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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남쪽으로 100여 킬로미터 떨어진 곳(TUV PROVINCE, SERGELEN SOUM,1-R BAG) 에서 몽골 유목 생활을 했습니다. 탁자에 놓인 이상한 것들을 보고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이것은 양 발목 뼈이며 이것으로 놀이를 한다고 했습니다.

몽골 사람들이 양 발목뼈로 노는 놀이는 사가야라고 합니다. 우리 윷놀이와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이 있습니다. 비슷한 점은 윷놀이에서 도, 개, 걸, 윷, 모가 돼지, 개, 양, 소, 말 따위 짐승 이름이 쓰이는 것처럼 사가야 놀이에서도 말, 야크, 염소, 양 등 짐승 이름을 씁니다. 윷놀이와 사가야 이가 다른 점은 윷판이나 말이 없고, 모두 양 발목 뼈만을 사용합니다.

우리 윷놀이에서 짐승 이름을 사용하는 점은 몽골 사가야 놀이와 비슷합니다. 다만 짐승 이름이 모두 똑같지는 않습니다. 몽고 사가야놀이에서 말, 야크, 염소, 양이지만 윷놀이는 말, 소, 양, 개, 돼지 입니다. 야크는 소와 비슷하지만 돼지나 개는 몽골 사야가 놀이에서는 나오지 않습니다.

윷놀이가 언제 시작되었는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성호사설(이익,李瀷, 星湖僿說, 사희조,柶戱條) 고려 때 시작되었다는 말이 있지만 그보다 훨씬 이전 삼국시대에 있었고, 일본에도 윷놀이가 전해졌다는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어쩌면 이익이 성호사설에서 고려를 언급한 것은 고려 때 몽골의 영향으로 짐승 이름이 바뀌거나 새로 덧붙여졌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윷놀이는 윷판 위에 말을 놓고 윷이 나온 수대로 움직입니다.  윷판은 둥근 원과 원 안에 열 십 자로 그려진 29 지점이 적혀 있습니다. 몽골 사가야 놀이에서는 양뼈로 열을 지어 세워놓고 두 팀이 열 양 쪽으로 말을 놓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윷놀이 처럼 정해진 지점이 없습니다.

윷놀이에서 나무로 만든 윷 네 개를 던져서 도, 개, 걸, 윷 모에 따라서 말이 움직입니다. 사가야 놀이에서는 양뼈 네 개를 던져서 말이 나와야만 말이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해진 열 끝에 도착해야 이깁니다.

일본에도 일찍이 윷놀이가 전해져서 귀족들 사이에 행해졌다고 합니다. 일본에서 윷놀이는 오래전 우츠므키사이(うつむきさい)이라고 했습니다. 나라 시대 유적 발굴터에서 윷이 나오기도 했다고 합니다. 일본에는 오래 전 윷놀이가 있었다는 기록이나 유물이 있지만 요즘 사람들은 윷놀이를 알지 못합니다. 윷놀이가 처음 귀족들 사이게 전해지다가 민간에 퍼지지 않고 그대로 사라져버린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윷놀이는 정월 초에 놀면서 윷점을 쳐서 한 해 풍흉이나 길흉을 점치기도 합니다. 몽골 사가야 놀이는 그런 습속이 없고 몽골 사람들이 모여서 나이나 남녀 관계 없이 모두 모여서 같이 노는 놀이입니다.

호이징거가 놀이하는 인간으로서 호모루덴스라는 말을 했습니다. 인간은 놀면서 자아 정체성을 확인하고 사람 사이의 관계를 알게 됩니다. 끝없이 반복되는 놀이의 전개 과정은 단순하게 반복되는 일과 다르게 사람들을 새로운 세계에 빠져들게 합니다.

몽골와 멀리 떨어진 한반도에서 오래 전부터 비슷한 놀이가 있었습니다. 두 지역에서 똑같이 지금도 행해지고 있습니다. 이 비슷한 놀이가 두 지역 사람들의 삶 속에 깊이 박혀있기 때문인지, 두 나라 사람들이 모두 놀이를 좋아했기 때문인지는 더 알아보아야 하겠습니다.
 
          우리나라 윷놀이 때 쓰는 윷과 윷판입니다.
  우리나라 윷놀이 때 쓰는 윷과 윷판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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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김광언, <동아시아의 놀이>, 민속원, 2004
사카이(酒井欣), <일본유희사>(日本遊戱史), 拓石堂出版, 1977
요한 하위징아(Johan Huizinga), <호모루덴스>(놀이하는 인간), 연암서가, 2018
김상조, <우물우물 몽골을 가다>, 한국문학도서관, 2008년 08월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교토에 있는 류코쿠대학에서 한국말과 민속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윷놀이, #몽골, #사가야 놀이, #짐승,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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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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