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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행복하신가요?

이런 질문은 이제 너무 지겹다. 어른들이 아이에게 아무 의미 없이 '학교 생활 재미있니?'라고 묻는 것과 뭐가 다른가. 재미없다고 대답하면 또 뭐라고 할 것인가. "왜 재미없어? 재미있게 지내야지." 그렇게 말하는 당신은 사는 게 즐거운가? 행복한가?

'이걸 해야 행복하다'든가, '저 나라 사람들은 저렇게 사니까 행복하다더라' 하는 얘기들도 마찬가지다. 아닌 게 아니라 '우리가 지금 휘게를 몰라서 불행한가?' 행복이라는 것이 무슨 김치찌개 끓이듯 레시피를 따라 하면 완성되는 것인가? 서점을 둘러보면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을 가르치는 책들이 수두룩하다. 정말 그 책들을 읽으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우리가 지금 휘게를 몰라서 불행한가>, 한민지음, 위즈덤하우스
 <우리가 지금 휘게를 몰라서 불행한가>, 한민지음, 위즈덤하우스
ⓒ 박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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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고 싶다는 우리의 욕망에는 뭔가 중요한 것이 빠져있다. 그것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물음이다. 나는 행복하고 싶은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나는 그 상태가 되고 싶은가? 나는 왜 그 상태가 되어야 하는가? 나는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는가? 그전에 나는 누구인가? (208쪽)

<우리가 지금 휘게를 몰라서 불행한가>는 행복을 찾아 정처 없이 방황하는 이들에게 '지금 어디서 뭘 찾고 있느냐'는 물음을 던지며 정신을 번쩍 차리게 해줄 죽비 같은 책이다. 저자는 한국인의 문화적, 역사적 특성을 분석하며, 우리가 불행한 이유를 진단하고 한국에서 한국인으로 행복하게 살기 위한 방법을 찾아보자며 힘 있고 논리적인 문장으로 독자를 설득한다.   

이 책은 뻔한 얘기만 늘어놓으며 어설프게 가르치려 하는 그렇고 그런 '자기 계발서'와는 다르다. 그렇다고 지금 내가 처한 현실에서 가질 수 있는 일상의 행복을 찾으라는 소위 '소확행'을 권하는 책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저자는 지금 청년들에게 '소확행'을 권유하는 어른들에게 그건 매우 비열하고 무책임한 말이라며 서슬 퍼런 날을 겨눈다.

이 책의 저자 한민은 한국에서는 드문 '문화심리학자'이다. 고려대학교 심리학과에서 문화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클락대학교의 얀 발지너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 후 과정을 보냈다.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했고, 현재는 우송대학교 교양교육원에서 심리학 관련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 휘게를 몰라서 불행한가>를 읽으며 나는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한 시원함을 느꼈다. 타당한 근거를 들며 조목조목 현상을 따져보는 냉철함이 빛난다. '이것도 옳고, 저것도 옳다'는 미적지근한 입장이 아닌,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명쾌하게 자신의 의견을 뚝심 있게 적어 내려간 저자의 문장이 탄산수처럼 시원하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한국인은 한국인이어서 불행하다'. '코딱지만 한 나라'에서는 내가 살 집 구하는 것도 힘들고, 외국처럼 멋들어진 풍경도 없다. 딱히 놀 것도 없고, 할 것도 없고, 볼 것도 없어서 다 재미없다.

학생들은 잘못된 교육제도의 희생양이 되어 입시 경쟁에 시달리느라 불행하고, 청년들은 '헬조선'에서 '흙수저'로 사는 삶이 억울하다. 노인들은 죽도록 고생해서 기껏 살만한 환경을 만들어주니까 고마운 줄 모르고 노인이라 무시하고 배부른 소리 나 한다며 젊은이들을 향해 혀를 찬다.
 
가장 빨리 불행해지는 방법은 자신이 사는 곳을 하찮게 여기는 것이다. 한국인들이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그들이 실제로 지옥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헬조선'. 우리의 행복 수준을 짐작할 수 있는 용어다. 스스로 지옥에 산다고 믿는 이들이 행복해질 가능성은 없다. (101쪽)

한국인은 한국인이어서 불행하다. 그렇다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한국인이 아니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역시 이민만이 답일까? 이런 마음 습관으로는 여기 살면서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 없다. (104쪽)

물론 지금의 한국은 문제가 많은 나라다. 그렇지만 저자의 말대로 우리가 태어나 살고 있는 이 나라를 '지옥'이라 비하하며, 이 나라에 태어난 것이 억울하다며 신세한탄만 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한국에서 태어나서 자란 한국인이 '한국이 싫어서' 다른 나라로 가면, 거기서는 행복할 수 있을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된다'라는 옛말도 있지만, 그건 그리 옳은 말은 아닌듯하다. 저자의 말마따나 '중이 절을 바꿔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 지금 내가 사는 이곳이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걸 고쳐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잘못된 부분을 고치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바뀌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사람들을 위해서 틀린 것을 바로잡으려고 노력하는 삶도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이 아닐까?

우리 선조들의 희생 덕분에 지금 우리가 적어도 그때보다는 더 나은 환경에서 살고 있는 것처럼 우리도 다음 세대를 위해 뭔가 해줘야 하지 않을까? 다음 세대에겐 죄가 없다. 우리는 '헬조선'을 만든 기성세대를 욕하고 있지만, 그 오류를 바로잡아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그들과 다를 게 없는 것이다. 욕할 건 욕하고, 바로잡을 건 바로잡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고,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욜로'니 '소확행'이니, 우리는 다른 나라 사람들의 행복의 비결을 참 많이도 들여오고 있지만, 실제로 그런 것들을 삶에 적용했더니 행복해졌다는 사람을 나는 아직 본 적이 없다. 그러지 말고 우리가 잘하는 걸 하자. 예로부터 왁자지껄 떠들고 춤추고 노는 것에는 일가견이 있는 민족 아닌가. 저자의 말마따나 우리는 '풍자와 해학의 민족'이고, 맺히고 꼬인 걸 푸는데 달인들이니까.

책을 읽고 나니, 전보다는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 것 같다. 언제나 답을 찾는 것은 나의 몫이지만 이 책이 길을 잃지 않도록 방향을 가르쳐 준 것만은 확실하다. 우선 나의 흥미를 끄는 것, 내가 재미를 느끼는 것들을 찾아보자.

그리고 그런 재미있는 취미를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서 같이 즐겨보자. 그 속에서 비로소 우리는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먼저 스스로에게 관심을 갖고 말을 걸어 볼 것. 지금 '행복해지는 법'을 찾아 서점을 기웃거리는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한다.        
 
치르치르의 파랑새를 아는가. 치르치르와 미치르는 파랑새를 찾기 위해 온 세상을 돌아다녔지만 그토록 찾으려 했던 파랑새는 이미 그들의 집에 있었다. 행복해지려는 이여, 어디서 무엇을 찾고 있는가. 지금 당신은 휘게를 몰라서 불행한가? (185쪽)

우리가 지금 휘게를 몰라서 불행한가 - 정작 우리만 몰랐던 한국인의 행복에 관한 이야기

한민 (지은이), 위즈덤하우스(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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