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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 알반 산 봉우리을 깎아 인간의 지혜와 힘으로 조성된 평원 한가운데 성전이 있고 남북 양쪽으로 제단이 보인다.
▲ 몬테 알반 산 봉우리을 깎아 인간의 지혜와 힘으로 조성된 평원 한가운데 성전이 있고 남북 양쪽으로 제단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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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다녀온 지 한 달이 지났음에도 나는 여전히 하루에도 몇 번씩 와하카를 그리워하고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와하카를 이야기하고 싶어 입술을 실룩거린다.
Oaxaca, 이름만으로도 낯설다. 한국에서는 공식적으로 오악사카로 알려졌으나 스페인어로는 "X"를 "ㅎ"로 읽어서 와하카다. 멕시코를 멕히코로 발음한다는 것을 Aero Mexico 비행기를 타면서 처음 알았다. 

멕시코 남서부 해발 1555m 고지에 있는 와하카는 열여섯 토착민 그룹의 전통과 스페인 식민지 시절의 문화가 어우러진 멕시코 관광지이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와하카시는 식민지 시절 스페인의 건축물과 형형색색의 건물, 그리고 자갈이 깔린 도로 등이 동화 속 그림 같은 모습을 자아낸다.

또한, 와하카 시에서 어지러운 도로를 거쳐 텅 빈 고속도로를 달리면 한때 이 지역을 다스렸던 사보텍(Zapotec)과 미스텍(Mixtec)의 찬란한 고대 문화유적을 만날 수 있고 이곳만의 자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미틀라 사보텍이 기원 후 3세기 경부터 몬테 알반에서 이주하여 세운 종교적 색채가 강한 건축물로 대부분 파괴되었다가 현재 복원 중이다.
▲ 미틀라 사보텍이 기원 후 3세기 경부터 몬테 알반에서 이주하여 세운 종교적 색채가 강한 건축물로 대부분 파괴되었다가 현재 복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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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르베 엘 아구아 와하카에 오면 꼭 뵈야할  이에르베 엘 아구아. 신비한 물 색깔과 주변 경치로 마치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와 목욕하는 곳 같다.
▲ 이에르베 엘 아구아 와하카에 오면 꼭 뵈야할 이에르베 엘 아구아. 신비한 물 색깔과 주변 경치로 마치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와 목욕하는 곳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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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무엇보다 인상 깊은 것은 소콜라(Zocola)라는 광장의 모습과 시장의 음식, 믿기 힘들 정도의 저렴한 물가, 그리고 순박한 사람들이었다. 

와하카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소콜라는 비눗방울로 호객을 하는 사람, 핫도그, 구운 옥수수, 아이스크림, 과일 음료수 등을 파는 길거리 음식 카트, 자수로 장식한 전통 의상, 가방, 수공예품, 조악한 장난감 등 다양한 상품들을 파는 노점상, 길거리 밴드, 구두닦이 등 정신이 없으면서도 다양한 추억거리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는데, 60대 초반인 나의 눈에는 어린 시절 영상을 보는 것 같았다.

주변은 카페와 식당으로 둘러싸여 있고 근거리에 시장들이 즐비해 있어 와하카 시내에 있는 장소를 가려면 항상 거쳐 가야 하는 곳이기도 했다. 

풍부한 천연자원과 다양한 먹거리에도 불구하고, 와하카는 가난한 지역이다. 광장으로 향하는 거리에는 관광객들을 향해 손을 내미는 길가의 노숙인들과 그늘에서 누워 자는 개들이 많았다. 아이들과 함께 있는 가족 노숙인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이번 여름 가족 여행지로 와하카를 선택한 것은 미국의 한 TV 음식 채널에서 소개한 와하카의 다양한 음식 문화 때문이었다. 망고, 아보카도, 파파야 등의 싱싱한 열대 과일은 물론 지역에서 생산된 완전 유기농 식자재로 만든 각종 맛있는 음식, 그리고 이곳의 자랑스러운 술 메스칼(Mezcal) 등은 우리를 결코 실망시키지 않았으며 가격 또한 무척 저렴했다.

와하카에서 음식 문화를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우선 지역 음식점을 찾아가면 된다. 미주지역 음식점 사이트인 Yelp나 와하카 관광 안내서 격인 블로그, 그리고 주민에게 물어보면 되는데, 우리는 공항에서 탄 택시 운전사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기본적인 메뉴로는 멕시코 음식으로 널리 알려진 타코, 엔칠라다, 까사디아와 옥수수 빵으로 만든 샌드위치인 토르타 등이 있는데, 가격은 맥주를 포함하여 일 인당 5달러 안팎이다. 

택시 운전사가 고급 식당이라고 소개한 곳을 갔는데,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최고의 서비스를 받으면서 먹은 코스 요리가 술과 음료를 포함해 1인당 20달러도 안 했으니 과연 외식의 천국이란 생각까지 들었다. 블로거가 적극 추천한 한 식당은 토티아를 직접 철판에 구워서 만드는 것을 보여주는 곳으로 가격은 말할 필요도 없을 뿐 아니라 맛 또한 최고였다. 

