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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입 베어 물면 '바삭'. 고소하고 달콤하게 녹아내리는 명절 음식, 한과. 추석을 앞두고 가을바람 따라 고소한 냄새 퍼지는 곳이 있다. 예산읍 예산리 '예산한과'다.

가정집 1층에 마련한 사업장에 들어서니 엿 고는 달큰한 향이 가득하다. 소쿠리에 듬뿍 담긴 유과가 반짝이는 엿 고물로 옷 입혀지길 기다리고 있다. 이미영 사장은 옛 어른들이 집에서 만들던 방법을 배워 수제한과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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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한정보> 김두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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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오니 명절마다 시어머니께서 한과를 직접 만드셨어요. 저는 막내며느리여서 따로 배우지 않고 있었는데, 어머님이 더이상 만들지 않으시는 걸 보니 그 기술이 아깝게 느껴졌죠.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어머님을 찾아가니 놀라시더라고요."

이씨가 수제한과를 만들게 된 배경을 설명한다.

"처음 배울 땐 모두 옛 방식 그대로 알려주셨어요. '꽈리친다'고 방망이로 찹쌀 반죽을 치대기도 하고 네모난 모양인 '산자'도 만들었죠. 산자에 비하면 손가락 모양인 유과는 수월한 편이에요. 하나하나 수제로 만들어 모양은 공장에서 나온 것처럼 똑같지 않지만, 드시는 분들이 '너무 달지도 않고 고소하니 맛있다' 해주셔 그 보람으로 하고 있어요."
 
맛있는 유과가 나오기 위해서는 찹쌀(1)을 발효해 만든 반대기(2)가 잘 만들어져야 한다. 이를 알맞게 건조해 튀기면 뽀얗고 둥그런 모양이 나온다(3). 달콤한 엿으로 옷을 입히고 각종 고물로 화려하게 단장시키면 수제한과 완성이다(4).
 맛있는 유과가 나오기 위해서는 찹쌀(1)을 발효해 만든 반대기(2)가 잘 만들어져야 한다. 이를 알맞게 건조해 튀기면 뽀얗고 둥그런 모양이 나온다(3). 달콤한 엿으로 옷을 입히고 각종 고물로 화려하게 단장시키면 수제한과 완성이다(4).
ⓒ <무한정보> 김두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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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과 만드는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우선 찹쌀을 씻어 물에 담가 발효한다. 날씨에 따라 기간은 다른데, 따뜻할 땐 4~5일, 겨울에는 1주일 정도 걸린다. 잘 빻은 다음 콩물과 소주를 넣고 반죽해, 알맞게 쪄서 치댄다. 잘 펴서 모양에 맞게 썰어 건조한 것이 '반대기'다.

"발효하는 것부터 튀기고 옷 입히는 것까지 모든 과정이 예민한 작업이지만, 반대기가 잘 만들어져야 과정이 순탄해요. 반죽의 농도부터 썰어내는 두께, 건조과정까지 잘못하면 모두 버리게 되죠. 만들다 보면 옛날 분들이 참 정성으로 어렵게 하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이야 반죽기랑 건조기가 있지만, 저 시집왔을 때만 해도 방바닥에 불 때서 반대기를 말렸어요. 불조절을 못하니 마르는 대로 가져가 튀겼죠."

이씨가 알맞게 마른 반대기를 주무르며 튀길 준비를 한다. 기름 솥은 두 개다. 낮은 온도에서 반죽을 불려준 다음, 높은 온도의 기름에서 모양을 만들어낸다.

"예쁘게 잘 나왔네."

하얗게 피어오르는 유과를 보며 흐뭇하게 웃는다.

"이렇게 모양이 잘 나오면 뿌듯해요. 발효도 건조도 잘 된 거예요. 이것만 먹어도 맛있어요. 한번 드셔보세요."

'바사삭'하고 사라지는 끝에 고소한 향이 기분 좋게 퍼진다.

"둥글둥글 예쁜 한과처럼 올 추석 주민들 모두 행복하면 좋겠어요."

소박한 바람을 건네는 이씨의 한마디에 훈훈한 추석 풍경이 그려진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태그:#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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