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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대통령이 말하는 4.3의 진실 기록전 플래카드
 대한민국 대통령이 말하는 4.3의 진실 기록전 플래카드
ⓒ 강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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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11월 13일 새벽 5시. 제주 중산간 마을인 조천면 교래리에 군인들이 들이닥친다. 마을을 포위한 이들은 다짜고짜 집에 불을 붙이고 총을 쏘기 시작하는데. 잠에서 깨어나 다급히 밖으로 뛰어나오던 주민들은 그 총에 맞아 그대로 쓰러졌다. 날이 밝아 총성이 멎었을 때 100여 가구가 모여 살던 교래리는 이미 잿더미로 변한 상태였다. - '대한민국 대통령이 말하는 4.3의 진실전' 도록
 
 "제주도민은 4.3의 비극을 겪었다. 내가 집권하면 억울하게 공산당으로 몰린 사건에 대해 진상을 밝히고 억울한 사람들의 원한을 풀어주겠다." 1987년 11월 30일, 제13대 평화민주당 대통령 후보 김대중. <사진 = 전시 도록에서>
 "제주도민은 4.3의 비극을 겪었다. 내가 집권하면 억울하게 공산당으로 몰린 사건에 대해 진상을 밝히고 억울한 사람들의 원한을 풀어주겠다." 1987년 11월 30일, 제13대 평화민주당 대통령 후보 김대중. <사진 = 전시 도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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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보러 가는 이유가 뭘까? 주최하는 사람들이야 저마다 나름의 목적과 의미를 가지고 있겠지만. 그걸 향유하는 이들의 마음은, 과연 어떤 생각들을 담고 있을까 새삼 궁금해졌다.

나는 어땠지? 그저 아름다운 작품을 폼나게 감상하며 '꿈보다 해몽'이라는 정서적 만족감을 느끼기 위함은 아니었나? 전시의 진정성에 공감하려는 시도는 했었나? 적어도 작가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와 그 이면의 이야기를 알고자 노력했던 적은 있었던가?

'대한민국 대통령이 말하는 4.3의 진실' 전은 내게 그런 질문을 던지고 작지만 큰 깨달음을 주었다. 여느 때처럼 눈으로만 보고 지나쳤다면, 아마도 이러한 심장의 큰 울림을 경험하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허름하게 차려진 밥상이지만 어머니의 따스함을 느끼는 순간 저절로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처럼. 역시나 진한 감동은 그러한 찰나에 맞이할 수 있는 귀한 손님이다.
 
 박진우 (재)노무현재단 제주위원회 상임대표가 전시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왼쪽 작품은 보리아트 이수진 작가의 '소까이'.
 박진우 (재)노무현재단 제주위원회 상임대표가 전시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왼쪽 작품은 보리아트 이수진 작가의 "소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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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는 4.3 관련 역대 대통령들의 정책과 발언을 모아 구성한 아카이브 형식의 기록전으로, 안양시청 로비를 무대로 8월 26일부터 30일까지 펼쳐졌다.

이승만 대통령에서부터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을 거쳐 문재인 대통령까지 대한민국 대통령들의 말과 글, 방문 현장 등을 통해 4.3의 진실을 나누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된 것.

간이로 만들어진 벽면에는 익숙한 얼굴이 찍힌 사진들과 보리를 펴서 만든 작품들이 다소 무거운 기운을 머금은 채 나란히 걸려있었다.

때마침 전시 공간 한 켠에 자리하고 있던 한 분이 반갑게 맞아주며 설명을 해주겠다고 한다. 바로 전시회를 총괄 기획한 박진우 상임대표다. 살짝 부담스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지만 염치 불구하고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그는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로서 4.3 현장을 방문한 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처음"이라며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과거 국가 권력의 잘못에 대해 사과해 제주도민들이 눈물로 고마움을 전했다"고 말했다.
 
