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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대형 SUV 트래버스.
 쉐보레 대형 SUV 트래버스.
ⓒ 한국지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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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군산공장 폐쇄와 한국 철수 논란이 겹치면서 판매 부진이 심각해진 한국지엠은 올해 3월 서울모터쇼에서 자존심 회복을 다짐했다. 미국 본토에서 검증된 차량을 대거 투입해 국내 시장에서 판매 회복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첫 번째 주자는 픽업트럭 '콜로라도'와 함께 출시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래버스'다.

2008년 데뷔해 2017년 2세대 모델로 변신한 트래버스는 SUV의 치열한 각축장인 북미 시장에서 이미 성공을 거둔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북미시장에서 연간 10만대 이상 판매되고 있다. 1935년 처음으로 SUV '서버번'을 출시한 후 덩치 큰 SUV 시장을 이끌어온 쉐보레의 탄탄한 기본기가 그 바탕이다.

때문에 한국지엠으로서는 커지고 있는 국내 대형 SUV 시장을 공략할 선두주자로 트래버스를 선택한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특히 중형 SUV 이쿼녹스도 미국에서 공수해 투입했지만 1년 동안 총 판매량이 2600대에 그치는 참패를 한 후라 다른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중형SUV로 분류되지만 국내에서는 대형SUV 시장에서 경쟁하게 될 트래버스. 과연 국내에서도 덩칫값을 할 수 있을까. 지난 4일 트래버스를 직접 경험해 봤다.

육중한 트래버스의 첫인상, 3열까지 여유 있는 공간
 
쉐보레 대형 SUV 트래버스.
 쉐보레 대형 SUV 트래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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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을 먼저 살펴보자. 트래버스의 가장 큰 장점은 넉넉한 실내공간이다. 사진보다 실물이 더 커 보이는 육중한 트래버스의 첫인상은 실내 공간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실제로 트래버스는 국내 SUV 중 최대 크기를 자랑한다.

길이는 5200㎜에 이르고 너비는 2000㎜, 높이는 1785㎜다. 휠베이스(앞뒤 바퀴 사이 거리)는 3m가 넘는다. 국내 대형 SUV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떠오른 팰리세이드와 크기만 놓고 보자면 한 급 위라고 볼 수 있다.

덕분에 실내는 미니밴을 연상시킬 만큼 넓다. 독립식 캡틴 시트(의자 옆에 손잡이가 장착된 형태)가 자리한 2열은 머리 위 공간(헤드 룸)은 물론 무릎 공간(레그 룸) 모두 여유가 있었다. 특히 시트 사이의 공간도 넉넉하고 바닥을 평평하게 설계해 보다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또 1열은 물론 2열에도 선루프가 설치돼 있고 창문 크기도 넉넉해 개방감도 좋다.

대부분의 7인승 SUV 3열은 유명무실한 공간이지만 트래버스는 달랐다. 무릎 공간이 동급 경쟁 차들 보다 최대 50㎜ 더 긴 덕분에 성인 2명과 어린이 1명 정도는 충분히 앉을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측면에 작은 창도 설치 돼 있어 답답한 느낌을 최소화했다.

다만 경쟁 차종 보다는 넓다고는 해도 성인이 앉았을 경우 2열 시트와 무릎 사이에 주먹 반개 정도의 공간밖에 남지 않아 장거리 이동시에는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또 풍절음이나 바닥 소음이 1열과 2열에 비해 다소 커 거슬리기도 했다.

2열과 3열을 위한 편의 품목은 실용적인 편이다. 2열 천창에는 송풍구가 독립적으로 설치돼 있고 운전석 센터콘솔 뒤에는 공조 장치와 충전용 USB 포트가 마련돼 있다. 특히 220V·150W급 콘센트도 설치돼 있어 노트북 충전도 가능하다. 트렁크 공간은 3열까지 모두 사용해도 615ℓ로 부족함이 없다.
 
쉐보레 대형 SUV 트래버스 내부.
 쉐보레 대형 SUV 트래버스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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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대형 SUV 트래버스 내부.
 쉐보레 대형 SUV 트래버스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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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차 같지 않네'... 안정적이고 단단한 주행 성능 

직접 운전하며 경험한 가속성능과 승차감도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트래버스는 6기통 3.6ℓ 직분사 가솔린 엔진을 사용한다. 최고출력 314마력, 최대토크 36.8㎏·m의 힘은 길이 5.2m에 중량 2.1톤에 달하는 트래버스를 부족함 없이 이끌었다. 고속도로에서 가속 페달에 힘을 주는 대로 속도가 빠르게 올라갔다.

부드러운 가속감이 인상적이었다. 엔진회전수가 5000rpm이 넘어가자 6기통 엔진의 경쾌한 소음이 기분 좋게 밀려왔다. 9단 자동변속기는 반응이 느리지 않아 운전자가 느끼지 못할 정도로 부드러운 변속을 유도했다.

승차감도 전형적인 미국차와는 달랐다. 서스펜션은 안정적인 승차감에 초점을 맞춘 듯 노면의 충격을 잘 거스르며 달렸다. 다만 너무 무르다는 평가를 받는 전형적인 미국차와는 달리 유럽차의 단단함이 가미됐다. 핸들의 무게감도 예상보다 가벼워 운전석에서 큰 차를 운전하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시속 100㎞에서 엔진 회전수는 1500~1600rpm밖에 되지 않아 고속주행에서의 안정성과 정숙성을 보여줬다. 연비는 고속도로에서 무리하지 않고 정속으로 달리면 리터 당 8~9㎞를 유지해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한국GM이 밝힌 트래버스의 복합연비는 리터당 8.3㎞(고속에서 10.3㎞, 도심에서 7.1㎞)다.

