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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입시제도 역사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획일화입니다.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문제점도 입학사정관제로부터 시작된 학종의 무분별한 확대에 있습니다. 어떠한 입시제도이든 간에 거기에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거면 다 된다는 식의 만능주의가 우리의 교육을 망쳐왔습니다. 수능 만능주의, 학종 만능주의 등 하나의 제도로 복잡한 대학입시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우(愚)를 범해온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가 걸어온 길을 차분하게 반성하면서 대학입시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지난 20년간 현장에서 입시지도를 한 교사의 입장에서 대입의 해법을 제시해 봅니다.

첫째, 학생부 교과를 현 상태로 유지하되, 3학년 2학기 성적까지 넣어서 대학입시에 반영해야 합니다. 3학년 1학기 기말고사만 끝나면 책을 버리는 이 어처구니 없는 고3 교실의 혼란을 막아야 합니다. 학생부 교과 전형은 내신점수만으로 하는 정량평가이기 때문에 물리적 시간이 많이 드는 전형이 아닙니다. 컴퓨터에 집어 넣으면 곧바로 합격자가 가려지기 때문입니다. 대입보다 중요한 것이 학교를 살리는 길이기 때문에 학생부 교과는 절대적으로 3학년 2학기 성적까지 합산하여 반영되어야 합니다.

둘째, 학종의 축소입니다. 학종의 비율이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는 25%내외이지만 상위권 대학으로 가면 70%를 상회합니다. 대부분 학종으로 뽑는다고 보면 됩니다. 이것이 획일화이고 현재 대한민국 교육을 망치는 주범 중 하나입니다. 왜냐하면 고등학교에서는 상위권 대학에 몇 명을 보내느냐에 목숨을 걸게 되고 그러다 보면 학교의 모든 교육과정이 아이들 몇 명 상위권 대학에 보내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기 마련입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나 못하는 아이나 할 것 없이 스펙 쌓기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학종을 대폭 축소하여 정상적인 고등학교 교육과정이 운영되도록 해야 합니다.

셋째, 수능 시험의 절대평가가 필요합니다. 현재 수능이 필요한 수험생은 전체 수험생 중 절반에 불과합니다. 수험생 중 30만 명 정도가 수능 필요없이 대학을 가는 구조인 것이죠. 이런 상태에서 상대평가를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30만의 수험생이 소위 깔아주는 역할밖에 하는 일이 없는 것입니다. 수능이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몇 명이 보느냐에 따라서 등급이 갈라지는 상대평가의 맹점이 보완될 수 있습니다. 이는 현재 도입중인 고교학점제와도 맞아 떨어집니다. 내가 시험을 보는 과목에 인원이 많고 적고에 따라 등급의 희비가 갈리는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는 학종 축소에 따른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IB·International Baccalaureat, 논술서술형 교육평가 체계)의 도입입니다. 학종의 축소와 수능 시험의 절대평가로의 전환은 상위권 대학에 불안감을 가져다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IB 시험의 도입으로 그 공극을 메울 수 있습니다. 창의력을 평가하는 IB 시험의 도입으로 인재를 얼마든지 선발할 수 있습니다. 수능의 또 다른 형태인 IB 수능은 8월에 치러 현재 수능과 겹치지 않도록 하면 됩니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두 가지 수능 중 하나만 선택해서 응시하거나, 두 개를 다 응시하면 되고 그 성적을 가지고 대학에 진학하면 됩니다. 대학에서는 자신들의 방침에 따라 수능 성적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면 됩니다.

결론적으로 학생부 교과, 학생부 종합, 절대평가 수능, IB 수능 이렇게 4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입시를 실시하고, 학생들은 자신의 적성과 특기 그리고 능력에 맞는 입시제도를 선택하여 공부하고 이를 토대로 대학에 진학하면 됩니다. 이러한 제안을 하면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이 가중된다, 사교육이 더 기승을 부릴 것이다 등등의 비판이 나올 것이 뻔합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군더더기에 불과합니다. 어떠한 입시제도가 도입되든 간에 항상 나오는 말들이었거든요.

선택지가 넓을 때 학생이나 학부모는 여유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 여유는 공부의 여유뿐만 아니라, 진로 선택의 여유, 진로 속도의 여유, 고등학교 선택의 여유 등 다양하게 나타날 것입니다. 이렇게 현재 입시제도의 개혁은 고등학생들 뿐만아니라 초등학교나 중학교 학생들에게도 여유를 가지고 공부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장기적인 교육개혁을 위해 입시제도의 개혁이 시급히 요청되는 이유입니다.

대한민국 교사로 산다는 것 - 내가 초보 교사 시절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들

김재훈 (지은이), 우리교육(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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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대한민국 교사로 산다는 것'의 저자 김재훈입니다. 선생님 노릇하기 녹록하지 않은 요즘 우리들에게 힘이 되는 메세지를 찾아 떠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