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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야간작업을 하다 숨진 고 김용균씨 사망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는 "석탄화력발전 사업의 원청·하청 모두 안전비용 지출이나 안전시스템 구축에는 무관심했다"라고 밝히며 김용균씨의 죽음이 '위험의 외주화'로부터 비롯됐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러나 이 시기 거의 모든 언론은 조국 후보자 관련 보도에 '올인'했습니다.

특조위 조사 결과, 조선·중앙·동아·한경은 외면했다

고 김용균씨의 사인이 위험의 외주화로부터 비롯됐다는 것이 조사 결과를 통해 밝혀졌음에도 상당수의 언론은 이를 외면했습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5건의 기사를 게재할 때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경제는 1건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서울경제는 한 건의 기사를 보도했는데 지면 31면에 게재된 1단 기사에 그칩니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특조위 결과가 발표된 8월 20일 특조위 결과를 1면에 실었습니다.
 
 김용균 특조위 조사 결과 보도량(8/20~22) *사진기사 포함
 김용균 특조위 조사 결과 보도량(8/20~22) *사진기사 포함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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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언론들은 고 김용균씨의 사망 소식이 나왔을 때도 적은 보도량을 보여 왔습니다. 민언련은 노동자의 죽음을 외면하는 언론들에 대한 비평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민언련 보고서 <노동자의 죽음은 신문 부고에도 실리지 않는다>(18/12/14)에 따르면 사망 소식이 전해진 이후 3일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0건, 중앙일보는 1건의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노동자의 부고 소식조차 알리지 않았던 조중동이 공식적인 조사 결과조차 외면한 것입니다.

위험의 외주화 공식 인정한 특조위
 

특조위는 조사 과정에서 발전소 노동자 1만31명을 설문조사하고 산재승인 통계와 건강진단 자료 등을 분석해 위험의 외주화를 자료로 입증해 냈습니다. 특조위는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가 잦은 이직으로 이어져 협력사의 기술축적을 어렵게 했고, 원·하청 구조로 인한 소통 단절은 현장의 위험 외주화를 고착화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고 김용균씨의 사인이 개인의 영역이 아니라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임을 확실히 한 것입니다. 특조위 조사의 결과는 고 김용균씨의 죽음에 대한 '구체적인 단서'가 됐고 노동환경과 관련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한 보도 가치가 있습니다.

이번 결과를 두고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 결과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대책 마련을 요구했습니다. 경향신문은 <사설/ "김용균 사고는 민영·외주화의 산물"이라는 특조위 보고서>(8/20)에서 "김용균씨가 속했던 연료·환경 설비 운전 업무를 직접고용하고 임원진에 안전보건담당이사를 두고 노동안전 문제는 원·하청이 공동교섭하도록 했다. 법·제도적으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담겼다"라고 말했습니다. 한겨레 역시 <사설/ 발전소 정규직·비정규직 '죽음의 점수'도 달랐다니>(8/20)에서 "정부와 정치권은 특조위의 발표와 권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며 노동 현장의 변화를 촉구했습니다.

조중동과 한국경제가 이 사안을 지면에 싣지 않음으로써 이들 언론이 노동자의 노동환경과 기업 간 병폐 현상에 따른 국민의 죽음을 철저하게 외면한다는 사실이 더 확실해졌습니다.

조사 결과 발표... 한국경제는 기업 챙겨주기 바빴다

한국경제는 고 김용균씨의 진상규명 조사 결과는 싣지 않으면서 기업 규제 완화를 촉구하는 기사는 썼습니다. 한국경제가 기업 입장을 자주 대변한다는 것은 자명하지만 특조위 조사 결과가 발표된 다음 날에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한국경제는 <'소·부·장 살리기' 예산으론 한계... '쌍화법'등 규제개혁 병행해야>(8/20)에서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의 말을 인용해 "정부가 '소부장'을 국가 핵심산업으로 키우기로 했다면 예산 배정에 앞서 산업안전보건법, 화학물질관리법 등 각종 규제부터 현실에 맞게 풀어주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설/ 돈 아닌 규제를 풀어야 소재·부품 장비 산업 클 수 있다>(8/21) 역시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사설입니다.

한국경제가 언급한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업 안전과 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하는 법입니다. 이 법은 고 김용균씨의 사망 사고를 계기로 부실한 법이라는 지적을 받아왔고, 이를 계기로 개정안이 통과됐을 만큼 중요도가 높은 법률입니다. '김용균법'이라고도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을 또다시 들먹인 한국경제는, 화학물질관리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기업의 이익을 챙겨줬습니다. 물론 화학물질관리법이 고 김용균 씨 사망에 대한 진상규명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열악한 노동환경과 하청 구조의 문제점이 지적된 날에도 한국경제는 기업의 이익을 챙겨주기 바빴다는 점은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TV조선‧채널A‧YTN은 외면했으나 MBC는 달랐다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의 어땠을까요? 특조위 조사 결과가 발표된 당일(8/19) TV조선‧채널A‧YTN의 저녁종합뉴스는 특조위의 조사 결과를 단 한 건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KBS, MBC, SBS, JTBC, MBN은 발표 당일 1~2건의 보도를 내놨습니다. 혹여나 싶어 20일부터 22일까지 보도를 살펴봐도 이후의 추가 보도는 어느 방송사에서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김용균 특조위 조사 결과 관련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보도량(8/19)
 김용균 특조위 조사 결과 관련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보도량(8/19)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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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조위 관련 보도에서 가장 돋보인 곳은 MBC였습니다. MBC는 조사 결과가 발표된 19일에 저녁종합뉴스에서뿐만 아니라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의 '목숨에도 등급 매긴 죽음의 발전소'에서도 관련 내용을 충실히 다뤘습니다. MBC는 저녁종합뉴스 <단독/ 정규직 '목숨값' 비정규직의 3배?‥. 현대판 신분제>(8/19 고은상 기자)에서 "고 김용균 씨의 원청 사업장인 서부발전이 부서별 평가를 위해 만든 문서를 입수"했다고 전하며 "산업재해로 사람이 숨졌을 때 발전사 직원은 –1.5점, 하청 직원은 –1점, 발전시설 건설 노동자가 숨지면 0.2점을 깎는다고 적어놨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를 통해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에 따라 '죽음마저 차별받는 하청노동자의 현실'을 보여줬습니다. 

