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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스님-박재동화백의 '브로맨스'  박재동 화백과 명진스님이 8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국정원 개혁위의 활동시한 연장을 촉구하는 내놔라내파일시민행동 기자회견에 참석한 후 회견장을 나서며 손을 꼭 잡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은 국민사찰종식과 국정원개혁을 위해 열린 것으로 진선미 의원실도 함께했다.
 2017년 12월 8일 박재동 화백과 명진스님이 국회 정론관에서 국정원 개혁위의 활동시한 연장을 촉구하는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 기자회견에 참석한 후 회견장을 나서며 손을 꼭 잡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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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행정법원은 국가정보원(국정원)을 상대로 한 명진 스님의 '내놔라 내파일'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와 일부패소를 선고하고 김인국 신부의 소송에 대해서는 원고 패소를 선고했다. 지난 8월 16일 박재동 화백과 필자의 '내놔라 내 파일' 소송에서 국정원의 완패를 선고했던 행정법원이 이번에는 국정원에 절반승과 완승을 안긴 셈이다.

이로써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시민행동)이 국정원을 상대로 시범 삼아 진행한 정보공개청구소송 4건의 1심이 모두 끝났다. 4인의 원고들은 2 완승, 1 부분승, 1 완패를 기록했다. 얼핏 보기에는 시민행동이 부분적 승리를 거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법리적으로 완승을 거뒀다. 시민행동이 내심 바랐던 것은 내놔라 내파일 소송과 관련해서 법원이 다음과 같은 일련의 법리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첫째, 법원은 국정원의 사찰정보 비공개처분의 옳고 그름을 심사하기 위해 국정원이 원고에 대해 보유 중인 모든 정보를 숨김없이, 남김없이 제출할 것을 명할 수 있다. 둘째, 법원은 제출받은 원고 관련 정보가 과연 국정원이 적법하게 수집할 수 있는 국가안보 목적의 '국내보안정보'에 해당하는지를 심사할 수 있다.

셋째, 법원은 심사 결과 국가안보 목적의 국내보안정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고 관련 정보에 대해 국정원에 본인 공개를 명할 수 있다. 넷째, 법원은 이때 정보공개법상의 비공개 사유 해당 여부를 일일이 검토해서 해당되지 않는 정보에 대해서만 최대한 본인 공개를 명해야 한다.


법리적으로만 판단하면 시민행동은 이번 시범소송에서 전승을 거뒀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4인의 '내놔라 내파일' 소송에서 행정법원의 2개 합의재판부가 위의 법리를 전적으로 수용했기 때문이다.

아직 1심 판결이긴 하지만 두 개의 재판부가 동일한 법리를 개발해서 적용했다는 점에서 위의 정보공개 판단 법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2심에서도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서 국정원의 권한과 업무도 다른 행정기관과 마찬가지로 사법심사와 사법통제의 대상이 된다는 법치주의의 일반원칙을 두 차례나 확인했다.

획기적인 판결이지만 첫술이라 한계도

이번 판결에도 부족한 부분이 없진 않다. 아무리 훌륭해도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건 당연하다. 이번에는 고작 4인이 시범소송을 냈다. 결과적으로 이번 판결은 4인과 유사한 이유와 상황에서 사찰을 받은 사람들한테만 적용될 수 있다.

이번 판결에 힘입어 이제부터 더 많은 사람과 단체가 내놔라 내파일 소송을 제기할 경우 행정법원은 국정원이 매우 다양한 이유와 배경 아래 수집한 개인정보에 대해 그 정당성 여부 및 본인 공개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내놔라 내파일 청구와 소송이 많아질수록 정보수집의 합법성 판단기준 및 정보파일의 본인 공개 기준이 더욱 정교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판결의 첫 번째 한계가 소송주체가 소수에 그친 데서 나왔다면 두 번째 한계는 소송진행, 세 번째 한계는 판결내용에서 비롯됐다. 시민행동은 소송 진행의 속도와 편의를 위해 국정원의 공개대상 정보 특정 요구에 응했다. 그렇기 때문에 국정원은 소송주체 4인에 대해 갖고 있는 모든 정보를 재판부에 제출하지 않고 원고 측이 특정해준 기간과 사건에 관련된 정보만을 선별해서 제출했다. 그 결과 재판부의 판단대상이 좁아져 판결내용이 빈약해진 게 아쉽다.