와하카의 시장 한쪽에는 푸드코트들이 즐비해 있는데, 이곳에서 핫초코와 즐기는 아침 식사도 맛있었다. 전 세계 옥수수의 거의 모든 종류가 다 생산되는 와하카의 모든 빵은 글루틴 프리라 할 수 있는 옥수수빵으로 주로 핫초코에 찍어 먹곤 한다. 또한, 아침 이른 시간에 시장으로 가면 막 쪄서 바구니에 넣어서 갖고 나온 타말레를 사 먹을 수 있다. 

와하카에는 멕시코 피자로 불리는 것이 있다. 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붉은색 고기를 산더미처럼 쌓아놓아 정육점으로 보이는 곳이 있다. 그곳은 틀라유다(Tlayuda)라고 하는 와하카 피자를 주문해서 먹을 수 있는 식당이다. 물론 영어는 통하지 않는다.

틀라유다란 옥수수로 만든 또띠아를 바짝 건조해 그 위에 콩죽같이 보이는 몰레를 바르고 양배추, 토마토 등의 야채 위에 와하카 치즈인 케시요와 산처럼 쌓여있는 포를 뜬 고기나 소시지를 구워 얹은 것으로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입안에 군침이 흐를 정도로 맛이 독특하고 좋았다. 
 
틀라유다를 파는 식당겸 정육점 시장 안 정육점에서 고기를 쌓아 놓고 "틀라유다"를 팔고 있다. 옆에 보이는 하얀 덩이는 "케시요"라는 치즈다.
▲ 틀라유다를 파는 식당겸 정육점 시장 안 정육점에서 고기를 쌓아 놓고 "틀라유다"를 팔고 있다. 옆에 보이는 하얀 덩이는 "케시요"라는 치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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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와하카의 시장은 먹거리 전시장이다. 와하카의 음식 문화를 배우고자 우리는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요리 교실을 수강했는데, 요리 교실은 요리 선생과 함께 시장에서 장을 보는 것으로 시작했다. 며칠 다녔던 시장이었지만 요리 선생과 함께 다니니 시장에서 파는 과일과 야채, 고기 등이 새롭게 다가왔고  와하카 치즈인 케시요의 참맛을 느끼게 되었다.

특히 야채를 파는 노점상에서 같이 파는 귀뚜라미, 메뚜기, 개미, 지렁이 등도 시식할 수 있었는데, 와하카에서는 이들 곤충을 소금과 고춧가루 등을 넣고 볶아 천연 조미료로 사용하고 있었다. 무척 값이 싼 야채들에 비하면 이들 곤충 조미료는 비싸고 귀한 음식이었다. 요리 교실을 마치니 이제 나도 시장에서 장을 봐 음식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이 같은 외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요리 교실은 요리 실습이라기보다는 그 지역의 문화와 생활을 직접 체험하기에 적합한 프로그램으로 앞으로 해외의 낯선 곳을 여행하면서 그 나라의 정수를 맛보려면 반드시 거쳐야 할 코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장에서 파는 메뚜기와 개미 볶음 야채 노점상에서 함께 파는 천연 조미료 메뚜기와 개미 볶음으로 값이 비싼 귀한 재료이므로 따로 요구해야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 시장에서 파는 메뚜기와 개미 볶음 야채 노점상에서 함께 파는 천연 조미료 메뚜기와 개미 볶음으로 값이 비싼 귀한 재료이므로 따로 요구해야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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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라는 나라가 그렇듯 와하카에도 축제가 많다. 그중에서도 유명한 축제가 7월의 겔라게차(Guelaguetza)와 10월 말에 시작해 11월 초에 끝나는 망자의 날(Día de los Muertos)이다. 망자의 날이란 친족 혹은 지인들의 영혼이 잠시 현생으로 돌아와 준비한 음식과 다양한 볼거리를 즐긴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는데, 이날이 오면 모든 사람은 현란하고 괴기한 차림을 하고 밖으로 나와 춤을 추고 퍼레이드를 하는 등 제목과 달리 즐거운 축제를 벌인다. 

망자의 날이 멕시코 전체의 축제라면 겔라게차는 와하카 전통 축제이다. 겔라게차 축제란 7개 지역의 사람들이 그들의 고유 의상과 춤으로 펼치는 축제로 그 기간 와하카 시내는 퍼레이드와 폭죽으로 온 거리가 시끌벅적 요란하고 활기차다. 우연히 7월 말 와하카를 방문한 우리는 얼떨결에 축제의 한 가운데로 들어가 꽃과 과일 등으로 장식한 화려한 춤 공연과 장대 높이의 인형으로 분장한 퍼레이드를 볼 수 있었다. 축제 기간이라 그런지 우리는 아찔한 불춤도 감상했다. 

와하카에서 보낸 일주일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은 와하카의 매력에 빠져 훌쩍 지나갔다. 여행사를 통한 일일 관광을 통하여 고대 문화 유적과 자연의 신비도 감상할 수 있었고, 시장과 광장을 드나들며 와하카의 삶도 어느 정도 만끽했다. 와하카 사람들은 무척 순박했으며 기후는 적당히 건조하고 상쾌했다. 스페인어로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만 있다면 한 달이라도 살고 싶은 곳이기도 했다. 다시 이곳에 올 기회가 과연 있을까 하는 아쉬움 속에서 우리는 7박 8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비행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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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미국 생활 후 한국의 여기저기를 쑤시고 다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