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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아래 해변에서 해루질을 하고 있다. 출입이 통제되기 전에는 사리때가 되면 바람아래해변에는 최대 2천여명의 해루질객이 몰리기도 했다.
▲ 출입통제 전 바람아래해변에서 해루질하는 해루객  바람아래 해변에서 해루질을 하고 있다. 출입이 통제되기 전에는 사리때가 되면 바람아래해변에는 최대 2천여명의 해루질객이 몰리기도 했다.
ⓒ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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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구역 불법 해루질시 벌금 50만원 하던 것은 어디다 버렸나"
"해루질 좋은데 머릿수를 엄격 제한해야 한다. 씨가 마른다."
"두당 1000만원 정도 벌금 때려봐라. 그래도 하나 보자. 법이 너무 쓰레기다."


충남 태안군의 대표적인 해루질 명소였던 바람아래해수욕장은 하루 최대 2000여 명이 모일 정도로 해루질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하지만 야간에 해루질을 나갔다가 다시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해루질객이 늘어나자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칼을 빼들었다.

바람아래해변의 야간출입 통제에 나선 것.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해 10월 5일부터 탐방객들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해양생태계를 보호하겠다며 바람아래해변의 출입을 통제했다. 부채꼴 모양의 1.62㎢ 넓이의 통제구간도 정했다.

하지만 해루질은 여전했다. 태안해양경찰서와 태안해안국립공원사무소가 밤낮으로 단속과 통제에 나섰지만 단속을 피한 불법 해루질 행위는 여전했다. 레저 행위를 벗어난 전문화된 변종 해루질까지 등장하면서 단속은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지난 21일자로 보도한 '태안 바람아래해수욕장 단속 소홀 틈탄 해루질 여전' 기사가 포털사이트 메인에 뜨자 네티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몇몇 독자들은 통제도 중요하지만 해루질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고 레저를 벗어난 판매 목적의 상업적인 해루질을 처벌할 수 있는 법 제정의 필요성을 피력하고 나섰다.

최소한 국회 차원의 법제화가 어렵다면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제정을 시작으로 국회에서의 법제화까지 역순으로라도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루질은 레저‧취미 행위?  해루질의 법제화 왜 필요한가

그렇다면 해루질의 법제화가 왜 필요할까.

해루질은 물이 빠진 갯벌에서 어패류를 채취하는 행위로 주로 밤에 불을 밝혀 불빛을 보고 달려드는 물고기를 잡는 전통 어로 행위다. 즉, 수산물을 채취해 파는 상업적 목적의 행위가 아니라 일반 국민, 즉 비어업인의 취미, 레저행위인 셈이다.

하지만, 전국 최다인 28개 해수욕장을 보유하고 있고, 559.3km에 이르는 긴 해안선을 끼고 있는 태안반도의 특성상 수십 곳에서 해루질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 또 레저 행위를 벗어난 상업적 해루질 행위까지 빈번하게 행해지고 있다.

특히, 단순히 허리까지 오는 입는 장화를 입고 레저, 취미로 먹을 만큼의 수산물을 잡는 행위를 벗어나 전문 슈트(전신수영복)를 입고 물안경과 오리발을 착용한 뒤 몸에는 잠수용 납까지 착용하고 양식장까지 침범해 해삼, 소라 등의 패류를 채취하는 상업적 목적의 해루질이 공공연하게 행해지고 있다.

또, 해루질객이 늘어나면서 해루질 장비인 서치라이트 등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인터넷쇼핑몰이나 오프라인 상점까지 생겼다. 여기에 블로그 등을 통해 해루질 정보를 공유하면서 레저 행위를 벗어나 점점 전문화, 상업화로 변질되고 있다.
 
한 해루질객이 지난 6월 서치라이트를 착용한 채 해루질을 하던 중 물이 차 태안해경에 의해 구조되고 있다.
▲ 전문장비 착용한 해루질객 한 해루질객이 지난 6월 서치라이트를 착용한 채 해루질을 하던 중 물이 차 태안해경에 의해 구조되고 있다.
ⓒ 태안해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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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올해 태안의 모처에서는 해루질 전문장비를 취급하던 온라인사이트에서 서치라이트를 공구(공동구매)해 해루질을 하던 중 서치라이트가 폭발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해루질 성지'로 입소문이 난 태안 바람아래해수욕장의 경우에는 더욱 심각하다. 현재는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야간 통제구역으로 지정했지만 통제 전까지만 해도 빈 펜션이 많았다.

하지만 해루질이 돈이 된다고 판단한 업자들이 빈 펜션을 임대해 영리목적의 해루질객을 유치하고 있으며 심지어 해루질 장비 대여까지 하며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것. 통제구역으로 설정된 현재까지도 이같은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는 게 현지 주민의 증언이다.