예를 들어 곽노현과 박재동은 국가보안법(국보법) 폐지나 국정원 발본 개혁을 주장해서 국정원의 사찰을 받은 사실이 재판과정에서 국정원의 진술을 통해 드러났지만 이와 관련된 사찰정보가 재판부에 제출되지는 않았다. 곽노현과 박재동뿐 아니라 4인 모두가 공개적으로 개진했던 국보법 폐지 주장이 과연 정당한 사찰 사유가 되는지 법적 판단을 받을 기회를 놓친 셈이다.

세 번째 한계는 4인에 대한 판결내용이 획기적이긴 하지만 정교하고 치밀하지는 않다는 데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법리적으로 애매한지는 뒤에서 살펴볼 것이다. 물론 4개의 판결이 모두 이 분야에서 첫 판결이나 다름없어서 지금의 한계는 이해되는 측면이 강하다. 향후 다양한 판례가 쌓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관련 법령이 제정되면서 한층 정교한 판단기준이 구축될 게 틀림없다.

법원, 원고 관련 정보를 전부 제출받아 심사하진 못해

위의 한계 중에서 두 번째, 소송 진행의 편의에서 비롯된 한계에 대해서는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하다. 정보공개청구소송이 의미를 가지려면 국정원이 재판부에 모든 원고 관련 정보를 정직하게 제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효성 있는 사법심사와 사법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는 너무나 당연한 전제조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번 4인 관련 재판에서 국정원은 곽노현 사찰문건 30건, 박재동 사찰문건 5건, 명진 스님 사찰문건 30건, 김인국 신부 사찰문건 5건을 비공개열람용으로 법원에 제출했을 뿐이다. 이는 국정원의 공개대상 정보 특정 요구를 원고 측이 신속한 재판 진행을 위해 받아들인 결과이지만 그 결과 이번 재판에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피할 수 없었다.

첫째, 첫 번째 행정소송에서 국정원은 지난 정부까지 국내사찰을 담당해온 부서가 작성해서 지금은 사용이 봉인된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해서 나온 정보만을 법원에 제출했을 가능성이 높다.

원고들의 국보법 폐지주장이나 보안사범 석방촉구 활동에 대한 사찰정보가 재판부에 제출되지 않은 사실로 미루어볼 때, 봉인된 정보문건 데이터베이스에는 대공부서에서 수집한 정보가 포함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정보공개청구소송에서 행정법원은 국정원에 정보수집부서를 막론하고 원고에 대한 국정원 파일을 모두 제출하라고 명해야 한다.

둘째, 국정원이 제출한 정보문건은 수집 시기가 한정돼 있었다. 이를테면 곽노현은 서울교육감 재직기간, 김인국 신부는 사제단 대표 신부 시절로 제한됐다. 국정원의 공개 대상 정보 특정 요구는 잘못된 것이다. 재판을 받는 이상 국정원은 원고 관련 개인정보 전부를 법원에 제출할 의무가 있다.

이번에는 원고 측이 국정원의 요구를 수용해서 기간을 특정해줬지만 앞으로는 그럴 이유가 없다. 정보공개청구소송을 맡은 행정법원은 국정원에 정보수집 시기를 불문하고 원고에 대해 수집된 모든 정보를 제출하라고 해야 맞다.

셋째, 국정원은 이번에 원고의 이름이 문건 제목에 들어간 정보문건만을 골라서 제출했다. 이것도 국정원의 특정 요구에 따라 원고 측이 제안한 것이나 앞으로는 이럴 이유가 없다.

오히려 다른 사람이나 단체, 기관과 관련해서도 얼마든지 원고관련 개인정보가 수집됐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부분도 원칙적으로 사법심사의 대상으로 삼아서 그 적법성 여부를 법원이 심사할 수 있어야 한다. 요컨대, 문건 제목에 원고 이름이 들어간 정보 파일에 담긴 사찰정보만을 공개대상으로 삼을 이유가 없다. 시민행동은 향후 국정원의 공개대상정보 특정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이다.

