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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돌목이 내려다보이는 진도타워에서 만난 이평기 전남문화관광해설사. 진도를 가장 재밌게 해설해준다는 평을 듣고 있다.
 울돌목이 내려다보이는 진도타워에서 만난 이평기 전남문화관광해설사. 진도를 가장 재밌게 해설해준다는 평을 듣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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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차림부터 남다르다. 평소 생활한복을 즐겨 입고, 중절모를 쓰고 다닌다. 발로 뛰는 현장에 맞춘 차림이다. 섬세한 감각이 느껴진다. 문화관광해설사답다. 자연스레 묻어나는 프로정신이다.
 
"10여 년 전, 비가 내리는 날이었어요. 진도에 온 프랑스 사람한테 1000원짜리 비옷을 하나 줬죠. 비옷 입고 돌아다니며 구경하라고. 그 분이 이듬해에 다시 진도에 왔는데, 중절모를 선물로 줬어요. 프랑스산 중절모를.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써 보라'고. 다음 방문 때 두 개를 또 사왔어요."
 
그가 중절모를 쓰기 시작한 이유다. 그 프랑스인하고는 지금도 연락을 하며 가끔 만나고 있다. 이평기(61·전라남도 진도군 지산면) 전남문화관광해설사 얘기다. 그는 진도를 찾은 여행객들 사이에서 '중절모 해설사'로 통한다.
 
그의 이미지 가운데 또 하나가 '도팍 해설사'다. '도팍'은 자칭 그의 호다. 돌(石)의 진도 지역말이다. 어렸을 때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어린 시절에는 거부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자신의 다른 이름으로 쓰고 있다. 돌처럼 언제나 변하지 말고, 늘 처음처럼 살자는 뜻을 담고 있다.
  
 이평기 전남문화관광해설사가 진도 운림산방에서 여행객들에게 남종화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의 차림새는 늘 생활한복을 입고 중절모를 쓰고 있다.
 이평기 전남문화관광해설사가 진도 운림산방에서 여행객들에게 남종화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의 차림새는 늘 생활한복을 입고 중절모를 쓰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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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의 남다른 감각과 정신이 전남관광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여행객의 가려운 데도 잘 긁어준다. 해설사 동료들은 그를 보고 '일을 즐겁게 하는 사람, 여행객들한테 신바람을 불어넣어주는 사람, 그러면서 보람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라고 입을 모은다. '흥이 있고, 흥을 아는 사람'이라는 말도 한다. '나잇값을 한다, 욕심이 좀 있다'는 말도 간혹 듣는다. 모든 일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면서 듣는 말이다.
 
그의 태 자리는 '남도민속의 보물창고'로 통하는 진도다. 부모를 모시고 농사지으며 지금껏 고향을 굳게 지켜왔다. 젊은 날 진도군 4-H연합회장을 맡아 농촌운동에 참여했다. 20년 동안 자동차 영업을 직업으로 삼았다. 타고 난 진도사람의 기질과 감성으로 <문학춘추>의 시부문 신인상을 받았다. 시인이 됐다.
 
'소나기 타고 내려와/ 산허리 돌아가는 안개는/ 천년을 쌓아도 탑이 되지 않고/ 가는 바람에도 숨죽이는/ 골 깊은 여운인데/ 여명을 기다리며/ 바다위에 머무는 안개는/ 뭍도 버린 섬들의 매정함을/ 겹겹이 눌러 앉힌/ 애증의 춤사위여라.'
- 이평기 시 '안개'

 
'섬은/ 안개를 두르고 흘러간다/ 들물에는 드러눕고/ 날물에는 옷자락을 걷어내는/ 섬은 바람이다// 드러누운 그림자가/ 체념하고 흘리는 마른기침/ 숨쉬기조차 힘든 걸음걸이/ 목젖을 젖힌다// 오늘/ 내가 걸어야 하는 고뇌의 시간은/ 누구에게 덜어 줄 것도/ 나누어 가질 후한 인심도 아니다// 바람 타는 섬이 되어/ 체념으로 삭히는 달관// 아니다// 그냥/ 바람이다.'
- 이평기 시 '바람'

  
 이평기 전남문화관광해설사가 자신의 고향인 진도 세방낙조전망대에 세워놓은 솟대. 여행객들의 사진촬영 지점이 된다.
 이평기 전남문화관광해설사가 자신의 고향인 진도 세방낙조전망대에 세워놓은 솟대. 여행객들의 사진촬영 지점이 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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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도 세방낙조전망대를 찾은 여행객들이 솟대를 배경으로 삼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솟대는 이평기 해설사가 만들어 세워놓은 것이다.
 진도 세방낙조전망대를 찾은 여행객들이 솟대를 배경으로 삼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솟대는 이평기 해설사가 만들어 세워놓은 것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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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2007년 문화관광해설가의 길로 들어섰다. 틈틈이 고향의 역사와 문화유산에 관심을 갖고 공부한 덕이었다. 2012년엔 전남문화관광해설사가 됐다. 전국과 전남의 문화관광해설사대회에서 크고 작은 상을 받았다. 평소 익힌 국악과 사물을 들고 사물놀이 경연에도 참가했다. 북을 들고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 무대에도 올라 흥겹게 놀았다. 진도군립민속예술단 운영위원을 맡은 것도 이런 연유다.
 
