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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여행 중 특이한 점 한 가지를 꼽는다면 유적지가 있는 곳은 대부분 골목길 같은 곳을 통과해야 한다는 거다. 우리나라처럼 유적지 바로 앞까지 차량으로 이동하여 바로 입장하는 곳이 별로 없다. 스페인 광장을 구경하고 골목길을 10여 분 걸어 판테온 신전으로 향했다. 판테온 신전에는 이탈리아를 통일한 위대한 통치자와 예술가들의 무덤이 있다.

판테온의 건립 배경

가톨릭이 공인되기 전의 로마는 수많은 신을 숭배한 다신교의 제국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각자 숭배하던 신들을 여기에 함께 모신 곳이 판테온이다. 판테온은 그리스어로 모든 것을 뜻하는 판(Pan)과 신을 뜻하는 테온(theon)이 합쳐진 말이다. 즉, 모든 신들을 위한 신전을 의미한다.
 
 세계 건축사에 불후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로마 판테온 신전 정면 모습
 세계 건축사에 불후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로마 판테온 신전 정면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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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테온은 기원전 27년 처음 아그리파에 의해 모든 신을 위한 신전으로 지어졌다. 당시 지어졌던 신전은 사각형 구조의 목조건물로 서기 80년에 일어났던 로마 대화재로 모두 불에 타서 전소되었다. 그래서 처음 지어진 판테온의 흔적은 석판만이 남아있고 이후 도미티아누스가 판테온을 재건했지만 이 건물 역시 몇 년 지나지 않아 번개로 인해 다시 무너졌다.

지금의 판테온 건물은 로마를 재건하기 위한 계획으로 하드리아누스 황제 때 다시 건축되었다. 판테온이 완공된 뒤로 현재까지 일부를 제외하고는 원형 그대로 완벽하게 보존되고 있다. 특히 청동문과 돔이 그렇다. 건물 외관을 놓고 보면 1900년 전의 판테온 건물 모습이 이 정도라고 하니 그때 당시 건축술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판테온은 건축 기간도 짧다. 서기 118년부터 공사를 시작하여 125년에 완공하였으니 7년이 소요되었다. 정말 경이로운 기록이다. 그때 당시에 성당을 하나 지으려면 수백 년이 소요가 되었기 때문에 더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판테온은 로마를 넘어 세계 건축사에서도 손꼽히는 불후의 명작이 되었다.

원형 그대로 보존된 판테온의 아픈 상처
 

판테온 앞 로톤다(Rotonda) 광장에는 세계 곳곳에서 온 관광객들로 항상 북적인다. 분수의 나라답게 판테온 앞에도 어김없이 이집트에서 가져온 오벨리스크와 분수가 세워져 있다. 여기 세워진 오벨리스크는 람세스 2세 때 만들어진 것이다. 오벨리스크 아래 조각은 필리포 바리기오니(Filippo Barigioni)의 작품이다.
 
 판테온 앞 로톤다(Rotonda) 광장에 이집트에서 가져온 오벨리스크와 분수 조각상 모습
 판테온 앞 로톤다(Rotonda) 광장에 이집트에서 가져온 오벨리스크와 분수 조각상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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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톤다 광장에서 판테온 정면을 바라보니 흡사 그리스 아테네 신전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판테온 입구에는 역시 이집트에서 화강암을 통으로 가져와 깎아서 세운 기둥들이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수많은 고대 로마 건축물들이 르네상스 시대 권력자들의 궁전이나 개인 저택을 짓기 위해 많이 뜯겨 나갔다. 하지만 판테온만큼은 일찍이 가톨릭 성당으로 전환되는 바람에 건물 내외부가 온전히 보존될 수 있었다.

판테온 건물은 보기에는 원형 그대로의 형태를 보존하고 있다. 그러나 판테온도 건물 입구 위쪽 지붕을 보면 조그마한 구멍이 뚫린 것을 볼 수 있다. 원래 여기에는 청동 조형물들이 있던 자리이다. 그런데 성 베드로 성당 내 제단(발다키노)을 세우기 위해 청동이 모자라자 여기 판테온에 있는 청동을 뜯어가 생긴 흔적들이다.

판테온에 있는 청동을 뜯자 로마 시민들이 몰려가 교황에게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심지어 벽에 붙어 있던 기둥의 머리부분은 현재 대영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대부분 온전한 곳으로 알려진 판테온도 과거에는 이런 아픈 상처도 있었다. 역사가 남긴 뼈아픈 현장의 모습을 건물 외관에서도 볼 수 있었다.

