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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작가가 8월 31일 저녁 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 옆 잔디광장에서 열린 '봉하음악회'에 앞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봉하대담'을 한 뒤 나오면서 사람들한테 책에 서명을 해주고 있다.
 조정래 작가가 8월 31일 저녁 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 옆 잔디광장에서 열린 "봉하음악회"에 앞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봉하대담"을 한 뒤 나오면서 사람들한테 책에 서명을 해주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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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작가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경남 봉하마을에 만나 '남북 문제'와 '대한민국 자존', '더불어 함께 사는 나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노무현재단은 73회 고 노무현 대통령 생일(9월 1일)를 맞아 31일 저녁 봉하마을 대통령묘역 옆 잔디광장의 특설무대에서 '봉하음악회'를 열었다. 조 작가와 유 이사장은 음악회에 앞서 1시간 10분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조정래 작가는 이번이 봉하마을 세 번째 방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한 날과 49재 때 이어 이번에 부인 김초혜 시인과 함께 찾았다. 조 작가는 "10년만에 왔다. 그 때는 슬픔에 가득 차 있었고 살벌하고 쓸쓸했다. 오늘은 많은 사람이 와서 추모를 하고 해서 살아 있는 의미를 느낀다"고 했다.

이에 유 이사장은 "저도 지금은 부엉이 바위를 눈물 없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작가는 노무현 대통령을 생전에 예닐곱 번 만났다며 그 가운데 알려지지 않은 일화를 소개했다.

"1990년대 후반으로 기억된다. 종로에서 가판을 하던 상인회장이 감옥살이 하면서 <태백산맥>을 읽고, 감동을 받았다며 저한테 '노벨문학상'을 주어야 한다며 '수상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부끄럽다며 하지 말라고 했다. 파고다 공원에서 발대식을 하는데, 그 때 행사 진행 비용을 국회의원 6명이 각 10만원씩 냈다. 그 중에 한 사람이 노무현 국회의원이었다. 그 분께서는, 그 전에 나를 만난 적이 없는데 노벨상을 줘야 할 사람으로 알았다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이에 유 이사장이 "조정래 선생님은 '셀프 홍보'를 잘 하신다"고 응수해 웃음을 자아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조 작가는 "지금 아부해서 손해 보는 일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통일 문제에 대해 상당히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은 당신(트럼프)이 받고 우리에게는 평화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그런 측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가 생긴 지 25년 이후 가장 훌륭한 미국의 사람이다"라고 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허심탄회한 마음으로 진정성을 갖고, 우리 문제 해결을 하고, 좀더 결실을 빨리 해주기를 바란다"며 "넘버원 트럼프"라고 덧붙였다.

북핵 문제 해결 등에 대한 질문에, 조 작가는 "소설가는 되지 않는 일을 꿈꾸는 사람"이라며 "북핵 문제는 통일과 직결돼 있다. 과거의 실패를 무릅쓰고, 작가의 상상력으로 말한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귀담아 들어 옛날의 과오를 다시 범하지 말기를 바란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까지 세 번 째 정상회담을 했다. 장소 정하는 데 시간 낭비할 필요 없다. 세계인이 모이는 장소인 유엔 총회장을 회담 장소로 마련하면 비용도 안 든다. 선택도 좋다. 왜냐하면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못 믿고, 트럼프는 김정은을 못 믿으니까 해결이 안 된다. 그래서 두 사람이 합의하는 내용에 서명한 사람이 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엔 가입국이 모두 그 합의에 연대서명을 한다고 전제를 하고. 그리고 일괄타결이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타결해 버리는 것이다. 그것은 지난 동계올림픽 때 증명이 됐다. 진정성만 있으면 한순간에 해결할 수 있다. 진정성이 없으니까 의심하고, 그래서 안되는 것이다.