 제58주년 제주 4.3사건 희생자 위령제에 참석해 묵념하는 故 노무현 대통령.<전시 도록에서>
 제58주년 제주 4.3사건 희생자 위령제에 참석해 묵념하는 故 노무현 대통령.<전시 도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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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0월 31일,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문구 옆에 '노무현'이란 사인이 적힌 사과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

"이제야말로 해방 직후 정부 수립 과정에서 발생했던 이 불행한 사건의 역사적 매듭을 짓고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제주도에서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하여 1948년 4월 3일 발생한 남로당 제주도당의 무장 봉기, 그리고 1954년 9월 21일까지 있었던 무력 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무고하게 희생되었습니다. 저는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과거 국가 권력의 잘못에 대해 유족과 제주도민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러면서 과거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억울한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일은 비단 그 희생자와 유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난날의 과오를 반성하고 진정한 화해를 이룩하여 보다 밝은 미래를 기약하자는 데 그 뜻이 있다고 밝혔다.

2006년 4월 3일에는 제58주년 제주 4.3사건 희생자 위령제에 참석해 추도사를 전했다.

"자랑스런 역사든, 부끄러운 역사든, 역사는 있는 그대로 밝히고 정리해 나가야 합니다. 국가 권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합법적으로 행사되어야 하고, 일탈에 대한 책임은 특별히 무겁게 다뤄져야 합니다. 또한 용서와 화해를 말하기 전에 억울하게 고통 받은 분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명예를 회복해주어야 합니다. 이것은 국가가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이자 의무입니다."
 
 (왼쪽) 2007년 3월 2일,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4·3평화공원을 방문 헌화하는 모습. (오른쪽) 2012년 8월 1일,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4·3평화공원을 방문해 단체로 헌화한 후 묵념하는 모습. <전시 도록에서>
 (왼쪽) 2007년 3월 2일,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4·3평화공원을 방문 헌화하는 모습. (오른쪽) 2012년 8월 1일,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4·3평화공원을 방문해 단체로 헌화한 후 묵념하는 모습. <전시 도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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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우 상임대표는 "가혹한 방법으로 탄압하라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유시 국무회의록을 통해 당시 대한민국 정부의 상황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방명과 박근혜 대통령의 국가추념일 지정 등은 좌익과 우익, 진보와 보수 정권에 상관 없이 모두 4.3의 진실을 밝히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시절 이명박 후보는 "4.3 영령님들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면서 "제주 4.3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제대로 되어 있으며, 역사적 평가는 어느 당이 집권해도 바뀌지 않는다"고 썼다.

또 박근혜 후보는 "4.3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며 "제주 4.3사건은 우리 현대사의 비극이고 많은 분들이 희생되신 아픈 역사다.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될 일이라고 본다"고 기록했다.
 
 제70주년 4·3추념식에서 동백꽃을 헌화하기 위해 4·3평화재단 양조훈 이사장 등과 함께 위령제단으로 이동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전시 도록에서>
 제70주년 4·3추념식에서 동백꽃을 헌화하기 위해 4·3평화재단 양조훈 이사장 등과 함께 위령제단으로 이동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전시 도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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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3일, 문재인 대통령은 제주 4.3 제70주년 추도사를 통해 "70년 전 제주에서 무고한 양민들이 이념의 이름으로 희생당했습니다. 이념이란 것을 알지 못해도 도둑 없고, 거지 없고, 대문도 없이 함께 행복할 수 있었던 죄 없는 양민들이 영문도 모른 채 학살을 당했습니다"라며 아픔을 표했다.

추도사에 따르면 1948년 11월 17일 제주도에 계엄령이 선포되고 중산간 마을을 중심으로 '초토화 작전'이 전개됐다. 가족 중 한 사람이라도 없으면 '도피자 가족'이라는 이유로 죽임을 당했다.

중산간 마을의 95% 이상이 불타 없어졌고 마을 주민 전체가 학살당한 곳도 있다. 1947년부터 1954년까지 당시 제주 인구의 10분의 1정도인, 3만여 명이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문 대통령은 "2000년, 김대중 정부는 4.3진상규명특별법을 제정하고 4.3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4.3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고 위령제에 참석해 희생자와 유족, 제주도민께 사과했습니다. 저는 오늘 그 토대 위에서 4·3의 완전한 해결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을 약속합니다"라고 피력했다.    

설명을 듣고 자료를 보면서 자연스레 '우리들이 너무 무심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쓰리고 안타까운 마음은 점점 더해갔다.

이제라도 4.3 사건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제대로 된 역사적 평가가 이뤄진다는 사실은 다행스런 일이지만, 그로 인해 억울하게 죽어간 이들과 가족을 잃고 무지하게 아파했을 유족들에 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은 까닭이다.