공직자 사찰, 직권남용 정치사찰로서 국가안보 목적성 없어
 
 2017년 10월 2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국민사찰기록 정보공개청구 시민운동, 열어라 국정원, 내놔라 내파일’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17년 10월 2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국민사찰기록 정보공개청구 시민운동, 열어라 국정원, 내놔라 내파일’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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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은 공직자 사찰 이유로 신원조회 용도와 반부패 용도를 들었지만 재판부는 동의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헌재의 국가안보 개념을 원용해서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헌법기관의 정상 운영 확보를 위해서 필요해야만 국가안보 목적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반부패 목적은 여기에 들어설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신원조회도 임명 전에 하면 되지 재직기간 내내 필요한 자료를 모아야 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한다. 한마디로 국정원의 공직자사찰은 정치사찰에 지나지 않고 직권남용을 구성한다는 게 법원의 확고한 판단이다. 다만 재판부가 언급하진 않았지만 외교, 국방, 방산 업무에 종사하는 공직자는 예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 달리 현대의 국가안보는 외교, 국방, 방산을 넘어서는 총체적 안보개념을 요구하며 총체적 국가안보를 위해서는 고위공직자의 부패정보를 수집하지 않을 수 없다는 논리가 한때 횡행했었다. 노무현 대통령만 해도 이러한 이유로 당시 국정원의 공직부패 정보수집기능 강화 시도를 오히려 옹호하는 입장이었다.

이렇게 되면 국가기관과 공공기관에 대한 반부패목적의 사찰업무가 무제한으로 정당화돼 국정원의 국내사찰 조직과 활동을 그대로 유지하는 게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안보 총력전 개념은 국정원의 이익에 가장 부합하는 국가안보 확장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국내보안정보를 넘어서는 기존의 국내사찰기능을 전면 중단함으로써 국가안보 확장개념을 폐기했다면 내놔라 내파일 소송의 1심 법원은 확장개념에 터를 잡고 마구잡이로 수집했던 사찰정보의 공개를 명함으로써 같은 일을 하고 있다.

이번 '공직자사찰=정치사찰' 판결로 전·현직 국회의원과 지자체장, 고위 관료와 기관장, 고위 법관과 주요 사건 재판장은 국정원의 본인 사찰정보에 실효적인 접근권을 갖게 됐다. 이 범주에 속하는 인사들은 향후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에 동참해서 국정원에 본인정보공개를 청구하고 기각 시 정보공개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민행동 역시 이 범주 인사들을 조직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이다.

대북지원교류 방북인사 사찰은 국가안보 목적성 인정?

이번 소송에서 분노가 치밀었던 사실은 국정원이 김인국 신부와 명진 스님을 "방북전력자"이자 "대북연계혐의자"라고 지칭하며 국가안보를 위해 정당하게 사찰해왔다고 주장한 점이다. 재판부는 국정원이 제출한 명진 스님과 김인국 신부의 대북활동 관련 정보를 비공개 열람한 후 해당 정보는 국가안보를 위해 수집되었기 때문에 정보공개법이 아예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며 국정원의 해당 정보 비공개처분을 옹호했다.

인도주의적 대북지원활동이나 북한과 인적교류·경제지원활동을 하면 무조건 국정원 사찰대상 되는 것이 온당한가? 이 경우에도 한번 사찰대상이 되면 영원히 사찰대상이 되는 것이 온당한가? 만약 여기에 법리적으로 합당한 제한을 가하지 못한다면 북한과 화해협력시대가 열릴수록 점점 더 많은 시민들이 국정원의 비밀사찰대상이 되는 역설이 성립할 것이다.

향후 법원과 국회, 법학계가 힘을 모아 보다 정교한 사찰통제 및 정보공개 법리를 만들어 내야 할 이유다. 이를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다양한 형태로 통일운동과 대북지원운동에 종사해온 이들이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에 동참해야 한다.

진행 중인 수사나 재판 관련 정보는 무조건 비공개?

법의 세계에는 '무조건'이 없다. 법의 취지를 감안해서 신중하게 분별해야만 구체적 타당성이 획득될 수 있다. 명진 스님의 정보공개청구와 관련해서 재판부는 대북교류지원활동 관련 정보는 법 적용 제외라고 판단한 반면 봉은사 주지 축출 공작 관련 정보는 국가안보와 무관한 공개대상 정보라고 판단했다.

명진 스님의 봉은사 주지직 박탈 사태와 관련해서는 이미 국정원 개혁위의 조사와 고발로 검찰수사가 완료돼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렇기 때문에 재판부는 관련 정보가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4호의 "진행 중인 재판에 관련된 정보"에 해당돼 비공개대상이 되는지를 따져봐야 했다.