유엔 총회장에 10개의 탁자를 만들자. 두 정상이 사인하는 탁자다. 휴전협정을 종전협정으로 서명하는 탁자, 평화협정을 조인하는 탁자, 상호 영구불가침 협정, 완전 비핵화 서명, 비핵화를 위해 IAEA 사찰 전면 수용, NTP 가입, 북미수교, 대사과 동시 개설, 대북 경제보상하는 탁자다. 북이 원자폭탄을 만드는 데 들어간 돈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한국과 미국은 당연히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보상해주어야 한다. 과거에 북에 중유 공급해주기로 합의했지만 되지 않았다. 그리고 북에 민간투자 개방을 해야 한다."


유시민 이사장은 "민족 분단부터 풀어야 한다. 북한이 1950년 전쟁을 벌인 것에 대해 우리가 안 좋게 생각한다. 그런 감정이 있다. 김정은이 북의 과거사 문제에 대해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조 작가는 "유 이사장과 생각이 좀 다르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회학자들은 두 개의 적대적인 정치집단의 만든 갈등이나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그만큼 세월을 거쳐야 한다고 한다. 우리는 분단 70년이다. 문 대통령이 북에 가서 '아라랑' 공연을 보면서 북에 우리 민족 끼리 하자고 했다. 그렇게 하는 게 우리의 통일 원년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앞으로 70년을 노력해서 통일이 온다는 생각을 하자. 조급하면 또 탈이 난다. 우리는 끊임없이 인내하면서, '너 잘못했지'가 아니라, 6‧25 때는 서로에게 총질하는 잘못이 있었다. 그것은 너그럽게 70년 후에 비판하도록 남겨두자."

이 말에 유 이사장은 "한국전쟁 양비론이 아니다. 세세히 따지면 해법이 없으니까 서로 감싸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덮어두면 때가 되며 풀릴 것이라는 말이다"고 설명했다.
  
조정래 작가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8월 31일 저녁 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 옆 잔디광장에서 '봉하음악회'에 앞서 '봉하대담'을 가졌다.
 조정래 작가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8월 31일 저녁 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 옆 잔디광장에서 "봉하음악회"에 앞서 "봉하대담"을 가졌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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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베 정권도 거론되었다. 유 이사장은 "선생님이 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 가운데 아베 같은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조 작가는 "아베는 아주 나쁜 사람이다"고 했다.

"저는 이미 오래 전에 용서라고 하는 것은 잘못한 자가 반성하는 것에 대한 선물이라 생각했다. 우리는 일본이 우리한테 저지른 만행을 용서할 수 없다. 앞으로 이웃으로 살아가려면 아프지만 용서해야 한다. 그게 대인이다. 진정으로 잘못 했다고 하면 용서해줄 자세가 되어 있다. 그렇지 않느냐. 그런데 그 사람(아베)은 부모도 없나. 한심한 사람이다."

유 이사장은 "선생님의 소설에 등장하는 그 많은 사람 중에도 아베는 비교할 인물이 없나 보다"고 했다. 우리 국민들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유 이사장이 물었다. 조 작가는 "아베가 우리게 잘못한 것만 있는 게 아니다. 두 가지 큰 공이 있다"고 했다.

"그것은 우리 기술의 식민지화 된 것을 독립시키는 계기를 만들도록 해주었고, 다른 하나는 역사 강조다. 우리는 영어를 잘 하기 위해 이명박 정권 때 학교에서 <역사>을 시간 줄여서 영어를 배우도록 했다. 역사 교육에 소홀했다. 이번에 아베가 우리의 근본적인 민족 감정을 건드렸다. 소홀해지는 민족관, 민족정신을 강화하게 해주어 고맙다."

유 이사장은 "아베상 고마워요"라고 했다. 조 작가는 "아베를 권좌에서 빨리 몰아내야 한다. '이이제이'라고, 적의 손으로 적을 치라는 것이다. 우리는 불매운동을 영원히 해야 할 각오로 하고, 일본이 진정한 사과를 할 때까지 해야 하며, 일본 여행은 절대 가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일본 내부에서 분란이 일어나 아베를 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조 작가는 "일본을 상대로 하면 북한도 한 편이 될 수 있다. 그러면 통일은 더 빨리 올 수 있다, 민족은 하나다"며 "이제 대한민국은 나라를 빼앗겼을 때와 다르다. 지금은 무서운 나라다. 남북이 합해서 대응하면 옛날이 아니다"고 했다.