판테온 건축구조의 비밀

판테온은 세계 모든 건축가들이 돔 건축의 교과서로 활용하고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그리고 세계 최초의 돔 건축물로 예술적인 면에서도 최고로 인정받고 있는 건물이다. 판테온은 원형으로 지어져 그 특별함이 더하다. 물론 원형 건축물은 판테온 이전에도 많았지만, 거대한 구조로 만들어진 것은 판테온이 거의 유일하다.
 
 이탈리아 판테온 신전 격자무늬 돔의 구조 모습
 이탈리아 판테온 신전 격자무늬 돔의 구조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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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테온은 둥근 바닥의 지름과 건물 높이가 똑같다. 바닥의 지름이 43.3m이다. 입구에는 16개의 코린트식 화강암 원기둥이 주랑(柱廊)을 이루고 있다. 이 기둥의 높이만 해도 12.5m이다. 그리고 판테온 벽의 두께는 무려 6.2m에 달한다.

판테온 내부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곳이 있다. 바로 구멍이 뻥 뚫린 천장이다. 그것도 실내 구조가 둥근 원형으로 된 돔의 모습이다. 그래서 그런지 정문 입구로 들어서면 실내가 뻥 뚫린 기분이라 답답함이 없어 좋다.

이런 넓은 공간에 4535톤이나 되는 무거운 돔을 지탱할 수 있는 비결이 궁금했다. 돔을 받쳐주는 기둥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다만 아치 공법으로 만들어진 두꺼운 벽이 그 무게를 지탱하고 있을 뿐이다. 격자무늬 모양의 움푹 들어간 돔의 구조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는 돔의 조형미도 살리고 하중을 가볍게 하기 위해서다.

철근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은 판테온이 수많은 지진에도 무너지지 않았던 이유가 돔 위쪽으로 갈수록 돌을 가벼운 것으로 얻어 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한 구조 덕분이다.

건물 천장에 구멍이 뚫린 자리를 오쿨루스(Oculus)라 부르는데 태양을 상징한다. 지름이 9m인 구멍은 자연광이 들어오는 유일한 통로이다. 벽면에 창문이 없어도 어둡지 않다. 오히려 천장의 구멍으로부터 들어오는 자연광은 판테온 내부를 골고루 밝히며 신전의 신비로움을 더해주기까지 한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정오 12시가 되면 구멍으로 들어오는 빛이 정문으로 향한다. 그래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비추는 각도도 변한다. 건물을 지을 때 이런 섬세한 부분 하나하나에도 심혈을 기울인 흔적들이 보인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었다. 지붕에 구멍이 뚫려 있으니 비가 오면 어떻게 하는지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이슬비 정도의 비는 내부의 상승기류가 구멍으로 빠져나가면서 빗물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비가 많이 올 때는 빗물이 판테온 내부로 들어오는데 내외부의 압력 차이로 그다지 많이는 들어오지 않는다.

설령 들어온다고 해도 내부로 떨어진 빗물은 아래 바닥에 구멍이 뚫린 곳으로 빠져나간다. 이곳이 배수로 역할을 하는 셈이다.

판테온 신전 내부의 무덤들

판테온은 비잔틴제국의 황제 포카스가 609년 교황 보니파시오 4세에게 선사한 이후, 가톨릭 성당으로 개축되어 사용되었다. 그러다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와서는 무덤으로 사용하게 된다. 기원전에 세워진 신전에서 지금도 미사가 열리는 판테온은 죽은 이의 영혼까지 포근하게 품어주고 있다.
  
 이탈리아를 통일한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가 묻혀 있는 판테온 내부 모습
 이탈리아를 통일한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가 묻혀 있는 판테온 내부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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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판테온에는 내부로 들어서면 오른쪽 2시 방향에 이탈리아를 통일한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가 묻혀 있다. 그리고 왼쪽 방향에는 그의 아들 움베르토 1세가 묻혀 있으며, 37세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한 화가인 라파엘로의 무덤은 왼쪽 11시 방향에 있다. 여기는 항상 사람들로 붐비는데 그만큼 그가 후세에 남긴 발자취가 크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이탈리아는 화가인 라파엘로를 왕들과 동급으로 판테온에 모셔 놓았다. 물론 생전 소원이 자기가 죽으면 판테온에 묻히길 간절히 소망했던 라파엘로였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여기에서 본다.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로를 우리는 르네상스 예술의 3대 거장으로 꼽는다. 이중 한 명인 라파엘로를 왕들과 동급으로 판테온에 모신 이탈리아를 보면, 이 나라가 왜 예술의 강국인지 이해가 된다. 그들이 남긴 발자취를 둘러보며 모두가 감탄을 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1년 365일 전 세계 관광객들이 끊이질 않는 곳이 이탈리아이다.

[참고문헌]
최미선 <사랑한다면 이탈리아>
김지선 <바티칸 박물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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