기자에게 제보를 한 고남면의 수산자원감시원 A씨는 "빈 펜션을 얻어서 펜션 손님들만 해루질을 할 수 있도록 하면서 지역주민들과 마찰을 빚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그는 "더군다나 펜션 임대업자들이 외지사람들로 물때나 현지 지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영리목적의 해루질과 장비 대여까지 하고 있다. 무엇보다 업자들이 해양수산법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 법망을 잘 빠져나가고 있다는 게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해루질의 법제화 필요성도 피력하고 나섰다. 그는 "전문장비와 슈트 등의 옷을 입고 양식장까지 침범해 어로행위를 하고 있어 양식장이 초토화되고 있다"고 전제했다. 그는 "단속 나가면 교묘하게 물 속에 담가놨다가 다음날 가져가는 경우도 있어 단속도 어렵다"면서 "양식장에서의 채취 행위 금지와 단순 레저행위를 위한 도구가 아닌 전문장비를 착용하고 수산물을 채취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금지되고 단속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덧붙여 그는 "해루질은 말 그대로 레저행위지 상업적 행위로 확산될 경우 제재할 수 있는 법률안 제정이 시급하다"면서도 한편으로는 "바람아래의 경우에도 부채꼴 모양으로 통제구간을 지정했는데 식별하기가 쉽지 않다. 야간에 육안으로도 통제구역을 식별할 수 있도록 레이저빔으로 구역을 식별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고 대안도 제시했다.

태안해양경찰서장 "현 법규정으로는 해루질 처벌 불가… 법제화 필요"   태안해양경찰서 김환경 서장도 국민의 안전과 개인의 재산권, 국민의 레저활동을 누릴 권리 등을 복합적으로 볼 때 해루질을 건전한 여가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이를 적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법제화의 필요성도 제안했다.

특히, 낙지나 꽃게 등 금어기가 설정돼 있는 어패류의 경우 어민들은 잡으면 처벌되지만 비어업인인 해루질객이 잡으면 처벌할 수 없다. 또한, 국립공원관리공단의 행정명령 차원인 과태료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어렵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출입통제구역 출입 적발시 최대 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했다. 하지만, 처벌 사례는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또한 해루질의 법제화가 시급히 요구되는 대목이다.

김 서장은 먼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출입통제구역으로 공고한) 바람아래해변의 경우 가장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지역으로 물때를 감안해 항상 현장을 다니고 있다"면서 "어민들과 해루질객 간에 서로 불만이 있는데, 가장 큰 문제는 법적 미비로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라고 법제화의 필요성을 피력하고 나섰다.

김 서장은 이어 "바람아래해변에서 안전사고도 나서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통제구역으로 설정했는데 더 확장할 필요도 있다. 통제선이 모호하다"면서 "이에 바다에 선이 그어져 있는 게 아니라서 펜션업자들이 이런 취약점을 노리는 경우도 있다"고도 했다.

법제화되지 않은 해루질로 인한 어려움도 토로했다. 김 서장은 "5~6월 갯벌에서 어민들은 낙지를 잡지 못한다. 금어기이기 때문인데 해루질하는 국민들은 잡을 수 있다. 꽃게도 마찬가지다"라며 "해루질 하는 곳이 태안에는 정말 많은데 꽃게의 경우 어느 정도 크면 해루질객들이 다 잡아버려 더 자라지도 못하고 수확량도 떨어진다. 다른 어종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태안해경이 올해 들어 연안 사망사고 제로화를 위해 예보제도를 적극 시행하고 있다. 사진은 태안 소재 대형 전광판에 각종 연안사고 예방을 위한 위험예보 사항이 송출되고 있다. 이외에도 태안해경은 위험예보 기간 중 취약시간대 연안해역 순찰을 강화하고 홈페이지, 현수막, 포스터 등을 통한 홍보와 안전계도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 태안읍내 대형전광판에 뜬 해루질 경보 안내 태안해경이 올해 들어 연안 사망사고 제로화를 위해 예보제도를 적극 시행하고 있다. 사진은 태안 소재 대형 전광판에 각종 연안사고 예방을 위한 위험예보 사항이 송출되고 있다. 이외에도 태안해경은 위험예보 기간 중 취약시간대 연안해역 순찰을 강화하고 홈페이지, 현수막, 포스터 등을 통한 홍보와 안전계도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 태안해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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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의 어려움도 숨기지 않았다. 김 서장은 "사법기관은 법을 집행하는 기관이다 보니 법적인 근거가 없으면 단속할 수가 없다"고 전제한 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통제는 하고 있지만 바다의 선을 기준으로 단속하는 게 상당히 모호하다"고 말했다. 이어 "마을주민들이 집단으로 해루질을 못하게 막은 적도 있는데, 해루질객들도 항의한다. 우리는 국민과 어민들이 가급적이면 원하는 행위를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분쟁을 막으려고 노력하고 있고, 책임을 떠넘기려하지 않고 주도적으로 처리하라고 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과의 협력관계도 잘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차 법제화 필요성에 대해 피력했다. 김 서장은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통제구역에 대해 재조정을 통해 통제구역을 확장하라고 했지만 개선이 되지 않는다면 이같은 상황이 언제까지 갈지 모른다"며 "바람아래뿐만 아니라 근소만 등 태안 해안가에 양식장이 있는 곳은 분쟁이 있기 때문에 법적인 부분이 반드시 필요하고, 법으로만 돼 있으면 해경에서도 적극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 서장은 "해루질객을 막을 수는 없다. 국민들의 레저활동을 어떻게 막겠나. 법적 근거가 없이 단속하면 권력남용도 된다"며 "해경은 야간에도 현장에 나가서 서 있고, 바다에서 배에서 국민들을 위해 밤낮으로 안전관리를 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덧붙이는 글 | 태안신문에도 실립니다.


태그:#해루질, #바람아래해수욕장, #태안해양경찰서, #국립공원관리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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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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