강아지를 키우면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강아지 때문에 산책을 자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 아침 다시 길을 떠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아내의 안경다리가 떨어져 나간 것이다. 안경을 고치려고 예정에 없던 동네 중심가를 찾았다. 가게에 들어가 안경 파는 곳을 찾으니 구석진 골목에 있는 작은 안경점을 알려준다. 안경점에서 일하는 마음씨 좋게 생긴 직원은 간단하게 고쳤다면 돈을 받지 않는다. 시골 마을의 여유로움이 보인다.

동네를 둘러보니 관광 안내소가 보인다. 안내소에 들어서니 금광 박물관이 있다. 뜻밖이다. 이곳은 금광으로 유명했던 동네라고 한다. 안내소 건너편에는 폐광된 금광이 있는데 가볼 만한 곳이라고 직원이 소개한다.

길 건너편에 있는 금광을 찾아갔다. 규모가 상상 이상이다. 작은 산 하나가 완전히 파헤쳐 있다. 돈이 되는 것이라면 인간이 하는 일은 상상을 초월한다. 폐광을 둘러볼 수 있는 산책길도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끝까지 걸을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긴 산책길이다. 주위만 잠시 둘러본다. 지금은 쓰지 않는 기중기와 건물을 보면서 오래전 사람으로 붐비던 금광의 모습을 상상한다.
 
 난생 처음 본 금광, 작은 산 하나를 완전히 파헤쳐 놓았다.
 난생 처음 본 금광, 작은 산 하나를 완전히 파헤쳐 놓았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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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이 고장 난 덕분에 난생 처음 대규모 금광을 구경하고 다시 길을 떠난다. 목적지는 온천수가 나오는 해변(Hot Water Beach)이다. 도로는 또다시 산속으로 이어진다. 산을 넘고 넘는 가파른 도로다. 그러나 속도 제한은 100km라고 쓰여 있다. 익숙하지 않은 캠핑카로 산길을 100km의 속도로 운전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산길을 나만의 속도로 조심스럽게 운전하는데 뒤에서 자동차가 바짝 따라붙는다. 양보도 해줄 겸 작은 전망대가 있는 곳에 차를 세웠다. 주차하고 자동차에서 나오니 열 마리 정도 닭들이 나에게 다가온다. 사람들이 던져주는 먹이에 익숙한 닭이다. 병아리와 함께 먹이를 구하는 어미 닭도 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인가는 보이지 않는다. 분명 주인 없이 산속에서 지내는 야생 닭일 것이다.

산으로 둘러싸인 도로를 벗어나니 바다가 보인다. 타이루아(Tairua)라는 동네다. 해변에 있는 벤치에 잠시 앉아 쉰다. 해변이 무척 아름답다. 앞에 보이는 작은 섬이 인상적이다. 일광욕과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다시 길을 떠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너른 평원에 갈대와 전나무들이 어울려 있는 풍경을 만난다. 갈대와 전나무의 진한 초록색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사진을 찍으며 잠시 지체한다. 뉴질랜드는 운전하면서도 좋은 구경거리를 자주 만난다.
 
 바다와 섬이 멋지게 어울리는 타이루아(Tairua) 해변
 바다와 섬이 멋지게 어울리는 타이루아(Tairua)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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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대와 전나무가 끝없이 펼쳐진 쉽게 만나기 어려운 풍경
 갈대와 전나무가 끝없이 펼쳐진 쉽게 만나기 어려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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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에서 온천수가 나오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주차장에는 많은 차가 주차해 있다. 썰물 시간에 맞추어 온천수가 나오는 해변을 찾은 사람들이다.

호기심을 가지고 해안으로 가는 작은 오솔길에 들어선다. 멀리 바다가 보인다. 해변에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가까이 가보니 곳곳에서 사람들이 작은 부삽으로 모래를 파헤치고 있다. 사람들은 파헤쳐진 웅덩이에 온천수와 바닷물을 적당히 배합해 온천욕을 즐긴다. 발로 모래를 헤집어 보았다. 뜨거운 온천수가 발을 적신다.

바다도 온천수 때문에 온기가 약간 감돈다. 차갑지 않은 바다에서 물놀이를 하는 젊은이도 보인다. 바닷물과 온천수가 뒤섞인 바다에 발을 적신다. 특이한 경험을 즐긴다. 특이한 경험은 타성에 젖은 일상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집을 가끔씩 떠나는 또 다른 이유다.
 
 온천수가 나오는 따뜻한 바다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
 온천수가 나오는 따뜻한 바다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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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호주 동포신문 '한호일보'에도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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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호주 연방 공무원, 외국인 학교 교사 (베트남, 타일랜드). 지금은 시드니에서 3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바닷가 시골에서 퇴직 생활. 호주 여행과 시골의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