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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서른세 번째 꼬마평화도서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둥지를 튼 곳은 인수동에 있는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안에 있는 마을찻집 고운울림입니다. 문 여는 잔치, 손님이 많아야 열댓 사람이겠거니 했는데 줄잡아도 쉰 사람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의자를 다른 곳에서 빌려 와야 했습니다.

학교나 유치원에 꼬마평화도서관을 열 때가 아니고는 이토록 많은 사람이 오기는 처음입니다. 이 분들이 오신 뜻이 남다르게 다가오는 것은 누가 시켜서가 아닌 제 마음이 내켜서 스스로 온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고운울림에 들어선 꼬마평화도서관 꼬마평화도서관과 소갯글
▲ 고운울림에 들어선 꼬마평화도서관 꼬마평화도서관과 소갯글
ⓒ 변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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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울림 꼬마평화도서관에서는 책꽂이 위에 도서관을 세우는 뜻을 새겨놨습니다.

"평화하면 사람들은 전쟁 반대말쯤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평화는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안전뿐 아니라 생명권, 이른바 생태를 이루지 않으면 평화로울 수 없습니다. 평화는 결국 '사이좋게'를 넘어 '서로살림'이지요. 이곳 평화도서관도 '평화', '생명', '서로살림', '인권', '생태'를 담은 서른 권 남짓한 책으로 꾸려졌습니다. 마을 곳곳에서 평화를 꿈꾸는 이들이 기꺼이 책을 내놓았습니다. 작은 책장이지만 이곳에 모신 이야기들이 평화를 꿈꾸고 상상하게 하는 길이 되리라 믿습니다. 온누리가 평화로워질 수 있도록 저희와 어깨동무해주세요."

글을 벼린 이는 이곳에 있는 꼬마평화도서관 살림을 맡아하는 평화울림 식구 성희, 경희, 명진, 성혜 가운데 한 사람인 성혜 님이고 글씨를 쓴 이는 경희 님입니다. 제가 벼리고 썼다면 저토록 평화 결을 고이 드러낼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책꽂이 아래쪽으로 "꼬마평화도서관, 책!!! 빌려가요"라고 적바림한 판이 있었습니다.
 
꼬마평화도서관, 책!!! 빌려가요 끝나기가 무섭게 달려들어 책을 빌려간 사람들
▲ 꼬마평화도서관, 책!!! 빌려가요 끝나기가 무섭게 달려들어 책을 빌려간 사람들
ⓒ 변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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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빌려가는 사람이 이름과 연락처를 남기는 틀입니다. 선뜻 빌려간 책 살림을 맡겠다고 손들고 나선 사람은 초등학교 6학년 하민이입니다. 문 여는 준비가 잘 된 꼬마평화도서관으로는 광주선운중학교 복도에 들어선 스물다섯 번째 꼬마평화도서관과 이곳을 꼽겠습니다.

여기까지 보면서 '이름이 다 외자 인 사람이 이토록 많아?' 하고 갸웃거리는 분이 계실 것입니다. 그런데 이 마을 사람들은 성을 떼어내고 이름만 부른답니다. 그러니까 성희, 경희, 명진, 성혜, 하민은 성을 떼어낸 순 이름만 적은 것입니다. 정겹지요?

잔치는 꼬마평화도서관 자취를 알리는 말씀에 이어 평화 책 듣기로 이어집니다. 먼저 한글샘에서 나온 <아나스타시아>(블라지미르 메그레) 가운데 '자녀의 도우미이자 선생님' 꼭지에서 두 쪽을 골라 평화울림식구 경희 님이 읽었습니다. 아이들을 품어 보살피는 것은 '자연'이라는 말씀이었는데요. 맨 끝에 나온 얘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그 인생의 의미란 진리에, 기쁨에, 사람에 있어. 자연 세상에서 자란 아홉 살짜리 아이는 세상 이치를 깨닫는데 있어 세상의 과학자나 철학자들보다 더 정확해."