최근 보수진영 인사들이 조정래 작가의 <아리랑>을 지적하는 것에 대해, 조 작가는 "소설을 쓸 때 그 시대의 모든 상황을 총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책을 섭렵한다. 최대한 많이 읽는다. 그리고 역사는 큰 이야기, 굵은 이야기를 기록하고 자잘한 이야기는 생략하는데 소설은 그것까지 모두 거둬 올려서 쓴다"고 했다.

이어 "그리고 반드시 현장 취재를 한다. <아리랑>은 모든 사실은 책을 중심으로 하고, 역사편찬위의 <한국사> 정사에다 나머지는 현장 취재를 해서 썼다"며 "그렇게 해서 나온 진실이다. 저를 공박하는 자들은 그런 것을 하나도 생각하지 않는다. 일제는 자기들한테 불리한 자료를 다 소각시켰다. 일제가 그렇게 해서 나온 일부 자료만으로 '일본은 그렇지 않았다'며 저 보고 사기꾼으로 몰았다. 명예훼손으로 고소해야 하나? 어른들이 길이 아니면 가지 말고 말이 아니면 탓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했다.

"우리 정부가 최첨단 원천기술을 빨리 확보하기 위해 내년 예산에 엄청 투입한다고 한다. 그 돈은 국민 세금이다. 원천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은 피어린 혈세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기업이 국민 세금을 공짜로 먹으려 하면 안 된다. 지금은 박정희 시대가 아니다. 우리는 대기업에 수많은 특혜를 주어 그들이 국민이 배반하는 시대에 산다. 그들이 10배 더 투입한다는 서명을 받고 철저하게 세무감사를 해야 한다."

유시민 이사장은 '사대'를 거론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잘 모시는 것 같다"고 했다. 이에 조 작가는 "노무현 대통령이 자주 쓰는 말이 있었다. '역지사지'다. 서로 처지를 바꾸어 보자는 것이다. 제가 만약 대통령이었다면, 저도 문 대통령처럼 했을 것이다. 현실이니까. 북한 쪽에서도 문 대통령보다 트럼프를 더 믿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세월을 넘어 가다 보면 우리에게도 큰 소리를 할 시기가 올 것이라 보고, 우리가 지금 좀 마음이 상하더라도 열심히 가자"고 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거론한 유 이사장은 "지금 상황을 어떻게 보느냐"고 말했다. 이에 조 작가는 "한 마디로 말하면 조국은 저와 같은 조씨가 아니다. 그러므로 객관성을 확보해서 말한다"며 "조국은 문제 많고 탈 많은 조국을 위해서 반드시 법무부 장관을 시켜야 한다"고 했다.

조 작가는 "그 이유는, 그 사람만한 인물, 정직, 맷집을 가진 사람이 없다. 우리는 그런 인물 하나를 만들어 내기 위해 국가와 사회가 많은 투자를 했다. 쓸만한 사람을 못된 사람들이 모여서 살해한 사람들이 있다. 노무현, 노회찬 아니냐. 조국도 같은 선상에서 버려서는 안 된다. 귀한 우리의 인재다. 우리의 권한을 위임해서 우리를 속일 사람이 아니다"고 했다.

사회 빈부 격차에 대한 질문에, 조 작가는 "문제는 우리들 마음 속에 도둑놈이 다 들어 있다. 돈이면 모든 게 다 해결된다는 생각을 한다"며 "그것이 인간 본성이다. 그런 탐욕을 억누르는 게 인간교육이다"고 했다.