김용균씨 사망 후에도 여전한 현장과 발전사 행태

뉴스 이후 방송한 <스트레이트>에서는 보다 상세한 현장 실태를 보여줬습니다. 고은상 기자는 김용균씨 죽음 이후 "지난 2월 5일, 2인 1조 근무와 임금 개선, 정규직 전환과 같은 대책을 발표"했지만 "(그로부터) 반년이 지난 지금 그의(김용균 씨의) 동료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제대로 바뀐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스트레이트>에서는 먼저 김용균씨가 희생된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의 현재 모습을 전했습니다. "작업로 양쪽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어른 키 높이로 들어선 노란색 철망, 이른바 안전펜스"가 설치되었고 "김용균 씨 사망 이후 가장 눈에 띄는 재발방지대책이었지만 현장에선 크게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유는 "컨베이어벨트에서 끊임없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석탄, 이른바 낙탄을 퍼서 다시 벨트 위로 올려놔야 하는데 펜스 너머로 삽질을 해야 하니 작업속도까지 늦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김용균씨 사고 후 "2인 1조 근무가 의무화됐고 이에 따라 한 명이 3km씩 5회 순찰하던 방식을 2명이 함께 6km를 3회 순찰"하도록 바꿨지만, 이러다 보니 낙탄 처리가 제때 이뤄지지 않고 안전사고의 위험만 늘어났으며 결국 "순찰 횟수가 다시 늘어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전했습니다. <스트레이트>는 "정부의 권고라는 이유에 쫓겨 현장 여건은 충분히 살피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으로 (안전펜스를) 설치한 결과"라고 지적했습니다.

<스트레이트>는 "인체에 치명적인 작업 환경을 고려하면 작업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맞지만 현실은 정반대"라고 전했습니다. 이유는 "발전사들이 열량이 낮아 품질이 떨어지지만,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저열량탄 사용을 대폭 늘려" 작업환경을 더욱 최악으로 치닫게 했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저열량탄을 쓸 경우 시간당 최대 22t의 석탄을 더 써야만 발전요구량을 맞출 수" 있는데 "인력 충원 없이 업무량만 늘어나다 보니 인명사고가 자주 일어나게 되는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스트레이트>는 "발전사들이 이와 같은 무리수를 두는 이유로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지목했는데요. 실제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는) 저질 석탄 사용을 늘려 원가를 아끼면 그만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으나 "안전사고 증가"는 평가에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이렇다 보니 "수시로 발생하는 산업 재해의 책임은 인력을 파견한 하청업체로 떠넘겨"졌고, 중대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발전사는 "(정부에) 하청업체 직원이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사고"라고 보고하면 그만이었습니다.
 
 발전사 직원과 하청업체 직원의 목숨 값이 달랐다고 지적한 MBC(8/19)
 발전사 직원과 하청업체 직원의 목숨 값이 달랐다고 지적한 MBC(8/19)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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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스트레이트>에서 입수한 발전사들의 내부 경영평가 관련 문서에서는 원청업체 직원과 하청업체 직원의 사망에 따른 감점을 다르게 책정하고 있는 사실도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스트레이트>가 입수한 중부발전의 "2018년도 내부 경영성과 평가편람"에서 "산업 재해 발생 시 부서별 평가에 적용하는 '신분별 감점계수'를 보면 원청인 발전사 직원 사망 시 12점 감점, 도급인(하청 직원) 사망 시 4점 감점"이었습니다. 김용균씨가 사망한 서부발전의 경우 "재해 사망 시 감점계수가 발전사 직원은 1.5점 감점, 도급자는 1점 감점, 건설 도급자는 0.2점 감점"이었습니다. <스트레이트>는 "마치 신분처럼 등급을 나눠 사람 목숨값을 매긴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임금 지급 문제도 지적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월 하청 노동자들의 몫으로 책정된 임금을 삭감 없이 지급하겠다"고 밝혔지만, 특조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발전사 하청업체들이 인건비의 절반 가까이 빼돌리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전했습니다.

방송 말미에 고은상 기자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발전회사와 대등한 관계에 있는 한국전력 자회사 같은 제대로 된 공기업 설립을 원했지만, 사실상 이런 방안은 배제된 상태이며 대신 공공기업 지정도 어려운 어설픈 기업을 만들어서 그 회사로 이직시키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며 현재 상황을 전했습니다. 또한 "언론과 여론의 관심이 수그러들면 우리는 무덤의 길로 걸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발전사 하청업체 직원의 말을 전하며 이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스트레이트>는 화력발전소 노동자의 참담한 노동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시민 모두가 이 문제에 대해서 공감하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서 필요한 보도였습니다. 이와 같은 좋은 방송이 있는 한편에서는 발표 당일 단 한 건의 보도조차 내놓지 않는 '유력언론사'들이 있는 것이 대한민국 언론의 현주소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8월 20일~23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서울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 2019년 8월 19일~23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평일), 채널A <뉴스A>, MBN <뉴스8>, YTN <뉴스나이트> / 2019년 8월 19일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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