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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스페셜'에서 '속터지는 엄마 억울한 아들'이라는 제목으로 아들 육아의 어려움을 방송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SBS스페셜"에서 "속터지는 엄마 억울한 아들"이라는 제목으로 아들 육아의 어려움을 방송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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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비 아들 엄마다. 처음 아들이란 것을 알았을 때는 몹시 당황스러웠다. 가까이에서 어린 남자 아이가 성인으로 커가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키워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걱정 가득한 나에게 무시무시한 말들도 자꾸 들려온다.

'아들을 키우면 엄마가 거칠어진다. 남자 아이들은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게 끝없이 몸으로 놀아줘야 한다. 아들은 엄마가 한번 불러서 절대 쳐다보지 않는다.'

예전에는 '이런 성별 고정관념이 너무 싫다'고 '그런 게 어디 있냐'고 했지만, 막상 내가 아들 엄마가 된다고 생각하니 그런 괴담들을 결코 무시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혼란과 혼돈 속에 빠져 있는 나에게 한줄기 빛이 내려왔으니 그게 바로 <페미니스트 엄마와 초딩 아들의 성적 대화>라는 책이다.

다른 육아서도, 성교육 책도 많았지만 내가 이 책을 고른 것은 바로 '엄마, 아들' 이런 단어 때문이었는데, 저자는 시작부터 그런 생각이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이 책을 읽고 난 독자들이 아들이라는 틀 밖에서 아이를 바라보고 상상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는 저자의 바람에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긴 하지만 왠지 저자의 말을 더 신뢰하게 된다.
 
아들은 '다르고' 그에 걸맞은 성교육이 따로 있어서 '아들 성교육' 같은 말을 내세운 게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아들과 딸을 '구분'하면서 아들 성교육을 '달리'하자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가장 나쁜 방식의 성교육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제가 지금 아들에 주목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 아들들이 성교육 자체를 받지 않았거나, 혹시 지나치게 '다른' 성교육을 받아왔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바로 아이에게 적용할 수 있는 성교육의 구체적인 정보를 담고 있지는 않다. 성교육 자체에 대한 고민과 질문들을 나누고 문제의식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러하기에 지금 이 시점에 더욱 필요한 책이다.

성교육이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거나 젠더 편견으로 얼룩진 내용들이 성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퍼져나가는 현재 상황에서, 성교육에 대한 바른 철학과 태도를 고민해보는 것이 구체적인 방법론보다 우선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도 '성교육 A to Z'가 궁금한 독자들을 위해서는 각 장별로 도움이 될 만한 책들을 소개하고 있어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누구든 가해자가 될 수 있다
 
 <페미니스트 엄마와 초딩 아들의 성적 대화> 겉표지.
 <페미니스트 엄마와 초딩 아들의 성적 대화> 겉표지.
ⓒ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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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키우는 지인에게 이 책을 추천해줬더니 읽어보겠다며 "아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대하라던데?ㅋㅋ"라는 답이 왔다. 이 사람, 배운 사람이다. 이 정도로라도 성교육에 대해 생각을 갖고 있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 현재 우리나라 성교육은 '가해하지 말라'가 아닌 '당하지 말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데 '당하지 말라'고 교육한다고 당하지 않을 수 있는 문제인가. '낯선 사람 따라가면 안 된다. 밤에 혼자 다니지 마라. 야한 옷 입지 마라'는 교육은 결국 '여자아이용'일 뿐이며 나중에 피해자의 죄책감을 부추기고, 피해자에게 범죄의 책임을 묻게 할 뿐이다. '친구를 때리지 말라, 거짓말하지 말라'와 같이 '성폭력 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게 맞는 것 아닐까.
 