우선 재판부는 비공개대상이 되는 "'진행 중인 재판과 관련된 정보'는 당해 정보가 공개될 경우 진행 중인 재판의 심리 또는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칠 구체적인 위험성이 있는 경우로 한정하여 해석하여야" 한다고 선언한다.

재판부는 이어서 국정원의 관련 정보는 이미 대부분이 당해 형사재판에서 증거로 제출되었고 설령 미제출 부분을 새로운 증거로 제출해도 그 채택여부는 당해 재판부가 결정하기 때문에 공개해도 '당해 형사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하거나 '재판업무의 공정한 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서 국정원의 비공개처분을 취소했다. 앞으로 국정원은 진행 중인 수사 혹은 재판 관련 정보라는 이유로 무조건 보유정보를 비공개해선 안 된다.

국보법 폐지나 국정원 축소재편 주장하면 정당한 사찰 대상?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불법 사찰을 당한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이 16일 국정원을 상대로 낸 정보 비공개 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뒤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19.8.16
 지난 8월 16일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불법 사찰을 당한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이 국정원을 상대로 낸 정보 비공개 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뒤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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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은 박재동 화백과 필자가 국보법 폐지와 국정원 개혁을 주장하고 국보법위반자 석방을 촉구하였는 바, 이는 국가안보에 관련되므로 국정원이 사찰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주장했다. 만약 이런 획일적인 기준이 수용된다면 누구도 국보법과 국정원을 자유롭게 비판하기 어려울 것이고 그 결과 국보법과 국정원이 우리 사회의 성역으로 남게 될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공개기준 법리가 정교하게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같은 연장선상에서 국정원은 국가보안법 전력자에 대해선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국정원의 사찰대상이 된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는 공개전향을 해도 거짓으로 할 수 있으므로 다르지 않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만약 사면복권이나 시간 경과와 상관없이 사찰대상이 된다면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나 조국 법무부 장관을 지금도 국정원이 계속 사찰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쉽게도 국정원이 관련 파일을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 행정법원은 이 쟁점에 대해 판단할 기회를 놓쳤다. 지금은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 등으로 있는 국보법 전력자들이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에 동참해서 정보공개청구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이유다.

물론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도 이들을 조직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다행히 지자체장 중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과 함께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민주당 소속 시장, 군수, 구청장 30여 명을 사찰한 사실이 국정원 개혁위의 활동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정원 수집정보는 모두 진실인가?

국정원 정보문건에 사실만이 담길 수는 없다. 정보요원의 주관적 판단과 취사선택을 거쳤을 뿐 아니라 제3자의 소문과 추론에 지나지 않는 정보도 적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국정원이 국가안보 목적 없이 마구잡이로 수집한 불법사찰정보에 대해서는 본인에게 돌려주건 돌려주지 않건 입법으로 일괄 폐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정원 입장에서도 국가안보 목적에 필요하지 않아서 이미 봉인하고 사용하지 않는 쓸모없는 정보 더미를 마냥 가지고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이번 4건의 소송을 통해 국정원의 보유정보에 대한 일부 정보공개 법리가 형성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충분하지 못하다. 특히 대공 정보부서가 수집한 국내보안정보 수집이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검증할 수 없었다.

이미 국가기관과 공공기관, 시민사회에 대한 일상적 사찰이 더 이상 허용되어선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가 형성됐기 때문에 진짜 문제는 국가안보 목적의 은밀한 사찰이 헌법과 인권의 취지에 부합하게 최소침해적인 방식으로 정당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여부다. 최근의 대공 관련 프락치의 민간인사찰 폭로에 대해서도 국회 정보위와 청와대는 이런 관점에서 세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국정원의 업무와 활동, 특히 비밀사찰활동을 통한 내국인 관련 정보 수집은 헌법과 인권의 관점에서 엄격하게 통제되어야 한다. 문제는 통제 주체다. 국회와 법원, 그리고 독립감찰관이 3중 주체가 되어야 한다. 3중 통제 중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국가안보와 인권의 저울이 국가안보를 향해 현저하게 기울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국회 정보위를 통한 의회 통제가 전혀 실효성이 없다. 사법통제도 이번 판결을 통해 간신히 첫발을 뗀 정도다. 독립감찰관제도는 아예 도입되지도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에 행정법원이 화답한 것은 국정원에 대한 법의 지배 확립에 작지만 획기적인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곽노현은 '열어라 국정원,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 상임공동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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