다음 책을 읽기 전에 아버지와 아이 둘이 나와 '홀로아리랑'을 연주하고 노래로 흥을 돋우었습니다. 이어진 낭송은 보리에서 나온 그림책 <울타리를 없애야 해>(보리편집부)를 성혜 님이 책을 펼쳐 넘기고 명진 님이 읽어 내려갔습니다.
 
아나스타시아를 읽다 평화울림 식구 경희 님이 책 [아나스타시아]에서 아이를 보듬어 안는 것은 자연이라는 글을 읽고 있습니다.
▲ 아나스타시아를 읽다 평화울림 식구 경희 님이 책 [아나스타시아]에서 아이를 보듬어 안는 것은 자연이라는 글을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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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거리는 평화롭게 사는 동물마을에 이사 온 승냥이가 울타리를 치는 바람에 집으로 가는 길이 멀어진 동물들이 겪는 어려움을 그렸습니다. 잔치 마지막을 빛낸 것은 아이들이었습니다. 우르르 몰려나온 아이들은 '우주자전거'에 노랫말을 바꾸어 '평화자전거'를 불러 마당을 꽉 채우면서 막이 내렸습니다.

고운 울림 찻집 살림살이를 하는 이들이 북한산 아래 인수동에 있는 '밝은누리한몸살이(공동체)' 사람들입니다. 이 찻집에서 한 정거장 올라가면 나오는 인수동 청수탕 골목으로 조금 걸어 들어가면 인수동 516번지입니다. 청수탕은 오래된 목욕탕 이름입니다. 밝은누리를 이루는 사람들 150여 명은 이곳에 있는 이집 저집에 흩어져 마을에 사는 다른 사람들과 뒤섞여 살아갑니다.

이곳에는 밝은누리가 꾸며 이어가고 있는 공동육아 도토리어린이집과 초등학교 1학년에서 4학년이 배우는 살구나무배움터와 5학년과 6학년이 배우는 어울림배움터가 뚝뚝 떨어져 들어서있고, '마을밥상'이 있습니다. 밝은누리 사람들은 마을사람들이 둘러앉아 같이 밥을 먹는데서 새록새록 정이 쌓인다고 여깁니다.
 
우르르 노래하기 평화자전거 노래를 부르는 밝은누리 아이들
▲ 우르르 노래하기 평화자전거 노래를 부르는 밝은누리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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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를 없애고 정을 나누고 있는 밝은누리 식구들에게 <울타리를 없애야 해>는 아주 익숙한 얘기일 텐데도 잔치에 온 아이들은 이 책을 읽을 때 앞으로 나와 고개를 빼고 책 읽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어떤 아이는 뒤쪽에서 책도 없이 책에 있는 얘기를 똑같이 따라 읊을 만큼 외웠으면서도 재미있어 했습니다. 우리는 익히 알고 있는 얘기가 나오면 싱거워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다릅니다. 재미있다고 여기는 얘기는 알면 알수록 더 빠져들곤 합니다. 잔치를 마치고 평화 책꽂이를 바라보던 우리는 깜짝 놀랐습니다. 아홉 사람이나 책을 빌려갔기 때문입니다. 꼬마평화도서관이 문을 여는 잔칫날 바로 이토록 많은 책을 빌려가기는 처음이었습니다.

빌려간 책을 순서대로 적바림하면 <내 말 사용 설명서>, <푸름이야기>, <사랑이 아닌 것이 없다>, <북한 안내서>, <꽃송이>, <민우야 넌 할 수 있어>, <울타리를 없애야 해>, <운동화 비행기>, <랑랑별 때때롱>입니다.

