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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란 충남도의원
 황영란 충남도의원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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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통제 받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 지난 8월 28일 황영란(더불어민주당·56) 충남도의원은 도정 질문을 통해 충남도에 장애인 탈시설 대책을 촉구했다.  

황 의원이 장애인 탈시설 문제를 언급한 바로 그날 밤, 공교롭게도 공영방송 EBS는 장애인 탈시설 문제를 방송했다. EBS 다큐프라임 <부모와 다른 아이들> 3부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편을 통해 '탈시설 장애인 가족'의 이야기를 다뤘다. 장애인 탈시설 문제는 느린 속도지만 서서히 공론의 장으로 나오고 있다. 황영란 도의원도 바로 그 점에 주목하고 있다.

"탈시설 이야기가 나온 지는 꽤 오래되었다. 느리기는 하지만 탈시설은 하나의 흐름이다. 장애 당사자들조차도 탈시설을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시설 문제는 꾸준히 이야기되어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록 작더라도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황영란 도의원은 '휠체어 장애인'이다. 그의 나이 스물다섯 살이던 지난 1987년 사고로 척수장애인이 되었다. 황 의원이 장애인을 비롯한 소수자 문제에 천착하는 이유도 그때문이다. 

황 의원은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재선에는 관심이 없다. 의원이 되기 전부터 관심을 가져온 장애인과 미혼모 등 사회적 약자와 관련된 조례와 정책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황 의원은 안전취약계층 지원조례 제정과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조례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그가 사회적 약자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도 장애인이기 이전에 미혼모였기 때문이다.

황 의원은 "사실은 나도 미혼모였다. 커밍아웃을 해야 할지를 놓고 많이 고민했다. 미혼모였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며 "수십년 전의 일로 뒤늦게 구설수에 오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누군가는 용기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의 경험과 이야기가 후배 미혼모들에게 힘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더 많은 미혼모들이 용기를 내서 밖으로 나와 목소리를 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난 6일 황영란 도의원의 의회 사무실이 있는 충남도의회를 찾아가 이야기를 들어 봤다. 아래는 그와 나눈 대화를 정리한 내용이다.

- 도의원으로 취임한지 1년이 넘었다. 혹시 아쉬운 점은 없나.
"지난해에 처음 출마한 것은 아니다. 민주당 비례대표로 나온 지 3번 만에 당선됐다. 충분히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평소에 생각했던 것과 정치 현실은 많이 달랐다. 지난 1년 동안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주의를 관망한 측면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많이 아쉽다.

그동안 '5분 발언'은 3개, '도정 질문'은 1개를 했다. 5분 발언을 통해 중증 장애인, 미혼모, 지역 아동 센터 문제를 언급했다. 도의원이 되기 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것이 바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문제였다. 지난 1년 동안 사회적인 약자의 입장에서 목소리를 냈다. 그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탈시설 문제, 장애인의 선택 존중해야"

- 얼마 전 도정 질문을 통해 장애인 탈시설 문제를 언급했다. 장애인 탈시설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지역의 '장애인 부모회'에서 활동한 적이 있다. 그 시절 서울에서 진보적인 단체들이 장애인 자립생활과 관련된 활동을 하는 것을 많이 보게 되었다. 장애인 자립생활 센터에서도 근무했다. 장애인 자립생활은 결국에는 탈시설 문제로 연결된다. 자연스럽게 탈시설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장애인 탈시설을 위해서는 지역 인프라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시설에서 나오고 싶어 하는 장애인들도 적지 않다. 시설 안에 거주하고 있는 장애인(가족 포함)들에게 자립생활과 관련된 정보를 정확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 정책적인 측면에서도 자립생활을 위한 정착금 지원은 물론이고, 활동보조 인력을 24시간 지원해야 한다. 충남의 경우, 장애인 탈시설을 위한 로드맵이 아직 없다. 지금 당장이라도 팀(TF팀)을 꾸려 로드맵을 짤 필요가 있다."

- 장애인 탈시설 이후, 사후 조치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대안 없는 변화'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장애인 자립 생활의 경우, 개인의 선택과 결정을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완벽한 상태로 시작되는 일은 거의 없다. 일부 장애인들은 이미 탈시설을 외치며 밖으로 나오고 있다. 이런 주장에 대해 '무조건 반대'만 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본다. 지방정부 차원에서 먼저 나서서 탈시설 장애인들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 탈시설이 아니라, 장애인 공동체를 꾸리고 공동생활을 하기를 원하는 장애인들도 있다. 그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런 개념이 바로 자립주택이다. 보통 3~5명이 모여 산다. 서울에서는 장애인 자립주택이나 체험 홈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 물론 그곳에는 담당 교사가 있다. 하지만 장애인 탈시설의 궁극적인 목적은 '통제'를 거부하는 것이다. 그에 맞춰서 제도를 마련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

현재 장애인 시설의 경우, 장애인 1인당 연평균 3000 정도의 비용이 사용된다고 추산되고 있다. 이 정도의 비용을 탈시설을 원하는 장애인에게 지원한다면 자립생활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본다."

- 최근 장애인 활동지원을 만 65세로 제한하고 있는 활동지원 법률이 문제가 되고 있다. 장애인들은 '현대판 고려장'이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장애인들은 노화가 진행되면 장애 정도나 퇴행성 질환이 더욱 심해지곤 한다. 65세 이상이 되면 노인 장기 요양 보험의 적용을 받는다. 활동보조를 받는 시간도 줄어들게 된다. 상식적으로나 인권 차원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예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속히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장애인 활동지원은 생존권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충청남도의 경우 현재 수요를 파악하고 있다. 오는 2020년부터 예산을 지원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

"저출산 정책, 미혼모 지원도 이루어 져야"

- 최근 관심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문제가 혹시 있나.
"장애인 직업문제와 미혼모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혼모 지원 조례를 만들기 위한 입법 활동을 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미혼모 조례'가 폐지되고 '한 부모 조례'로 통합되는 추세였다. 미혼모 조례 대신 한 부모 지원 조례를 만드는 일에 힘을 보탰다.

한부모 지원 조례가 만들어지긴 했지만 아쉬운 점은 여전히 있다. 지난해 충남에도 미혼모 관련 단체가 만들어졌다. 미혼모들이 밖으로 나오고 있다. 저출산 문제와 미혼모 문제를 하나로 연결해서 볼 필요가 있다.

프랑스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때 혼인 관계에 의한 출산 문제에만 국한 하지 않았다. 미혼모와 같은 비혼 가정의 아이들을 지원했다. 그런 과정에서 저출산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했다. 출산을 장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태어난 아이들을 지원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미혼모들이 아이를 입양 보내지 않고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태그:#황영란 , #장애인 탈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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