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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일 일요일(현지시각), 독일의 구 동독지역인 작센주(Sachsen)에서 지방선거가 치러졌다. 드레스덴(Dresden), 라이프치히(Leipzig) 등의 도시로 잘 알려진 작센주이지만 지난 2018년 8월 켐니츠(Chemnitz)에서 독일 전역에서 몰려온 6000명이 넘는 극우 네오나치들의 시위가 있어 더욱 유명해졌다.

16개의 연방 주들이 지역분권 정치를 실현하고 있는 독일에서 각 주선거는 지역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정치인들을 선출하기에 연방선거 못지 않게 중요한 선거이다. 
  
이번 작센주 선거는 여러 의미에서 귀추가 주목됐다. 현재 전국 단위에서 증가하고 있는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 독일을위한대안(AfD)이 과연 작센주에서도 얼마만큼 선전할 것인가, 전 유럽을 휩쓸고 있는 '기후 위기' 이슈와 스웨덴 출신 16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의 영향에 따라 최근 선거에서 상승세를 보이는 녹색당(Grüne)이 전통적으로 지지율이 낮았던 구동독 지역에서 얼마나 지지를 받을 것인가 등이 관심을 모았다.

또, 앙겔라 메르켈의 지지율 하락 영향 아래에 있는 기민당(CDU)이 전통적 지지층을 갖는 작센주에서 얼마나 선전할 수 있을까, 사민당(SPD)의 추락은 어디까지 인가, 당내 분쟁과 대표 정치인 사라 바겐크네히트(Sahra Wagenknecht)의 탈당을 겪은 좌파당(Die LINKE)은 얼마만큼 유권자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인가도 이목이 모아지는 부분이었다.

선거 결과, 기민당이 32.1% 득표율로 가장 많은 의석수를 차지했다. 기민당은 총 60개 지역구 중 41개에서 승리하며 2/3 이상의 지역구 의석을 차지했다. 물론 지난 2014년 선거에서 1개 지역구를 제외하고 싹쓸이한 것에 비교해 상당히 저조한 것이다. 독일을위한대안은 이번 선거에서 처음으로 15개나 되는 지역구에서 승리했다. 

반면 사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지역구 의석을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사민당은 지난 5월 유럽선거에서도 작센주에서 10% 이하의 득표율을 기록한 바 있으며, 이번 주선거에서 역대 가장 적은 득표율인 7.7%를 기록했다. 좌파당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007년 창당 이후 구동독의 지지를 받아왔던 좌파당은 이번 주선거에서 10.4%로 가장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했다. 녹색당은 2014년 주선거와 비교해 득표율이 2.9%p 상승했다. 

2019년 작센주 선거 결과
 
작센주 선거결과. 득표율에 따라 전체 의석수를 나눠갖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정당명부 득표율이 매우 중요하다. 초과의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매 선거마다 의원 정수가 달라진다.
 작센주 선거결과. 득표율에 따라 전체 의석수를 나눠갖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정당명부 득표율이 매우 중요하다. 초과의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매 선거마다 의원 정수가 달라진다.
ⓒ 손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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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에서 가장 많은 의석수를 차지한 기민당(45석 - 지역구 41, 정당명부 4)이 과반(119석 중 60석)을 넘지 못하면서, 사민당(10석 - 지역구 0, 정당명부 10)과 녹색당(12석 - 지역구 3, 정당명부 9)과의 연정(케냐 연정) 가능성을 염두하고 있다. 2014년 선거 이후 작센주는 기민당과 사민당으로 구성된 연립정부를 꾸린 바 있다.

한편 선거 직후 독일 청년 녹색당(Grüne Jugend)은 작센주 30세 이하 유권자들의 투표 결과 녹색당이 젊은 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전체 선거에서는 기민당(32.2%), 독일을위한대안(27.7%), 좌파당(10.3%), 녹색당(8.5%), 사민당(7.7%) 순으로 득표했지만, 30대 이하에서는 녹색당(19.0%)이 기민당(17.0%), 좌파당(12.0%)을 앞섰다. 청년녹색당은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인 독일을위한대안이 젊은 층에서도 선전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이에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Angaben in Prozent, Hochrechnung: 21.52 Uhr (1.9.2019)
*출처: Forschungsgruppe Wahlen (ZDF)
 Angaben in Prozent, Hochrechnung: 21.52 Uhr (1.9.2019) *출처: Forschungsgruppe Wahlen (ZDF)
ⓒ Tagesspiegel/Bart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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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에서 독일을위한대안의 선전이 놀랄만 한 것이 아닌 것은 이 당은 지난 2017년 연방 선거와 올해 유럽의회 선거에서 작센 내 가장 높은 득표율(각각 27.0%, 25.3%)을 기록한 바 있다.

