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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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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과함께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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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왜 그림을 그릴까>
 메릴린 JS 굿맨
 정세운 옮김
 책과함께어린이
 2019.4.30.

 
유치원생에게는 미술관 벽에 걸린 그림을 비롯해 다른 사람의 그림은 '예술'이 아니다. 그 시기 아이들이 생각하는 '예술'은 오직 자신이 만들어낸 작품뿐이기 때문이다. (223쪽)

아이들은 하루 내내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다만, 아이들은 그림놀이도 좋아하지만 뜀놀이도 달림놀이도 좋아하기에 그림만 그리지 않아요. 그림놀이도 무척 신나지만, 붓이랑 종이를 내려놓고 후다닥 달려나가서 폴짝폴짝 뛰고 껑충껑충 솟구치며 바람처럼 달리고 제비처럼 내달립니다.

신나게 놀고서 신나게 그립니다. 마음에서 떠오르는 그대로 척척 그립니다. 다른 이 그림을 흉내내는 아이도 있겠지요. 그림책이나 만화책에 나오는 결을 따라서 그려 보겠지요. 글씨를 익힐 적에도 그렇거든요.

한글이든 알파벳이든 아이는 제 입에서 나오는 소리를 담아내는 글씨를 '남이 그린 결'대로 똑같이 옮기려 하면서 어느새 제 손길에 맞게 조금씩 바꾸어요. 그림에서도 이와 같으니, 제 눈에 보이는 대로 똑같이 옮기려 하지만, 제 손힘이나 손길에 맞게 조금씩 바꾸어 어느덧 '이 아이만 그릴 수 있는 하나뿐인 결'로 이야기를 엮습니다.
 
아이들에게 이러한 창작 활동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며 정말 많은 것을 배우기 때문이다. (10쪽)

아이가 폭력적인 장면을 그리는 이유는 그런 장면을 보고 듣고 읽었기 때문이다. 아이는 살아가며 텔레비전이나 온라인상에서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접한다. (63쪽)

<아이들은 왜 그림을 그릴까>(매릴린 JS 굿맨/정세운 옮김, 책과함께어린이, 2019)는 무척 오랫동안 숱한 아이들 그림을 지켜본 분이 이 아이들 그림마다 어떤 마음이 깃들고 어떤 삶을 담았나 하고 헤아리면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모든 아이는 다르기에 어느 나이에 어떠한 그림을 그려낸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마땅하지요. 말을 떼는 나이가 다르고, 글을 떼는 나이도 달라요. 더욱이 말을 떼었대서 좔좔좔 읊지 않고, 글을 떼었기에 온갖 글을 주루룩 써내지 않습니다.

다 다른 아이는 다 다른 눈길로 바라보는 대로 그림을 빚어요. 다 다른 아이는 다 다른 삶자리에서 마주하는 대로 글을 지어요.
 
걷기, 말하기와 마찬가지로, 그리을 그리는 법 또한 가르칠 필요가 없다. 아이가 자신만의 그리기 방법을 개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모가 명심해야 할 것은 있다. 아이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를 재촉해선 안 된다. (85쪽)
 
12살 어린이가 빚은 그림. 물감을 묻혀 붓이 지나간 자리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태어난다.
 12살 어린이가 빚은 그림. 물감을 묻혀 붓이 지나간 자리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태어난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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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예술이나 문학이란 말을 모릅니다. 굳이 알아야 할 까닭도 없습니다. 아이는 언제나 스스로 겪고 느끼고 보고 생각하고 꿈꾸고 사랑한 이야기를, 기쁠 적에는 기쁘게 그리고 슬플 적에는 슬프게 그려요. 웃은 이야기라서 웃음바다가 되도록 그리고, 눈물 흘린 이야기라서 눈물바다가 되도록 그립니다.

날마다 즐거이 사랑하는 바람을 마시는 아이라면, 이 아이 그림에는 언제나 사랑이 바람처럼 흐르겠지요. 날마다 주먹다짐이나 막말잔치가 춤추는 터전에서 자라는 아이라면, 이 아이 그림에는 이런 모습이 잇달아 흐를 테고요. 자동차하고 아파트 사이에서 지내는 아이가 풀꽃을 그리지 못해요. 자동차하고 아파트 없는 곳에서 풀꽃하고 동무로 지내는 아이가 구태여 자동차나 아파트를 그리지 않아요.

새삼스럽지만 <아이들은 왜 그림을 그릴까>는 '아이는 이런 마음을 이런 손길로 그려서 이런 사랑을 나누려 합니다' 하고 이야기를 들려주는데요, 이 이야기를 뒤집는다면 '어른은 어떤 마음을 어떤 손길로 그려서 어떤 사랑을 나누려 하나요?' 하고 묻는구나 싶어요.

아이들이 아이 티를 벗기 무섭게 그림놀이를 멀리한다더군요. 어른 가운데 예술이나 상업이나 직업이 아닐 적에도 그림놀이를 즐기는 분은 적습니다. 하루를 그리거나 꿈을 그리거나 사랑을 그리면서 수수하게 웃고 노래하는 어른이 적어요. 어쩌면 글도 비슷할는지 몰라요.
 
아이들은 부모가 아주 조금이라도 신경이 곤두서 있으면 바로 눈치채버린다. 옷, 바닥, 가구에 물감이나 얼룩을 묻힐까 걱정하거나 부드러운 나무 표면에 펜이나 뾰족한 연필로 자국을 남기는 건 아닐지 염려한다면, 아이는 그 즉시 알아차린다. (179쪽)

아이가 아름답게 자라는 길에 그림놀이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면, 어른도 사랑스레 살림을 짓고 어우러지는 길에 그림놀이가 꼭 있어야지 싶어요. 그림놀이도 글놀이도, 웃음놀이도 노래놀이도, 또 살림놀이도 일놀이도 다같이 누릴 적에 아이들은 느긋하며 아늑하게 그림꽃을 피우리라 느낍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글쓴이 누리집(https://blog.naver.com/hbooklove)에도 함께 올립니다.


아이들은 왜 그림을 그릴까 - 그림으로 읽는 아이들 세계

메릴린 JS 굿맨 (지은이), 정세운 (옮긴이), 책과함께어린이(2019)


태그:#마음을 읽는 책, #아이들은 왜 그림을 그릴까, #그림놀이, #배움책, #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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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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