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클레프의 신보 'mama, see'

제이클레프의 신보 'mama, see' ⓒ 크래프트앤준


제이클레프(j.Clef)(본명: 허영진)의 첫 정규 앨범 < flaw, flaw >는 지난해 한국 알앤비/힙합 신에서 가장 중요한 성취 중 하나였다. 제이클레프는 미니멀한 비트 위에서 랩과 노래를 유연하게 공존시켰다. 동시에 음악과 문학의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데에도 성공했다. 그녀의 가사는 자신의 내면, 그리고 더 나아가 인간이 가지고 있는 흠(flaw)과 타인과의 관계를 성찰했다. 모든 인간은 결함을 가지고 있지만, 그 영역을 직시하지 않으려 한다. < flaw, flaw >는 언제나 우리가 경험하지만, 낯설게 느끼는 것을 가깝게 느끼도록 돕는다.
 
"난 감히 너가 앓는 우울에 관해 무례하게 굴지 않을게.
입은 닫고 귀는 열어 둘게 함부로 너의 상처의 깊이를 가늠한다 말하지 않을게."
- 제이클레프 '으악!' 중에서

 
제이클레프의 음악은 누구나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성향의 그것은 아니다. 자신의 성취를 자랑하는 '스웨그(Swag)'도 없고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후렴구(Hook)'도 없다. 그러나 이 '생각이 많은' 음악을 반기는 이들은 많았다.

2019 한국대중음악상은 그녀에게 '최우수 알앤비 & 소울 음반상'을 안겼다. 기리보이, 최엘비 등 많은 힙합 신의 뮤지션들과 작업하기도 했다. 음악 마니아들에게 익숙한 이름이 되어가고 있는 가운데, 신곡 'mama, see'가 발표되었다.

그녀가 이 곡을 처음으로 부른 곳은 지난 10일, 한강 난지 공원에서 열린 서울 인기 페스티벌이었다. 땡볕이 내리쬐는 무대에 선 그녀는 '이 곡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아마, 그 누가 들어도 직관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직접적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는 과거에 발표했던 'multiply'를 연상시킨다.
 
"나는 셋의 딸을 둔 엄마가 다리를 펴고 잠에 들길 바라요.
엄마가 상영한 악몽이 실화 바탕이란 걸 나는 알아요.  

메인이 될 수 없는 뉴스 속에는 우리네 차례가 아니었을 뿐인
소식들. 그곳을 간신히 내가 피하면 족하다는 식으론 살 순 없잖아요."
- 제이클레프 'mama, see' 중에서

 
'mama see'는 딸이 엄마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형식으로 노래가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이 노래의 'mama'는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여성으로 확장될 수 있기에, 보편적인 노래다. 세상은 계속 커지고 있지만 "딸 셋을 둔 엄마가 믿고 맡길만한 세상"이 되지는 못했으니.

화장실에 갈 때마다 몰래카메라가 있는지 살피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많은 여성은 길거리를 걸을 때마다 어딘가에 도사리고 있을 몰래카메라를 두려워한다. 능력을 갖춘 여성이 마주하는 경력단절 역시 엄연한 현실이다.

'mama, see'는 단순히 이런 세상에 대한 두려움만을 그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20대 후반 여성인 제이클레프는 타인이 겪는 고통을 개인의 문제로 한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단호하게 '나', 그리고 '우리'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논한다. 제자리 걸음하는 세상 속에서, 제이클레프의 노랫말은 다시 한번 세상과 공명한다. 우리에게는 이런 노래가 더 많이 필요하다.
제이클레프 J.CL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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