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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 싸움판 일색이다. 벼랑까지 몰고 가는 한일갈등, 미중무역전쟁, 안 풀리는 남북관계, 막말잔치 여야정치싸움. 모두 국익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벌이는 싸움이다.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 다큐멘터리 영화 <주전장>을 보았다. 위안부 문제를 우리 시각이 아닌, 일본계 미국인(미키 데자키 감독)시각으로 본 기록영화라 해서 관심이 갔다. 혹시 답답증을 풀어줄 실마리라도 있지 않을까?

일본이 엄청난 물량 로비를 펼치며 막아서는데도 불구하고 소녀상이 샌프란시스코에 세워진다. 주전장(主戰場 ; The Mainground of Comfort Women Issue)이란 제목이 암시하듯 '위안부 이슈의 주된 전쟁터'는 일본이나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다. 답답증은 안 풀리지만 요즘 온통 막말이 판치는 이유 한 가지는 찾은 것 같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자기 입맛과 다른 얘기엔 자기 말로 막아버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위안부는 매춘부이고, 난징대학살은 중국인에 의해 조작된 역사일 뿐이다'라고 주장하는 한 일본 유력 역사학자(?)는 위안부문제를 다룬 일본 진보역사학자의 책을 읽었느냐는 질문에 '왜 내가 그 책을 읽어야하나?'고 오히려 반문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사람은 대개 목소리가 높다. 자기 주장이 잘 안 먹히면 막말이 나온다.

최진석 교수는 <생각하는힘 노자인문학>에서 유위(有爲)와 무위(無爲)를 설명하면서 '봐야하는 대로 보는 사람'과 '보여지는 대로 보는 사람'에 대해 말한다.
 
"이 세계를 이념이나 신념과 같은 가치론적인 기준에 따라서 봐야 하는 대로 보는 사람은 보여지는 대로 볼 수 있는 사람에게 항상 패배할 수밖에 없습니다."

'봐야하는 대로 보는 사람은 자신의 뜻을 세계에 부과하려고만 하고 세계의 변화 자체를 알려 하지 않기 때문에 그 변화에 적절한 반응을 하기 어려워 항시 패배한다'는 말이다.

'보여지는 대로 보기'는 '무위(無爲)'처럼 쉽지 않다. 시각이 다르면 똑같은 사물도 달리 보인다. 반 지하에서 올려다본 골목길과 언덕 위 2층에서 내려다보는 골목길은 다르다.

아는 게 많으면 더 많이 보인다. 눈 밝은 사람은 눈 어둔 사람보다 더 세세하게 본다. '봐야하는 대로 보기'는 이념이나 신념이라는 색안경을 쓰고 없는 색깔까지 입혀서 보는 유위(有爲)이다.

생존경쟁 시각에서 보자면 세상은 온통 싸움터다. 나도 너도 빠져나가 구경꾼이 될 수 없는 싸움판이다. 나라 안 싸움판은 총칼 대신 막말이 난무한다. 나라 사이는 자본력을 무기처럼 휘두르는 무역분쟁이다. 곧 멱살이라도 잡을 것처럼 험악하다. <총균쇠>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최근 '개인과 국가가 위기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하여 <대변동: 위기,선택,변화>를 썼다.

다이아몬드는 서문에서 최근 가장 핫 이슈인 '트럼프 리더십'과 '영국의 브렉시트'를 책에 언급하지 않은 이유를 밝힌다. '<대변동>이 3~4주 읽히다 버려질 책이 아니라 수 십 년 동안 읽혀지길 바라기 때문'이란다. 3~4주 지나면 상황이 뒤바뀔 만큼 세상 변화는 빠르다. 더군다나 천차만별한 개개인의 가치관, 조변석개하는 민심까지, 아무리 세계 석학이라도 해결책을 예견할 수는 없다.

다이아몬드는 "그 빠른 변화에 따라 자신의 능력과 가치를 재점검하고 자신의 기준을 바꾸어 새로운 변화에 적응해야 위기를 미래의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 충고한다.

개인이 바뀌어야 나라도 바뀐다. 그러나 위기가 닥쳤을 때 '자신의 능력과 가치를 재점검하고 기준까지 바꿀 만큼' 고집 세지 않고 마음이 트인 개인은 찾기 힘들다. 나는 어느 정도인가. 지난해 겨울 옷을 벗지 않고 올 여름 내내 버티면서 답답하다 화만 내고 있지나 않는지.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 EBS <인문학 특강> 최진석 교수의 노자 강의

최진석 지음, 위즈덤하우스(2015)


대변동 : 위기, 선택, 변화 -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은이), 강주헌 (옮긴이), 김영사(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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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글로 쓰면 길이 보인다'는 가치를 후학들에게 열심히 전하고 있습니다. 인재육성아카데미에서 '글쓰기특강'과 맨토링을 하면서 칼럼집 <글이 길인가>를 발간했습니다. 기자생활 30년(광주일보편집국장역임), 광주비엔날레사무총장4년, 광주대학교 겸임교수 16년을 지내고 서당에 다니며 고문진보, 사서삼경을 배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