손재주도 타고 났다. 대나무를 이용한 솟대 만들기는 프로작가 수준이다. 해마다 연말이면 고향의 세방낙조 전망대에 솟대를 만들어 세운다. 5년째다. 지난해엔 세월호가 옮겨져 있는 목포신항의 추모관에 기다림의 솟대를 만들어 세우기도 했다.
 
"버려진 막대기가 아까워서 만들기 시작한 게 솟대에요. 특별히 배운 건 아니고요. 돌아가신 아버지의 손재주를 이어받은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짚공예 달인이셨거든요."
 
그의 손재주는 나뭇가지만 있으면 만들지 못할 것이 없을 정도다. 지역의 문화관광을 주제로 한 강의로도 여기저기 불려 다닌다. 반응이 좋다. '진도아리랑'의 메기는 소리 777가지를 담은 책을 묶어낸 것도 보람이고 행운이었다.
  
 이평기 해설사와 우스개소리를 주고받았던 ‘하늘다리’. 바위산의 가운데를 칼로 자른 것처럼 반듯하게 갈라져 있다. 관매8경 가운데 하나다.
 이평기 해설사와 우스개소리를 주고받았던 ‘하늘다리’. 바위산의 가운데를 칼로 자른 것처럼 반듯하게 갈라져 있다. 관매8경 가운데 하나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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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같은 말도 재밌게 하는 재주를 지녔다. 그 말재주가 여행객을 즐겁게 해준다. 여러 달 전이었다. 진도 관매도에서 우연히 그를 만났다. 관매8경의 하나인 '하늘다리'를 보는 배 위에서다. 하늘다리는 바위산의 가운데를 칼로 자른 것처럼 반듯하게 갈라져 있다. 그 폭이 3〜4m 남짓 된다. 옛날 방아섬에서 방아를 찧던 선녀들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는 풍광이다.
 
동행한테 "저기 바위, 내가 칼로 반듯하게 잘라놓았다"고 웃으며 말을 건넸다. 옆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이씨가 "그 칼을 갈아준 사람이 접니다" 해서 함께 웃은 적 있다. 말 한 마디에서 재치와 유머가 묻어난다.
 
단체 여행객을 대상으로 관광 해설을 할 때면 더욱 재밌게 얘기한다. 언제나 물 흐르듯이, 술꾼의 목구멍으로 진도홍주 넘어가듯이 자연스럽다. 적당히 버무려지는 지역말도 정감 있다. 얼굴 표정도 다양하다. 흡사 사극에 나오는 주인공 같다. 여행객들이 빨려 들어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귀에도 쏙쏙 들어온다.
  
 진도 내동마을의 왜덕산 앞에서 만난 이평기 전남문화관광해설사. 그가 들려주는 마을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진도 내동마을의 왜덕산 앞에서 만난 이평기 전남문화관광해설사. 그가 들려주는 마을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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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 왔는데, 죽어라고 공부만 시키면 되겠습니까? 즐거워야죠. 그래야 여행객들이 좋아하죠. 그래서 나름 연습도 많이 했어요. 거울을 보며 표정 연습도 해요. 사투리는 평소 쓰던 말이고요."
 
그의 해설을 듣고 있노라면 문화유산이 살아서 숨을 쉬고, 움직이는 것 같다. 흥미진진하다. 그의 해설 철학이다. 한번 찾은 관광객이 다시 찾아오고 또 머물도록 하기 위해서는 관광객들한테 감동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야 나중에 '참 잘 왔다' '재밌는 여행이었다'는 말이 나온다는 것이다. 자신이 갖고 있는 끼와 열정을 다 쏟는 이유다.
 
그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엔, 여행의 필요충분조건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 누구의 안내를 받고 얘기를 들으며 가느냐가 중요함을 피부로 느낀다. 그와 함께하는 여행은 늘 재밌고 풍부하다.
 
"올해 안에 시집을 한 권 내려고요. 제목은 벌써 정해놨습니다. '도팍 구르는 소리'로. '진도관광백서'도 한 번 써보고 싶은데요. 능력이 부족해서 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욕심을 한 번 내볼 생각입니다."
 
문화관광해설사의 길로 들어서서 13번째 가을을 맞는 이씨의 바람이다. 그의 앞날이 날마다 즐겁고 행복하길 빈다. 그가 즐거워야 진도를 찾는 여행객들이 더불어 즐겁고 행복할 것이기에.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의 무대에 오른 이평기 진도문화관광해설사. 그의 끼와 재능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드러난다.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의 무대에 오른 이평기 진도문화관광해설사. 그의 끼와 재능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드러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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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