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팩토리> 포스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팩토리> 포스터. ⓒ ??넷플릭스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로 세계 4대 투자은행 중 하나였던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했고 또 다른 투자은행 메릴린치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매각되었다. 미국 최대 보험회사 AIG는 1825억 달러(한화 약 220조 원)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씨티은행 역시 미국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고 구조조정을 감행해야 했다.

이는 빙산의 일각이었다. 미국 자동차 업계도 큰 피해를 입었는데, 미국 자동차 회사 '빅3'로 불리는 포드, 크라이슬러, 제너럴 모터스(GM) 역시 파산 위기에 내몰렸다. 포드를 제외한 크라이슬러, 제너럴 모터스(GM)는 파산보호를 신청했으며 포드는 자력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크라이슬러는 자동차산업노총이 지분의 절반 이상을 보유했다가 피아트의 자회사로 편입되었다.  GM은 파산해서 미국 소유의 공기업이 되었다가 2013년 말 구제금융체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2008년 당시 많은 GM 공장이 폐쇄되고 수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미국 중북부 오하이오주 남서부의 도시 데이턴에 있었던 GM 공장이 폐업하자 1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후 미국 내 자동차 산업은 위축됐고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팩토리>는 2015년 데이턴 GM 공장을 인수한 중국의 푸야오유리공업그룹(이상 '푸야오')과 미국, 중국의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2010년 이후 미국의 지역자치단체들은 해외 투자를 적극 유치했는데 이에 발맞춰 중국의 거대 기업들도 미국에 투자를 늘렸다. 이를 통해 미국 내 문 닫은 제조 공장들을 다시 열기 시작했던 것이다. 중국의 푸야오와 미국의 GM이 만난 건 그 일환이었다.

미국 공장의 중국 기업

2015년 중국 최대 자동차 유리 회사 푸야오는 GM 공장에서 일자리를 잃은 2000여 명 노동자를 고용했다. 또한 중국에서도 파견 형태로 노동자들을 미국에 데려왔다. 그들이 우선적으로 해야할 일은 중국 문화와 미국 문화를 조화롭게 융합시키는 것이었다.

처음엔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다. 수많은 미국 노동자들에게 푸야오라는 중국 기업은 '희망'이었다. 일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돈을 벌 수 있게 되었고 잃었던 중산층 진입에 대한 꿈도 다시 꿀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머지 않아 이들은 삐그덕거리기 시작한다. 푸야오 측에서는 미국 노동자들의 능률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고 반면 GM 내 미국 노동자들은 중국 기업이 상식적이지 않다고 비난했다. 미국의 노동자들은 노동자 우선을 내세웠다면, 중국 기업은 사용자 우선을 주장한 것.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 차도 도마 위에 오른다. 푸야오와 중국이 생각하는 노조와 미국 노동자들이 생각하는 노조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중국의 노조(공회)는 유일무이한 노동자 조합으로 중국 공산당 산하 단체다. 때문에 독립적이지 못하고 본연의 노동자 권익 보호의 역할과 정치적 동원 조직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중국 기업은 노동자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회사를 위해 헌신해야 회사도 잘 되고 본인도 잘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반면 미국 노동자들은 경영에 있어 노동자가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로 오랜만에 희망을 쏘아올린 이 곳은 간극을 어떻게 메우려 할까.

문화 차이와 상호 이해

<아메리칸 팩토리>는 오바마 부부가 설립한 제작사 하이어 그라운드 프로덕션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로, 공개 전 이미 유명세를 치렀다. 그에 그치지 않고 올해 치러진 제35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부문 감독상을 수상하며, 기대감을 한껏 끌어 올렸다. 이제 즐기기만 하면 되는데, 이 다큐멘터리 특성상 마냥 즐기기만 하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다큐멘터리는 자본주의 체제 아래 노동 개념에 대한 차이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전까지 비교적 느슨하게 진행되던 다큐는, 이러한 지적 이후 좀 더 긴장감 있게 이어진다. 

사내 미국인 노동자들이 노조 결성을 추진하면서 매출이 떨어지자 중국 본사는 미국인 사장단을 중국인으로 전격 교체한다. 노조 방지 교육을 진행하고, 소수인 중국인 노동자들을 모아 놓고 중국을 위해 미국 노동자들을 '교화'해야 한다고 지도한다.

결국 노조를 반대하는 경영진의 목소리는 미국 노동자들을 향한다. 그 끝에는 노조 결성를 찬성하는 미국 노동자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있어 노조는 수십 년 전에 이미 쟁취한 필수적이고 당연한 개념이다. 무엇보다 여긴 중국이 아닌 미국이다. 그들은 미국이기에 미국 법을 따라야 하지 않겠냐고 주장한다.

다큐멘터리가 지적하고자 하는 문제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미국이 틀렸다는 걸 이미 10여 년 전에 전 세계 만방에 보였는데 미국 노동자들의 주장이 과연 올바른 것일까? 아니, 도움이 되는 것일까? 중국이 세계 만방에 경제력을 과시하고 있는 와중에 중국 기업의 주장이 과연 틀린 것일까? 아니,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일까? 그렇다면, 미국 노동자와 중국 사용자의 주장에서 파생되는 '도움'이란 누구를 위한 것일까? 다큐멘터리는 우리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다큐멘터리 속 한 중국 노동자는 "상호 이해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전 세계를 양분하다시피 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은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미국은 경기 침체를 겪고 있으며 중국은 아직 성장세다. 두 국가가 서로를 이해하기 어려워 하는 이유다. 그러나 이 사업의 시작을 생각한다면 해결책이 없는 것도 아니다. 중국 기업은 미국이라는 세계 최강국 시장을 확보했고, 미국 노동자 입장에서는 일자리를 얻었으니 말이다. 시작이 윈-윈이라면, 과정과 결과도 윈-윈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 다큐멘터리가 내린 결론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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