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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섬주민 협의회 창립(2019.2.19) 후 기념촬영에 나선 일행들
 전국 섬주민 협의회 창립(2019.2.19) 후 기념촬영에 나선 일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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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 산다는 이유로 차별받았다고 생각한 섬주민들이 교통과 생활 불편 해소를 위한 청와대 국민청원을 시작했다.

(사)전국섬주민협의회원(회장 이정호)들이 한 달간(9.3~10.3) 청와대 국민청원을 시작하며 내세운 구호는 '아직도 섬으로 들어가는 여객선은 대중교통이 아닙니다'이다. 이들을 화나게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보석같은 섬들... 섬주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현실은?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 국가이며 해양국가이다. 바다에는 3400여 개의 섬이 있고 447개의 유인도서가 자리하고 있다. 섬에는 많은 주민들이 거주하고 연간 1400만 명이 섬을 방문한다. 섬은 어업전진기지로, 해양목장센터로, 휴양지로, 관광지로 개발이 가능한 보석같은 존재다.

정부는 섬이 주는 의미와 쇠퇴해가는 섬의 발전을 위해 세계 최초로 매년 8월 8일을 '섬의 날'로 정했다. 2019년 8월 8일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1회 섬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하지만 섬의 날 기념식만 하고 섬주민들에게 실질적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 기념식은 공염불에 불과할 뿐이다.   

육지는 버스, 기차, 자동차, 비행기 등 다양한 운송 수단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섬주민들은 오직 여객선만 바라보며 살고있다. 하지만 관계 당국에서는 섬에 관해선 방치에 가까울 정도로 무관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교통/건축/국토' 분야에는 (사)전국섬주민협의회원들이 올린 '아직도 섬으로 들어가는 여객선은 대중교통이 아닙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있다. 8일 현재 2025명이 청원내용에 동의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교통/건축/국토" 분야에는 (사)전국섬주민협의회원들이 올린 "아직도 섬으로 들어가는 여객선은 대중교통이 아닙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있다. 8일 현재 2025명이 청원내용에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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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 중 하나는 균형 발전이다.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기 전(2017.5.8 인천 유세 중) 발표한 공약사항에도 '여객선공영제'가 들어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중반을 넘긴 지금까지도 공약이 실현되지 않고 있다. 섬주민들이 해양수산부나 해양경찰청 담당부서 공무원들을 찾아가면 기피하고 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나선 그들의 불편사항과 요구사항을 들어보자.

섬 주민들이 공통으로 겪는 불편함과 개선 요구사항은?

◆섬주민 택배비 인하
우체국은 육지와 같으나 일반 택배비는 기본요금 2500원에 도선료 명목으로 5000원을 더 받는다. 섬주민들은 "과도한 택배비를 인하해달라"며 청원에 나섰다.

◆차도선에 차량 탑승시 운전자 운임 무료 요청
예전에는 차량을 가지고 차도선에 탑승할 때 운전자는 무료였다. 하지만 세월호 사건 이후 차와 운전자 요금을 따로 받고 있다. 그러므로 예전처럼 운전자 요금을 면제해 달라는 게 그들의 청원요지다.

◆여객선 시계 제한 완화
항해술과 최신기술이 발전한 지금도 옛날 법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해사안전법 제 38조, 시행규칙 제 31조 에서는 시계제한기준을 1000m로 설정해놓고 있다. 해운기술이 우리보다 앞선 일본의 시계제한기준은 항내 1000m, 항로 500m로 시행하고 있다.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전근대적 법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시계제한기준을 완화하라"는 게 섬주민들의 주장이다.

◆운항통제 기준 완화
전국에 있는 여객선 선사들은 풍랑주의보가 내려지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선사가 판단해 결항시키는 경우가 너무 많다. 따라서 "제멋대로인 운항 통제 기준을 누구나 납득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운항시스템을 구축하라"는 게 그들의 요구다.

여객선을 버스나 지하철처럼 대중교통수단에 포함하라
섬주민들은 위에 든 주장뿐만 아니라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개선사항도 지적했다. "연안여객선을 버스나 지하철처럼 대중교통수단에 포함시키라. 노후선박 교체, 선착장 개보수, 친환경 여객선 도입. 이용자 운임을 지원하라"
  
10여일 전 연안여객선을 타고  목포대학교 이재언 연구원과 함께 1박 2일간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를 방문하는 동안 여행 경비가 30여만원 들었다.  그 돈이면 비행기를 타고 가까운 중국 연안도시 방문도 가능하다. 관계당국에서는 섬주민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10여일 전 연안여객선을 타고 목포대학교 이재언 연구원과 함께 1박 2일간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를 방문하는 동안 여행 경비가 30여만원 들었다. 그 돈이면 비행기를 타고 가까운 중국 연안도시 방문도 가능하다. 관계당국에서는 섬주민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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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안여객선과 목포대학교 이재언 연구원의 배를 타고 전국 섬 100여 개를 돌아본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이들 요구가 결코 지나치지 않다. 현재 육지와 섬을 연결하는 연안여객선 요금은 Km당 KTX의 4~5배 정도 비싸며 항공료보다 비싸다.

필자가 10여 일 전 인천 – 백령도행 연안여객선을 탔을 때 이용요금은 6만6500(편도)원이었다. 백령도를 1박 2일 여행할 동안 경비가 30여 만 원이 들었다. 그 돈이면 비행기 타고 가까운 중국여행도 가능하다.

여수 - 제주간 비행기 요금이 4만5000원이고 카페리 요금도 같다. 배멀미를 하며 몇 시간이 걸리는 배편을 선호할까? 뿐만 아니다. 여객선은 풍랑이 거세지면 수시로 결항한다.

연안 여객선공영제를 실시하라
전국섬주민협의회원들은 연안여객선을 '해상간선도로'로 인정하고 SOC차원에서 주민참여 여객선 완전공영제를 실시하라고 주장한다. 하여 섬 주민들뿐만 아니라 여객선을 이용하는 국민에게도 쾌적하고 저렴한 여객선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요구사항이다.
  
전국에 살고있는  섬 주민 대표들이 '전국 섬주민협의회' 창립을 위해 회의를 하고 있다. (2019.2.19 목포 신안비치호텔)
 전국에 살고있는 섬 주민 대표들이 "전국 섬주민협의회" 창립을 위해 회의를 하고 있다. (2019.2.19 목포 신안비치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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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공영제는 해운 선진국에서 이미 실시하고 있는 정책

여객선공영제는 해운 선진국인 캐나다와 그리스, 노르웨이, 미국, 스웨덴에서도 이미 실시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국영기업인 마린아틀란틱이 2개 항로를 직접 운영하고, 브리티시 콜롬비아 주정부는 25개 항로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그리스와 노르웨이는 영세항로에 대해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미국은 주정부 및 각 지방정부가 선사를 직접 운영하고, 스웨덴은 입찰을 통해 운항사를 선정한 뒤, 수익은 정부가 환수하고, 선사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전국 섬을 돌아보면 대부분 주민이 고령의 노인들뿐이었다. 이들이 세상을 떠나면 많은 섬들이 무인도가 될 날이 머지않았다. 살기 좋은 섬, 돌아오는 섬을 만들기 위해서는 섬주민들의 불편함을 해소해줘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섬주민 국민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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