조심스레 친구에게 비슷한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그랬더니 그는 펄쩍뛰며 이렇게 말했다. "얘, 미쳤나봐. 네 아들이나 내 아들이나 잘 크고 있어. 그런 애들 절대 아냐! 어린 애들한테 뭔 소리야." 그래, 내 아들 착한 거 나도 알아. 근데 그게 뭐? 착해도 친구 때리지 말라, 거짓말하지 말라는 말은 하잖아. 때리는 건 옳지 않은 일이고, 사람이건 동물이건 때리지 말라고 알려주는 것이 옳은 일이니까. 그런데 왜 성폭력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면 안 되는 거지? 일찍부터 많이 가르치면 더 좋은 거 아닌가? 성폭력 하지 말라는 게 그토록 해서는 안 될 말이야?
 
민망해 하지 말고 권력의 측면에서 접근하기

가끔 뉴스나 기사를 보기 민망할 때가 있다. 성폭력 기사나 뉴스의 제목, 내용, 곁들여지는 이미지들이 너무 선정적이라 포르노와 다를 바 없이 느껴져서이다. 이는 성폭력에 내재한 숨은 맥락과 의미는 지우고, 누가 누구의 어디를 어떻게 했는지, 얼마나 만지고 비비댔는지 따위만 보도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성폭력의 핵심은 권력인데, 이를 지우고 사실을 전하니 선정적 보도가 될 뿐이다.

성폭력은 단지 하나의 사건이기보다 그런 행위를 가능케 한 문화적인 풍토에서 나온 것이고, 그 속에서 사회적 상하관계, 젠더 위계 등이 작동하여 가해자와 피해자가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성교육에서 이러한 권력의 측면을 빠뜨린다면 지금까지의 '피해자 되지 않기'의 성교육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지금과는 다른 성교육을 할 수 있을까?

'성교육' 하면 모두가 성적 행위를 중심에 놓고 생각하다보니 어른들은 성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민망해 하고 기피하게 된다. 저자는 이럴 때 권력의 측면에서 접근해 성교육을 시도해 보는 것을 제안한다. 아이와 덜 민망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뿐 아니라 성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내용이기에 더욱 필요하다는 것이다.
 
초등생에게 정말로 필요한 교육은 '권력을 가질수록 절대 네 마음대로 해서는 안 되는 것들'을 알려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성교육과 관련해서는 권력 중에서도 젠더와 관련한 권력, 즉 젠더 위계를 가르쳐야 한다. 어릴 적부터 이를 알고 배우고 의심하고 성찰할 때라야 비로소 젠더감수성을 자기 안에 싹틔워 성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 교육, 무엇보다 성교육부터

이 책의 매력 중의 하나는 자칫 딱딱할 수 있는 내용을 엄마와 아들의 실제 대화를 인용해 실제 피부에 와닿게 해준다는 데에 있다. 나는 엄마의 가르침보다 아들의 유쾌발랄한 말들에서 더 재미를 느꼈는데, 이런 대화들을 보면서 나도 내 아들을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떠도는 아들 관련 괴담들과 달리, 저자의 실제 아들은 엄마의 말에 귀 기울이며 자신의 생각을 말하면서 대화를 할 줄 아는 아이였다. 엄마만 아이의 호기심에 당황하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할 자세를 갖추면 성교육도 어렵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사람이 제일 힘들다는 성교육을 대화로 풀 수 있다면 다른 것들은 더 걱정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제목만 봤을 때는 예비엄마인 내가 보기에 이르지 않을까 했지만 지금은 일찍 보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막막함 속에 있던 나에게 아이 교육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해줬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 성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성교육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 알게 해줘서 우리 아이에게 조기 성교육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원래 <초딩 아들, 영어보다 성교육>이라는 제목으로 실었던 칼럼을 엮은 것인데 이를 <아이 교육, 무엇보다 성교육부터>라고 수정해도 될 것이다. 예비부모, 아이가 있는 부모, 성교육에 관심 있는 누구라도 일찍 볼수록 좋은 책이니 어서 한번 보라고 권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 이 글은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페미니스트 엄마와 초딩 아들의 성적 대화 - 양육자를 위한 초등 남아 성교육서

김서화 (지은이), 일다(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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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은경의 그림책 편지',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