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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원예술대학교 송수근 총장
 계원예술대학교 송수근 총장
ⓒ 계원예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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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근 실장은 ➀ 문화예술(문예기금 지원, 비엔날레 사업) ➁ 콘텐츠(영화기금 지원, 영화제 지원) ➂ 미디어(우수도서 선정) 등 3개 분야로 나누어, 청와대에서 지적한 문제점에 대한 개선방향으로 심사 강화(공공기관 담당자가 정부지원방향을 심사에 적용), 의결단계 재검증 기능 강화, 예술감독 선정의 건전성이 확보된 경우에만 지원검토, 문제영화 상영 영화제의 사후 통제 강화(문제영화제 차년도 지원예산 삭감), 심사위원 자격 기준 강화(문제 도서를 심사과정에서 제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필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건전 문화예술 생태계 진흥 및 지원 방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취합‧정리한 후, 이를 김종덕 장관에게 보고하였다.

김종덕 장관은 2014. 10. 21. 경 피고인 김기춘의 공관을 찾아 가 위 보고서 내용을 대면보고하였고, 피고인 김기춘은 보고 내용에 대해 기뻐하면서 김종덕 장관에게 보고내용대로 추진하라고 지시하였다.'


블랙리스트 실행으로 실형을 받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에 대한 1심 판결문 내용 중 일부다.

위 판결문에 언급된 '건전 문화예술 생태계 진흥 및 지원 방안'에는 ▲문화예술위원회에 과도한 정치편향 프로그램 지원 제한과 심사위원회 구성시 정치편향인사 배제 ▲비엔날레 지원사업에 있어서 문체부의 사전검토 강화 ▲영화진흥위원회의 경우 심사위원회 선임 절차를 강화해 심사단계에서 정치편향 내용을 배제시키고 ▲영화제 지원의 경우 정치편향작품 상영 여부를 반영해 문제작품을 상영한 영화제는 다음 해 예산을 삭감하는 것을 비공식 내부 가이드라인으로 관리하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블랙리스트 관리에 대한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송수근 기획실장은 이후 '건전 콘텐츠 활성화 TF'의 단장을 맡아 매주 개최하는 TF 회의를 통해 김기춘 실장에게 보고된 내용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점검하고 장관과 청와대 교문수석실에 계속 보고했다.

송수근 실장은 이후 황교안 권한대행체제였던 2016년 12월 30일 당시 야권의 반대 속에 문체부 차관에 임명된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2017년 6월 6일 차관에서 물러났고, 지난 8월 2일 계원예술대학교 총장에 임명됐다.

"예술인 탄압자가 예술대 총장"
 
2일 오전 10시 계원예술대학교 정문 앞에서 열린 문화에술계 블랙리스트 실행자 계원예술대학교 송수근 총장 임명 반대 기자회견
 2일 오전 10시 계원예술대학교 정문 앞에서 열린 문화에술계 블랙리스트 실행자 계원예술대학교 송수근 총장 임명 반대 기자회견
ⓒ 성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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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원예술대학교 학생들은 2일 오전 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수근 총장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했다. 문화예술단체들과 개인들이 연명한 성명서에서 학생들은 "예술인들에게 재갈을 물렸던 전력을 가진 공무원은 어떤 이유로도 예술대학 종장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은 연대발언을 통해 총장 선출이 적합하고 온당한 기준으로 선정됐는지 의문이라며 재단 측에 해명을 요구했다. 또 "우리가 그에게 요주의 인물이 아닌, 그가 우리에게 요주의 인물이 됐다"며 "개교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는데, 예술가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송수근을 반대하겠다"며 결의를 다졌다.

이어 "예술인을 탄압하던 블랙리스트 실행자를 총장으로 선임한 것은 예술교육의 대표적 재생산 기구인 예술대학의 존재 이유에 의문을 던진다"라며 "이를 방관한다면 또 다른 블랙리스트 명단을 채우는 것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학생들은 "앞으로 송수근 총장을 계원예술대학교 총장이 아닌 블랙리스트 총장으로 부르겠다"며 "블랙리스트 총장이 물러날 때까지 싸움을 이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사태가 계원예술대학교만이 아닌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크나큰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며 국내외 예술인들의 연대도 요청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행자 송수근 총장 임명을 반대하는 계원예대 학생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행자 송수근 총장 임명을 반대하는 계원예대 학생들
ⓒ 성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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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50여 명의 학생들은 "우리도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건가요?" "예술계 탄압하던 송수근 이제 예술대 탄압" "예술인을 양성하는 대학에서 예술인 탄압자가 총장이라니" 등의 구호가 적힌 종이를 들고 우려를 나타냈다.

등교 중에 기자회견을 지켜보다가 구호를 따라 외치기도 했던 일부 학생들은 "방학 중에 임명돼 학생들이 누군지에 대해 잘 몰랐다"면서 "문제의식을 갖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블랙리스트 단체들이 연대하고 있는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는 지난 8월 송 총장의 임명 직후 낸 성명에서 "(송수근 전 차관은) 지난해 말 자신이 기획조정실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하급자로 일했던 문체부 공무원들이 징계 및 형사 처벌 대상이 되어서 처분되는 과정을 지켜보았을 것이다"라며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는 대신 예술대학의 총장이 되어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는 것은 문체부에 남아 있는 공무원들 보기에도 적절한 처신도 아닐 것이다"라며 송수근 총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한편 송수근 총장은 기자회견 직후인 이날 오전 11시 정식 취임식을 했다. 문화연대는 학교 이사회 측에 블랙리스트 문제에 대한 입장 및 총장 임명 과정에서 검증 및 심사내용 공개를 요구하는 공개 질의서를 전달했다.
 
총장 취임식을 알리고 있는 계원예술대학교
 총장 취임식을 알리고 있는 계원예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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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송수근, #블랙리스트, #계원조형예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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