마을찻집 고운울림은 밝은누리식구들이 어울려 사는데서 한 정거장밖에 떨어져 있지 않으니 타박타박 마실할 수 있는 거리입니다. 꼬마평화도서관 문을 열러 가는 길, 인수동 청수탕 앞 버스 정거장에서 내리라는 말씀에 따라 내렸더니 고운울림 살림지이이며 꼬마평화도서관장인 성희 님과 성혜 님이 반가이 맞이합니다. 꾸밈없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환한 얼굴 절로 웃음이 벙급니다. 여기서 내리라고 한 까닭은 당신들 삶터를 보여주려고 하는 뜻에서 나왔습니다.

이 분들과 나란히 밝은누리 식구 삶터와 아이들 배움터 그리고 마을밥상과 마을 한복판에 있는 마을찻집 마주이야기와 마을서원, 옷가지를 만들거나 고치고 살림을 만드는 공방을 찬찬히 돌아봤습니다. 오가며 만난 아이와 어른들은 여느 도시 사람 낯빛과 달리 하나같이 말갛고 선선합니다. 마을 골목을 우르르 달려가고 몰려오는 아이들은 생기발랄합니다. 까닭이 어디에 있을까요?

여느 도시 아이들처럼 학교수업을 마친 뒤에도 이 학원 저 학원을 오가느라 시달리지 않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 마음대로 뛰노는 이 아이들은 제 뜻을 밝히는데 망설임이 없습니다. 이곳에 사는 아빠는 아이 키우기를 돕지 않습니다. 아이는 어버이가 함께 기르고 온 마을이 나서서 품습니다. 이 어버이들과 몇 차례 얘기 나누면서 '너나들이'란 낱말에 담긴 뜻을 깊이 새길 수 있었습니다.

밝은누리 사람들은 2017년 가을부터 영세중립과 비핵을 비롯한 생명평화라는 말머리를 들고 나라곳곳을 순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을찻집 고운울림에 둥지를 튼 꼬마평화도서관이 더욱 깊이 와 닿습니다.

꼽아보니 '평화'와 '2030년 우리 아이 어떤 세상에서 살도록 하고 싶으세요?' 하는 말머리를 들고 세상에서 가장 작은 평화도서관인 꼬마평화도서관을 열려고 나라 곳곳을 다닌 지 다섯 해를 훌쩍 넘겨 여섯 해째이더군요. '꼬마'라고 하니까 사람들은 흔히 아이들을 떠올려서 아이들이 읽는 평화 책만 있는 도서관인 줄 압니다. 아닙니다.

책이 서른 권 남짓해 책꽂이 하나만으로 꾸미는 도서관이라 모래 틈에라도 들어설 수 있을 만큼 작다는 뜻을 담아 부르는 것이요, 평화풀씨는 참나무 씨앗과 같아서 발을 뗄 때는 아무리 작아도 아름드리로 자란다는 뜻을 담아 꼬마라고 했습니다.

여느 도서관에 견줘 그림책이 많은 도서관이긴 합니다. 어른들은 흔히 그림책을 아기들만 보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갓난이에서 일곱 살배기가 읽는 책이라고 적바림되어 있는 책을 그림을 느끼면서 가만가만 살살 읽어보세요. 책을 덮으면서 와 닿는 것이 아름드리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누구라도 십시일반으로 평화 책 스무 권이나 서른 권을 모아 꼬마평화도서관장이 될 수 있습니다. 꼬마평화도서관을 열면 꼬마평화도서관 사람들이 고른 평화 책을 한 해에 두 번 대여섯 권 보내드립니다. 아울러 평화살림놀이마당도 함께 열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한두 해 책이 쌓이면 다 읽은 평화 책을 다른 곳에 나눠 또 꼬마평화도서관을 빚는데 힘을 보탤 수 있습니다. 거듭 이어가기를 한다면 복리 이자가 불어나듯이 나라곳곳에 평화도서관이 그득할 날이 오지 않을까요? 꼬마평화도서관장이 되고 싶은 분은 댓글을 달아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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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평화도서관사람들 바라지이 “2030년 우리 아이 어떤 세상에서 살게 하고 싶은가”를 물으며 나라곳곳에 책이 서른 권 남짓 들어가는 꼬마평화도서관을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