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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 현상이 기후 변화를 넘어 인류를 위협하는 기후 위기에 맞닥뜨렸다. 지금 당장 정부가 비상 선언을 선포하고 시급히 행동에 나서야 하는 이유를 연속 보도한다.[편집자말]
 미세먼지 매우나쁨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녹색연합이 방독면과 마스크를 쓰고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석탄발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3월 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녹색연합이 방독면과 마스크를 쓰고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석탄발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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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후 파업(Climate Strike)을 선언한다. 온실가스가 빚은 파국에 대항한다. 권력과 자본을 가진 자들은 지구를 망가뜨렸다.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 위기를 초래했다. 이에 나는 가만히 있는 이들에 맞서 비상 행동에 동참한다.

홀로세와 인류세
 

인류가 문명을 건설하고 유지하기 위해 배출한 온실가스가 지구에 충격을 주고 있다. 상처 입은 지구는 기후위기를 통해 우리 문명을 역습한다. 인류가 유례없는 위업을 달성하고 지구를 지배하기 시작한 이 시점에, 바로 그 때문에 우리가 지속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구가 우리를 감싸 안으려는 게 아니라 으스러뜨리려 하기 때문이다.

인류는 1만1700년 전부터 간빙기인 홀로세(Holocene)에서 살고 있다. 홀로세에서도 간혹 참혹한 홍수와 문명을 무너뜨린 가뭄과 같은 사건들이 있긴 했지만, 기후 변동성이 극히 작은 안정된 시기였다. 안정된 기후에서 인류는 계절에 따른 식량 생산 과정을 예측할 수 있어 작물을 경작하고 정착하여 문명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홀로세는 75억이 넘는 인구를 먹여 살리고 현대사회를 지탱해줄 수 있는 유일한 지구 상태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의 삶은 안정과 지속에서 혼란과 변화로 바뀌기 시작했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가 지구환경에 미치는 영향력이 폭발적으로 커지는 이른바 '거대한 가속(Great Acceleration)'이 일어났다. 인류는 지난 1만 년 동안 500세대에 걸쳐 이루었던 변화를 지난 50년 만에 바꾸어 버렸다. 1970년 이후 지구 인구는 2배가 되었다. 같은 시기에 세계 경제 규모는 4배 성장했고 세계 무역은 10배로 증가했다. 

인류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력이 자연의 거대한 힘보다 오히려 커졌다. 인간 활동은 빙하 주기와 화산 분출보다 더 큰 크기와 속도로 지구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인류에 의해 생물 다양성이 소멸하는 속도는 과거 대멸종 시기의 수준에 가깝다. 지질시대는 지질학적 큰 변동이나 특정 생물의 멸종을 기준으로 구분하므로 오늘날은 기존의 지질시대와 달리 불러야 한다.

새로운 지질 시대는 자연의 힘으로 주도되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이고 자발적인 존재인 인간의 힘으로 일어난다. 인류(그리스어로 Anthropos)는 우리 자신의 시대(cene), 즉 인류세(Anthropocene)를 열어젖힌 것이다. 인류세는 오존층 연구로 노벨화학상을 받은 파울 크루첸 교수가 2000년에 처음 제안하였다.

인류세에서 가속화된 경제성장, 소비 활성화, 무자비한 자원 착취가 이루어진다. 이것은 단기적으로 이익을 안겨주지만, 장기적으로는 지구 회복력을 저해하여 취약성을 축적한다. 그러므로 '거대한 가속'은 지구환경의 파괴와 궤를 같이한다. 기후변화, 생태계 파괴, 급격한 환경 변화는 우리에게 전례 없는 이득을 안겨주었던 동전의 또 다른 면이다. 인류가 지금처럼 또는 지금보다 더 잘 살아가려면 부득이 치러야 할 비용이다. 하지만 유한한 지구에서 무한한 물적 성장과 소비를 할 수 없다. 기하급수적 가속은 지속할 수 없고 그 마지막은 반드시 파멸이기 때문이다.

인류는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했다. 얼마 전까지 '큰 행성(big planet)'에서 인류가 이룬 '작은 세상(small world)'은 별 탈 없었다. 지구가 아주 커서 우리가 입힌 상처를 스스로 회복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이제 우리는 우호적인 지구에서 자신을 밀어내고 있다. 우리는 '큰 행성의 작은 세계'에서 '작은 행성의 큰 세계'로 들어선 셈이다.

산업혁명 이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45% 증가했다. 공기 분자 100만 개 당 이산화탄소 130개가 늘어난 것이다. 이산화탄소는 미세먼지처럼 흘러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차곡차곡 쌓인다. 매년 공기 분자 100만 개 당 이산화탄소 2개씩을 온난화 난로에 더 집어넣어 화력이 점차 더 강해진다. 최근 들어 기온이 10년마다 약 0.2도씩 상승하고 있다.

지난 100년 동안 지구 평균기온이 약 1도 상승했다. 과거 마지막 빙하 최대기에서 현재 간빙기에 도달하는 약 1만 년 동안 기온이 4~5도 상승했었다. 인간에 의한 온난화 속도는 이보다 약 20~25배 빠르다. 이것은 마치 우리가 시속 100km로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갑자기 차가 이상해져 시속 2000km 이상으로 돌진하게 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지구 온도 2℃ 상승하면 파국"
 
 기후위기비상행동 소속 회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위기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기후위기비상행동 소속 회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위기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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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는 우리 몸 상태를 나타내는 체온에 비유할 수 있다. 정상에서 1도를 넘으면 미열이 발생하고 1.5도를 넘으면 고열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1도 상승한 오늘날 일시적이고 곳에 따라 발생하는 극단적인 기상 현상으로 기후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그러나 1.5도 이상으로 상승하면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모든 곳에서 자주 발생하게 될 것이다. 이미 오늘날 극단적인 날씨에는 인간의 흔적이 담겨 있다. 폭염, 홍수, 가뭄, 산불 등은 순수하게 자연 요인으로만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천재지변에 대하여 보험회사는 책임이 없다는 약관이 과연 무슨 의미를 지니는지를 알아차려야 한다.

