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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굴봉에서 진악산 주봉인 관음봉(732.3m)으로 가는 길에서.
  물굴봉에서 진악산 주봉인 관음봉(732.3m)으로 가는 길에서.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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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다가올 즈음이면 인삼의 고장인 충남 금산으로 산행 코스를 잡는 산꾼들이 많다. 산도 타고 품질이 뛰어난 수삼도 좋은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거양득이다. 예전에 이곳서 맛본 씁쓰름한 인삼튀김 맛도 자꾸 생각이 나서 산신령의 현몽으로 인삼 씨앗을 얻었다는 강처사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진악산(732.3m) 산행을 나서게 되었다.

지난달 29일, 오전 8시 30분 창원 마산우체국서 새송죽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출발하여 산행 들머리인 개삼터공원(충남 금산군 남이면)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10분께. 인삼 시배지인 개삼터를 테마 공원으로 조성한 개삼터공원서 시작하여 개삼봉, 물굴봉, 관음봉, 비조봉으로 해서 한 바퀴 도는 원점회귀 산행코스를 걷기 시작했다.

개삼봉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주렁주렁 밤송이가 달린 밤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토실토실 밤알이 영글어 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해서 괜스레 기분이 좋았다. 습도가 높아 후덥지근한 날이었지만 고사리, 산초나무, 도토리나무 등과 눈을 맞추고 일행의 어린 시절 얘기도 간간이 들으면서 걸으니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진악산 정상
  진악산 정상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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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1시간 남짓 걸어갔을까, 도구통바위가 나왔다. 도구통은 절구통의 충청도 방언으로 바위 생김새가 절구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여기서 20분이 채 걸리지 않아 진악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물굴봉(735.7m) 정상에 이르렀다. 마침 허기가 져서 이곳에서 일행들과 재미있게 이야기도 나누며 맛있는 점심을 같이했다.

지극한 효성에서 비롯된 금산 인삼
 
    관앙불봉, 수리뫼라 불리는 관음봉에서. 강처사가 병으로 자리에 누운 어머니의 쾌유를 빌기 위해 기도했다는 관음굴이 있다.
  관앙불봉, 수리뫼라 불리는 관음봉에서. 강처사가 병으로 자리에 누운 어머니의 쾌유를 빌기 위해 기도했다는 관음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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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봉(732.3m) 정상으로 가는 길은 조망이 좋다. 거친 바위 틈새에 용케 피어 있는 산부추도 인상적이었다. 물굴봉보다 낮으나 관앙불봉, 수리뫼라 불리는 관음봉이 진악산 주봉이다. 2시 10분께 정상에 도착했는데 정말이지, 탁 트인 경관으로 가슴속까지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진악산을 대표하는 관음봉은 1,500여 년 전 백제 시대에 진악산 아래에 살고 있던 강씨 성을 가진 한 선비에 얽힌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그는 병으로 자리에 누운 어머니의 쾌유를 빌기 위해 관음굴에 가서 정성을 들여 기도했다.

그의 지극한 효성에 감동했는지 어느 날 꿈에 산신령이 나타나서 관앙불봉 암벽에 빨간 열매 세 개 달린 풀이 있으니 그 뿌리를 달여 드리라고 말하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한다. 이튿날 그곳에 찾아가 보니 과연 그러한 풀이 있어 뿌리를 캐어 달여 드리자 어머니의 병환은 깨끗이 나았고, 그 씨앗은 남이면 성곡리 개안마을에 심어 재배하기 시작했다는 거다.
 
    인삼밭들을 지나 개삼터공원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인삼밭들을 지나 개삼터공원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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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금산 인삼의 유래와 관련된 관음굴 안을 들여다보며 금산 인삼이 바로 효심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에 잠시 젖었다. 그 부근서 생각지 않게 로프를 잡고 암벽을 타는 스릴도 맛보게 되어 기억에 남는다. 관음봉 정상으로 다시 올라가 일행들과 비조봉 쪽으로 하산을 서둘렀다.

천 년 은행나무를 바라보며 환호성을 지르다
 
   수령 천 년이 넘은 보석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365호).
  수령 천 년이 넘은 보석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3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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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삼저수지로 내려와서 인삼밭들을 지나 개삼터공원으로 되돌아왔다. 수령이 천 년이 넘은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365호)를 보러 이곳서 자동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보석사(금산군 남이면)를 향해 달렸다.

보석사는 신라 헌강왕 11년(885) 조구선사가 창건했는데, 당시 절 앞산에서 캐낸 금으로 불상을 만들어서 절집 이름을 보석사라 지었다 한다. 은행나무 또한 창건 무렵 조구선사가 제자와 함께 심었다고 알려져 있다.

나무 높이 40m, 흉고 둘레 10.4m로 첫눈에 감탄사가 터져 나올 만큼 그 외형이 장엄하고 위풍당당하다. 마을에 변고가 있거나 나라에 큰일이 있을 때 은행나무가 소리 내어 울었다는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씁쓰름한 인삼튀김 맛이 한동안 잊히지 않으리라.
  씁쓰름한 인삼튀김 맛이 한동안 잊히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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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 50분께 보석사에서 나와 금산수삼센터로 가서 인삼도 사고 인근 가게에 들어가 인삼튀김도 원도 한도 없이 먹었다. 더군다나 깊어 가는 가을날에 온통 노랗게 물들어 있을 아름다운 보석사 은행나무를 머릿속에 그려 보니 벌써 가슴이 설렜다.

태그:#금산인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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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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