포장도로를 벗어나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주행력도 인상적이었다. 시승 당시 비가 내려 산길은 진흙으로 변해 미끄러웠고 곳곳에 물웅덩이가 버티고 있었다. 주행 중에 구동 방식을 전환할 수 있는 트랙션 모드를 이용해 주행 모드를 오프로드로 바꿨다. 다이얼을 오른쪽으로 돌리자 저단에서 강한 힘을 내고 안정적인 접지력을 발휘하는 오프로드 모드가 활성화 됐다. 비가 내리는 좁은 산길에서도 트래버스는 안정감을 보여줬고 급한 오르막길에서도 뒤로 밀리는 느낌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깊게 패인 곳에서도 바퀴가 헛도는 상황은 나오지 않았다.

안전운전 도우미 디스플레이 룸미러, 비 올 땐 '글쎄'
 
쉐보레 트래버스의 디스플레이 룸미러. 광각 카메라로 촬영된 후방 상황을 비쳐주지만 비가 오는 날 물방울이 렌즈에 튄 탓인지 뿌옇게 흐려졌다.
 쉐보레 트래버스의 디스플레이 룸미러. 광각 카메라로 촬영된 후방 상황을 비쳐주지만 비가 오는 날 물방울이 렌즈에 튄 탓인지 뿌옇게 흐려졌다.
ⓒ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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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버스는 디스플레이 기능이 있는 룸미러가 장착돼 있다. 차 후방에 설치된 고해상도 광각 카메라가 찍은 영상을 룸미러에 비쳐준다. 일반 거울보다 최대 300% 넓은 후방 시야을 확보할 수 있어 안전운전에 도움을 준다. 시승 당시 터널을 들고 날 때 주변 밝기가 급변했지만 광각 카메라 통해 안정적으로 후방 시야 확보가 가능했다.

다만 날씨에 따라 기능에 문제가 생길 소지는 있다. 시승 당시 비가 내리자 룸미러에 비친 영상은 카메라에 묻은 물방울 때문이었는지 뿌옇게 번져 보였다. 후방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어쩔 수 없이 일반 거울로 전환했다. 비나 눈에도 지장이 없도록 하는 기술적 장치가 필요해 보였다.

트래버스에는 최대 2.2톤의 트레일러나 카라반을 체결해 운행할 수 있는 견인 장치가 기본으로 적용돼 있다. 일반 차량에 견인 장치를 설치하기 위해 개조를 하려면 적지 않은 비용과 품이 드는 것을 감안하면 캠핑 등 야외활동이 잦은 소비자들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인 시스템이다.

또 수입해 판매하지만 한국지엠의 400여 개 서비스센터에서 정비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 중 하나다.

투박한 실내 인테리어, 부족한 주행 보조 옵션은 단점
 
쉐보레 대형 SUV 트래버스 내부.
 쉐보레 대형 SUV 트래버스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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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버스는 단점도 분명하다. 미국차 특유의 투박한 내부는 고급 소재를 쓰고 마감에 공을 들이는 국산 브랜드와 차이가 크다. 무뚝뚝한 인상의 계기판과 디스플레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흠집에 약한 플라스틱 소재가 사용된 변속레버 주변의 마감 등은 고급스럽다는 느낌과는 거리가 멀다.

트래버스는 전량 수입해서 판매하기 때문에 국내 시장만을 겨냥해 미세조정을 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는 공급자의 사정일 뿐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의 정서는 트래버스가 넘어야할 큰 산이다.

특히 5000만 원 가까이 지불해야 하는 수입차에 앞차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주행 상황에 맞춰 속도를 스스로 제어하는 '어댑티드 크루즈 컨트롤'이 없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 장치는 장거리 주행이나 정체 구간에서 운전자 피로도를 덜어주는 매력적인 옵션이라는 점에서 경쟁차 대비 아쉬운 부분이다.
 
쉐보레 대형 SUV 트래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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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버스의 가격은 LT 레더 4520만 원, LT 레더 프리미엄 4900만 원, RS 5098만 원, 프리미어 5324만 원, 레드라인 5522만 원이다. 현재 북미 시장에서 직접 경쟁을 벌이고 있고 국내에서도 인기가 좋은 포드 익스플로러와 비교해 500만 원 정도 낮게 책정됐다. 반면 더 강력한 경쟁 모델인 현대차의 팰리세이드보다는 500만~600만 원 정도(3.8 가솔린 모델 기준, 옵션 적용시) 비싸다.

북미에서 전량 수입해 판매하게 되므로 판매 구조상 수입 SUV지만 온전하게 수입차로 인정받지 못하는 쉐보레의 고민이 담겨 있는 가격 설정이다.

트래버스가 시장에 안착하기 위한 관건은 '쉐보레는 국산차'라는 인식이 강한 국내에서 수입차로 인정받느냐다. 수입차로서의 정체성이 있어야 수입 경쟁 모델 대비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국내 모델보다 비싸다는 인식으로부터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쉐보레 트래버스는 4500만~5000만 원 정도를 지불하고 가족을 위한 SUV로 구입할 만한 가치가 있을까. 트래버스를 직접 경험하고 난 후 답을 해보자면 이렇다.

'무뚝뚝하고 투박한 내부 인테리어에 실망해 구입을 포기했다가도 직접 차를 운전해 보면 탄탄한 기본기에 맘이 바뀔지 모른다. 구입 후보 목록에 올려 충분히 올려볼 만하다.'

태그:#트래버스, #쉐보레, #한국지엠, #팰리세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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