1.5도에서 2.0도까지 상승하면 그 영향은 같은 비율로 단순히 커지지 않는다. 지구가 회복력을 잃는 극적 전환점(tipping point)에 접어들어 그 추세가 더욱 가속된다. 즉,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는 '양의 되먹임'으로 지구를 근본적으로 불안정하게 만든다. '양의 되먹임'은 작은 변화가 다시 원인을 키워 큰 변화를 일으키는 자기 증폭 과정이다. 이 상태에서는 인간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고 해도 지구 스스로 기후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2도를 넘게 되면 지난 1만 1700년 동안의 안정된 기후로 돌아갈 수 없다. 기후 위기는 물, 식량, 에너지, 정치, 안보 등이 상호작용하는 질서에 영향을 주어 결국 국제 위기로도 비화할 수도 있다. 기후 위기는 사회경제와 서로 맞물려 있어 사회 전반에 급속히 파급될 수 있는 것이다.

2015년 파리 기후협약에서 지구 회복력을 유지하기 위해 2도 이내로 기온 상승을 제한하기로 했다. 하지만 파리협약에 따른 각국의 현재 저감 계획이 완전히 수행된다고 해도 이번 세기말에는 3도가 상승할 것이다. 2018년 인천에서 열렸던 IPCC (The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협의체) 제48차 총회에서 세계 각국의 과학자들은 '1.5도 온난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만장일치로 결론 내렸다. 그러기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45%로 줄어야 한다. 그리고 2050년까지는 인간 활동으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이 공기 중에서 인위적으로 제거하는 양과 균형을 이루는 '순 제로(net zero)'에 도달해야 한다.

기후변화의 위험을 거의 확실히 알았던 2000년부터 이산화탄소 감축을 했다면 매년 4%씩 배출량을 줄이면 되지만, 2019년부터 감축을 하면 매년 18%씩 줄여야 2050년에 배출량이 순 제로가 된다. 우리나라 경제 위기였던 1998년 IMF 때, 산업 위축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약 20% 줄었다. 그 동안 기후 위기에 대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야 막으려면 전 세계가 우리나라 IMF 시절의 경제적 충격을 극복해내야 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현재 세계는 과거부터 인류가 능동적으로 선택한 것들이 축적되어 만들어졌다. 하지만 미래 세계는 기후위기에 수동적으로 감당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기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불안정한 기후를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기후위기를 막아야만 한다. 1.5도와 2도를 넘어도 세계는 여전히 지속하겠지만, 기후의 영향과 위험은 기온 상승에 따라 더 커져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세계가 될 것이다. 이는 기온이 상승하는 만큼 인류가 미래에 대한 통제권을 잃어버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후변화 대응은 우리 세대뿐만이 아니라 우리 후손이 주인으로 이 지구상에서 살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1.5도 이내로 막는 경우 어린 세대(1997~2012년생)는 그들의 조부모 세대(1946~1964년생)보다 개인당 이산화탄소 배출을 1/6만 할 수 있다. 지금부터 치열하게 대응한다고 해도 어린 세대가 기성세대보다 심하게 불리하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 체계를 지배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일은 하지 않고 있다. 이제 시민과 청소년이라도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전 세계 시민단체는 9월 20~27일 동안 전 세계 '기후파업(Climate Strike)'을 선언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시민단체가 연합하여 9월 21일 '기후위기 비상행동'과 9월 27일 '청소년 기후행동'을 하기로 했다.

인류세는 성장을 통한 능동적 전망에서 음울한 방어적 자세로 전환되는 시대 정신에 문을 열라고 촉구한다. 하지만 기후 위기는 지금까지 삶의 방식을 되돌아보게 하는 희망적 파국이다. 우리의 삶을 대전환(Great Transformation) 시켜 아끼며 나누는 좋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기후를 구하는 것보다 성장이 더뎌지는 것이 더 걱정인 세상은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는 과학인 동시에 신념이다. 과학은 기후 위기가 분명하다고 알려주고 신념은 기후위기를 가치의 틀 안에 통합 시켜 행동에 나서도록 한다. 이를 통해 안전하게 지속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게 될 것이다.
 
 기후위기
 기후위기
ⓒ 이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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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비상행동 참여 방법]

기후위기에 맞서는 힘은 시민들의 참여에서 나옵니다. 우리의 생존을 위한 행동에 함께 해 주세요.
1) 집회와 행진: 9월21일 3시 대학로에서 모입니다
2) 온라인서명과 인증샷: 웹사이트(https://www.climate-strike.kr/)에서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기사를 작성한 조천호 경희사이버대학 기후변화 특임교수는 초대 국립기상과학원장을 지낸 대기과학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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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사이버대학 기후변화 특임교수. 국립기상과학원에서 30년간 일하고 퇴임했다.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에서 활동하고 있다. 기후변화 과학이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고민하여 이를 ‘파란하늘 빨간지구’에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