"우리는 경쟁해서 친구를 적으로 삼는 교육을 시킨다. 그래야 대학 간다고 생각한다. 남에 대한 배려와 양보, 남을 먼저 생각하는 게 민주주의다. 말만 민주주의라 하면서 전혀 실천한 바 없는 교육을 한다. 교육을 바꿔서 앞으로 30년, 40년 뒤에 열매를 따려고 하면 된다. 영어와 수학 시간을 반으로 줄이고, 체육시간과 노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조 작가는 "내 인생이 소중한 만큼 남의 인생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는 게 민주사회의 기본이다"고 강조했다.

유 이사장은 '복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조 작가는 "복지라는 개념부터 바꾸어야 한다. 복지는 국가가 무조건 주는 게 아니고, 국가도 국민에게 실천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은 지난 60년 동안 온 국민이 피와 땀을 흘리고 해서 만들어온 나라다. 다만 직업에 따라 공헌 차이는 있었다. 리어카를 끌거나 청소부도 국가에 공헌했다. 국민소득 3만불을 만들 때 모든 사람이 힘을 합한 것이다. 노후가 보장되지 않은 60대 이상은 모두 국가로부터 돈을 받아야 한다. 그것이 국가가 국민에게 실천해야 할 의무다. 그런데 독재정권을 거치면서 국민의 4대 의무만 있고, 국가는 군림할 권리만 있다고 가르쳤다. 국가를 향해 끊임없이 요구해야 하는 게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미국이 무력이 제일 센 게 아니라, 세계 과학의 원천 기술 75%가 미국이다. 미국은 로열티만 받아도 산다. 그리고 카네기 등 돈 많은 사람들이 전 재산을 사회 환원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많은 돈을 사회에 환원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기업주와 부인, 아들이 몇 조씩 가지고 있다. 단 한 푼도 사회를 위해 공익법인에 돈을 낸 기업이 없다. 국가는 국민의 권한을 최대한 발휘하여 30대, 300대 기업에 대해 상시 세무조사를 해야 한다. 비자금에 대해서는 철저히 규명해서 감옥에 보내야 한다. 그러면 100조의 돈으로 복지를 위해 쓸 수 있다."


책 <천년의 질문>과 관련한 질문에, 조 작가는 "우리나라를 망쳐온 5개 집단이 있다. 입법, 사법, 행정, 재벌, 언론이다. 그들이 얽혀서 국민을 속박하고 핍박해 왔다"며 "언제까지 방관할 것이냐. 이 나라를 바꿔야 한다. 진실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언론. 언론은 자기들의 잇속을 위하는 시대를 끝내야 한다"고 했다.

조정래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하며 마무리 했다.

"우리 조국의 문제가 조국을 위하여 잘 해결되기를 바라는 게 가장 화급한 제 요구 사항이다. 여기 와서 보니, 이 자리는 노무현 대통령의 영혼이 함께 살아 숨 쉬는 성역이다. 더욱 빛나게 해야 한다. 기념관을 만든다는 데 150억 정도 들어간다고 한다. 적다. 많이 모금해서라도 해야 한다. '노무현 뮤지컬'을 만들어야 한다. 제목은 '아 노무현'이다. 뮤지컬을 직업 배우들이 만드는 게 아니라 노무현을 사랑하는 우리들이 주연하면서 최고의 관광 상품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입장료도 받아서 그 돈을 모아 장학기금도 만들자. 그리고 봉하마을 들어오는 길가에 나무가 너무 없다. 우리나라의 순수한 토종 나무를 드문드문 심어서 자연의 쉼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이날 음악회에는 재단측에서 3000여개의 좌석을 마련했지만 7000여명이 운집했다. 봉하대담에 이어 가수들의 공연이 이어졌다.
 
조정래 작가가 8월 31일 저녁 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 옆 잔디광장에서 열린 '봉하음악회'에 앞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봉하대담'을 한 뒤 나오고 있다.
 조정래 작가가 8월 31일 저녁 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 옆 잔디광장에서 열린 "봉하음악회"에 앞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봉하대담"을 한 뒤 나오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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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노무현, #조정래, #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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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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