기민당, 사민당, 좌파당, 자민당(FDP)의 지지율 하락과 독일을위한대안과 녹색당의 지지율 상승이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지만, 독일 녹색당 싱크탱크 하인리히 뵐 재단(Heinrich-Böll-Stiftung)의 분석에 따르면 독일을위한대안은 그동안 투표를 참여하지 않았거나 무당층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의 표를 끌어모으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2013년 이후(AfD 2013년 2월 창당)ᅠ치러진ᅠ선거에서ᅠ작센주 내 각ᅠ정당ᅠ득표율
 
*LW(주ㅤ선거), EW(유럽의회ㅤ선거), BW(연방ㅤ선거)
*FDP(자민당): 신자유주의 친 기업 정당, NPD(국가민주당): 극우 국가주의(네오나치) 정당
 *LW(주ㅤ선거), EW(유럽의회ㅤ선거), BW(연방ㅤ선거) *FDP(자민당): 신자유주의 친 기업 정당, NPD(국가민주당): 극우 국가주의(네오나치) 정당
ⓒ 손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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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기후, 환경' 이슈가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기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독일 녹색당이 점점 더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지난 7월에는 그레타 툰베리가 베를린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 시위에 참가하여 브란덴부르크주와 작센주 선거 참여를 독려하며 기후 위기를 대응하는 정치에 대해 강력히 피력한 바 있다. 

생태와 환경, 사회정의와 평등, 자유, 인권, 민주주의, 친 유럽연합 등을 주요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 독일 녹색당은 연방정부와 주 정부, 지자체에 이르기까지 '디젤 자동차 생산 금지', '플라스틱 제로', '낙태 허용', '유치원과 학교, 사회주택 확충', '여성 할당제' 등과 같은 정책을 실현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녹색당은 독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극우적인 움직임과 오랫동안 기득권을 갖고 있던 남성 권력에 대항하는 강력한 정치 집단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번 작센주 선거 결과, 가장 많은 득표를 한 기민당과 독일을위한대안의 여성의원 비율(각각 22.2%, 10.5%)이 좌파당과 녹색당의 여성의원 비율(각각 64.3%, 50%)에 턱없이 못 미치는 것은 볼 수 있다. 단적인 예이지만, 이것은 독일 사회에 여전히 성별 불평등이 존재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치 사회적 투쟁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작센주 선거 결과 당선자 남녀 비율
 
기민당의 여성의원 비율은 22,2%, 독일을위한대안은 10,5% 밖에 되지 않는다. 보수 우파로 분류되는 이 정당들의 남성의원 비율이 높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같기도 하다. 전통적으로 여남 공동대표, 공동 원내대표 원칙을 가지고 있는 좌파당과 녹색당은 여남 의원 비율이 동등하거나 혹은 더 높다.
 기민당의 여성의원 비율은 22,2%, 독일을위한대안은 10,5% 밖에 되지 않는다. 보수 우파로 분류되는 이 정당들의 남성의원 비율이 높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같기도 하다. 전통적으로 여남 공동대표, 공동 원내대표 원칙을 가지고 있는 좌파당과 녹색당은 여남 의원 비율이 동등하거나 혹은 더 높다.
ⓒ 손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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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센주 선거개요]
- 선거일: 2019년 9월 1일 일요일 (5년에 한 번씩 실시)
- 선거제도: 연동형ᅠ비례대표제
- 총ᅠ유권자: 3,287,568
- 투표율: 2,188,535 (66.6%, 2014년: 49.1%)
- 기권: 지역구 투표 29,062 (1.8%), 정당투표 21,998(1.3%) *2014년ᅠ지역구 1,8%, 정당 1,3%

[참고]
http://www.politics.kr/?p=135
https://wahlen.sachsen.de/LW_19.php

https://www.boell.de/de/landtagswahl-sachsen?dimension1=startseite

덧붙이는 글 | 한-독 리서치 네트워크 소나기랩(https://sonagilab.com/)의 글을 수정 보충한 내용입니다.


태그:#독일 작센주, #극우파 선전, #녹색당 선전, #독일 녹색당, #기민당과 사민당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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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독일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다. '지속 가능한 삶'이란 키워드로 독일에 사는 한국 녹색당원들과 만든 <움벨트>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프랑스 파리에서 정치/사회 부문 기고, 번역, 리서치 일을 하고 있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한국에 와 총선 과정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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