보리아트 작품으로 이 전시에 참여한 이수진 작가가 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는지 이해하게 된 순간이었다.

"나의 작업의 핵심은 영적 교감이 아닐까 싶습니다. 진아영 할머니를 비롯해 등장하는 인물과 장소, 꽃 한 송이까지도요. 아무것도 모르는 갓난아기와 어린아이에서부터 힘없는 노인, 평범한 동네 사람들까지, 그때 희생당한 분들의 넋을 위로하는 일이 가장 우선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수진 作 보리아트 '정적'
 이수진 作 보리아트 "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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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진 作 보리아트 '웃동네'
 이수진 作 보리아트 "웃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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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작가의 작품이 진짜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또 있다.

4.3 당시 공권력에 의해 불타 사라져 버린 마을로 직접 찾아가 흙을 채취하고, 또그 곳에서 생명의 싹을 틔우고 자란 보리줄기를 구해 작품에 녹인 것이다.
  
제주민들을 토벌해야 하는 과정에서 고통스러워 하는 젊은 군인과 어린 소녀가 마주한 장면을 통해 시대를 대변했고(작품 '정적'), 제주의 거친 바람에 한쪽으로 자라는 팽나무(폭낭)의 수많은 가지를 통해 제주 중산간 마을에 불어 닥친 죽음의 광풍을 드러내면서는 공권력의 폭력성을 고발했다(작품 '웃동네').

특히 4.3 70주년의 의미를 담은 작품 '탐라'는 4.3을 의미하는 43개의 동백꽃과 70주년을 의미하는 나비 70마리, 그리고 1947년 4.3 이전의 13개 읍·면을 그려 제주민들이 꿈꾸었던 살맛 나는 공동체의 가치를 표현했다.
 
 이수진 作 보리아트 ‘탐라’
 이수진 作 보리아트 ‘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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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매번 첫 만남은 어려웠다고 고백한다. 그 어려운 만남을 통해 저마다의 억울한 사연을 나누고 심연에 맺힌 한을 풀어주기 위해 토닥이고 또 토닥였다고. 그래서 바람이 있단다.

눈으로 보고 사연으로 읽은 다음 기도로 응답해 주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서양화와 보리아트가 만나 뿜어내는 독특한 멋을 감상하고, 4.3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된다면 당시 희생자들과 유족들을 위한 따뜻한 기도 한 마디는 저절로 나올 것이란 생각에서다.

작품 감상도 감상이지만 4.3 사건으로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의 넋이라도 위로해 주길 바라는 작가의 간절한 마음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단순히 작품을 만들어낸다는 생각으로 임하지 않았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자세를 갖기 위해 애썼죠. 재료 준비에 있어서도 정성을 다했습니다. 보리 줄기를 삶고 찬물에 헹구어 그늘에 말리는 과정, 작품의 배경이 되는 캔버스나 MDF에 들어가는 유화 작업까지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었습니다." 
 
 이수진 作 보리아트 ‘4·3의 상흔’
 이수진 作 보리아트 ‘4·3의 상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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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당시 토벌대의 총탄에 아래턱을 잃고 평생을 하얀 무명천으로 감싼 채 고통스럽게 살다 가신 진아영 할머니. 작가는 차마 그 얼굴을 똑바로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소름끼치도록 무서웠다고 하는 게 오히려 맞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죄라도 지은 냥 눈을 피하게 되면서 공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공기조차 무겁게 다가왔어요. 가슴을 압박할 정도의 그 무엇, 실재하지 않는 존재에 대한 먹먹함이 어찌나 크게 밀려오던지 작업을 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작가로서 자신에게도 잊지 못할 소중한 작업이었다고 말하는 그녀. 이번 전시가 4.3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동시에 유족들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어떤 이들에게 시·공간을 초월한 만남을 주선하길, 또한 부디 4.3 사건의 상징인 동백꽃처럼 붉은 기운으로 다시금 타오르길 소망한다는 작가의 바람이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한편 제주 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와 제주 4.3평화재단 주최, (재)노무현재단 제주지역위원회 주관으로 마련된 이 전시는 안양과 작별하며 또 다른 이웃들과의 만남을 위해 떠날 준비를 마쳤다.
 
▲ 대한민국 대통령이 말하는 4.3의 진실 展-보리아트 작품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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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기모닝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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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모닝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필명은 강경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