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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푸레 카페에서는 2012년부터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물푸레 카페에서는 2012년부터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 물푸레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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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여름 해양학자들이 바다거북의 콧구멍에서 빨대를 뽑아내는 장면이 인터넷에 공개됐다. 빨대를 빼내는 동안 계속 피를 흘리며 힘들어하는 바다거북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편하다는 이유로 쓰고 버린 빨대 하나가 바다거북과 뭇 생명들을 아프게 할 수 있지만 돌아서면 또 먼 나라 이야기로 넘겨버리기 쉽다.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 자리 잡은 물푸레 북카페는 일회용 빨대와 컵을 쓰지 않는다. 2012년 처음 문을 열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만약 지금까지 빨대를 썼다면 몇 개쯤일지 계산해봤다. 하루에 30개라고 치고 한 달이면 750개 1년이면 9천개가 된다. 지금까지 쓰고 버릴 뻔한 빨대와 컵이 7만 2천개쯤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푸레 북카페 백찬주 대표는 "7만 개가 넘는 빨대를 물푸레 카페 옆 생태연못에 빠뜨리는 퍼포먼스를 한다면 사람들이 일회용 쓰레기의 문제점을 금방 알 수 있을 거다. 돌아보면 우리가 한 일이 생각보다 작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환경연합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매일 5억개, 영국은 매일 2천3백만개, 호주는 매일 천만개의 빨대를 사용하고 우리나라는 대략 매일 7천만개의 빨대를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은 카페 한 곳에서 일회용 빨대를 쓰지 않는다고 해서 얼마나 쓰레기가 줄어들까 생각할 수 있지만 결국 작은 실천이 하나하나 모여야 변화는 시작된다. 

일회용 컵을 쓰지 않으니 자연히 텀블러를 사용한다. 테이크아웃을 원하는 주민에게는 텀블러를 무상으로 이용하게 하고 사용 후 돌려주면 된다고 안내한다. 다행히 설명을 들은 주민들은 '좋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텀블러를 가져와서 커피를 담아가기도 하고 빌려간 텀블러는 깨끗이 씻어 돌려주는 일이 많다는 소식이다. 

백찬주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에서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한 가지씩만이라도 실천하면 좋겠다. 우리가 쓰레기를 안 나오게 할 수는 없지만 분명 줄일 수는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빨대에서 이어진 얘기는 물푸레 북카페의 지향점으로 이어졌다. 백 대표는 '환경과 여성을 생각하는 카페, 너무 높은 가치를 추구하기 보다는 문턱을 낮추고 상식적인 선에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카페, 한 사람 한 사람이 존중받는 카페'가 바로 물푸레 북카페가 가고자 하는 길임을 설명했다. 

백 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 물푸레 북카페를 둘러보니 장면 하나 하나가 이해되었다. 한 쪽에서는 엄마와 아이들이 모여서 뜨개질을 하고 있고 다른 한 쪽에서는 함께 먹을 점심을 준비하고 있고 또 다른 한 쪽에서는 아이 한 명이 뒹굴거리며 책을 읽고 있다. 백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도 재미있는 보드게임을 같이 하자며 아이가 다가온다. 

'사람들이 잠시라도 숨을 돌릴 수 있는 공간, 특히 여성과 아이들이 마음 놓고 머물 수 있는 공간, 선배들이 언덕이 되어주는 공간'이 바로 물푸레 북카페다. '빨대 안 쓰는 카페' 취재를 나선 가벼운 발걸음에서 '사람을 존중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물푸레 북카페이기에 이 모든 일이 가능함을 확인하고 돌아왔다. 

태그:#빨대사용, #물푸레 카페 , #은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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