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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홍섭 환경전문기자는 한국이 개발 시대를 거치면서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 불가능할 정도로 자연이 파괴됐다고 아쉬워했다. 스크린에 한강 백사장에서 물놀이하는 아이들 사진이 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는 한국이 개발 시대를 거치면서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 불가능할 정도로 자연이 파괴됐다고 아쉬워했다. 스크린에 한강 백사장에서 물놀이하는 아이들 사진이 있다.
ⓒ 양안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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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문제는 우리사회에서 여전히 래디컬(급진적)하죠. 제가 <한겨레>에 입사한 80년대부터 쭉 살펴보면 환경이슈도 달라져왔고요. 그중에서도 동물 문제를 들여다보기 시작한 건 정말 최근 일이죠."

조홍섭 환경전문기자는 정년을 넘었지만 전문성이 인정돼 <한겨레> 애니멀피플팀에서 동물 관련 기사를 계속 쓴다. 그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사회교양특강 두 번째 강연 주제를 '인간과 자연의 새로운 공존'으로 잡고 이야기를 풀어갔다.   

알래스카에 사는 나무가 한라산에 있는 이유

"한반도는 금수강산이라는 말 많이 들어보셨죠? 저는 예전에는 그 말을 들었을 때 우리 중심적 사고가 아닌가 했어요. 그런데 알면 알수록 한반도가 범상치 않은 땅 같아요."

조 기자는 한반도의 다양한 식생을 예로 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한라산에 올라가면 키가 5cm 정도에 불과해 바닥에 바짝 붙어있는 '돌매화'라는 식물이 있다"면서 "알래스카와 같은 추운 지방이 주 분포지역인데 한라산에서도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분자유전학을 동원한 생물학에서는 돌매화가 빙하기에 널리 분포돼 있었는데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면서 한라산 위쪽으로 올라가 살아남은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실제로 한라산에서는 동아시아의 몇 만 년 생태계의 변화 흔적을 발견할 수 있어 자연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사랑'하는 곳이라고 한다. 

조 기자는 잣나무와 호랑이도 근거로 댔다. 그는 "잣나무의 학명은 '코리안 파인'인데 전 세계 소나무 175종 가운데 이름에 '코리아'가 들어간 유일한 종"이라면서 "이는 한반도가 주요 분포지역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흥미로운 점이 한반도에서는 유전 다양성이 높은 자생 잣나무가 발견된다"고 했다.

1년에 5~6개월 눈 덮이는 산 정상에 사는 무릎 정도 높이의 눈잣나무는 백두산에도 없는 아한대 식물인데 대청봉에서 유일하게 만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호랑이가 사는 숲의 가장 큰 특징이 잣나무 원시림"이라며 "시간에 따른 모델링을 근거로 들면서 한반도 고산지대가 멸종을 막는 일종의 피난처 역할도 했다"고 강조했다.  
  
    높이 5cm로 바닥에 바짝 붙어 사는 돌매화(왼쪽)는 한라산에 볼 수 있다. 조 기자는 돌매화와 잣나무를 예로 들며 한반도가 ‘금수강산’이라고 강조했다.
  높이 5cm로 바닥에 바짝 붙어 사는 돌매화(왼쪽)는 한라산에 볼 수 있다. 조 기자는 돌매화와 잣나무를 예로 들며 한반도가 ‘금수강산’이라고 강조했다.
ⓒ 국립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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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망가뜨린 속도는 경제개발 속도

"우리가 자연을 망가뜨린 속도는 경제개발 속도와 비슷해요. 이렇게 빨리 망가뜨린 것은 유례가 없어요. 자연의 가치를 생각해보니까 너무 아까워요."
 

조 기자는 호랑이와 표범을 예로 들면서 비교적 최근까지 생태계가 건강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에 호랑이가1924년까지 있었다"면서 "생태학적으로 최상위 포식자가 있었다는 것은 생태계가 건강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1960년대 서울의 자료 사진으로 서울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개발 자체를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개발을 하되 우리가 잃어서는 안 될 측면이 뭘까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성인 남자 셋이 겨우 잡을 정도인 123cm 지름의 들메나무가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 공사를 하면서 베어 나간 현장 사진을 보여주면서 눈물이 왈칵 났다고 했다. 그는 "북한은 이거보다 작은 들메나무가 천연기념물"이라면서 "이 나무 주변으로 새나 작은 벌레가 살고 물도 흘렀을 텐데 하나의 생태계가 사라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평창올림픽 경기장 공사 때 잘려 나간 지름 123cm 들메나무는 조 기자를 울컥하게 했다.
  평창올림픽 경기장 공사 때 잘려 나간 지름 123cm 들메나무는 조 기자를 울컥하게 했다.
ⓒ 조홍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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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횡포, 동물도 같이 살면 안 될까?

기자들은 자연 개발과 관련한 기사를 쓸 때 대개 경제적 가치를 매긴다. 조 기자는 "경제적 가치를 통해 합리적 보호방법과 계획을 세울 수는 있겠지만 자연에 정확히 경제적 가치를 매기는 것이 가능할까"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특히 자연의 가치는 경제적 가치로 측정하기 어려워 다양한 이해관계에서 후순위로 밀려나는 경우가 많다고도 했다. 조 기자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도로의 투명유리벽도 언급했다.

"사람들은 새가 유리벽을 넘어가면 되지, 왜 중간으로 와서 벽에 부딪혀 죽냐고 생각해요. 새들은 생태학적 특성상 포식자 눈을 피하기 위해서 낮게 나는 습성이 있습니다. 사람이 만든 인공 구조물은 새들에겐 반생태적이죠."
 

그는 국립생태원 조사 결과를 인용해 그렇게 죽는 새가 1년에 건물 한 채에 한 마리 꼴이라고 했다. 그는 "새는 날아다니기 때문에 포식자에게 잘 안 잡혀서 수명이 긴 편인데도 이렇게 인공 구조물에 의해 죽는 새들이 우리 생각보다 훨씬 많다"며 "실제로는 조사 결과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 기자는 우리가 동물과 벌이는 모순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동물구조센터에 가면 고양이부터 까치, 고라니, 삵 등 야생동물 한 마리당 100만 원 정도 들여 치료를 해준다"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개체수 조절한다고 1년에 몇 만 마리 죽이는 일이 동시에 일어난다"고 했다. 한국만의 특수상황이 아니라 선진국인 독일과 미국 같은 나라에서도 여전히 겪는 상황이라고 했다.  

우리는 동물을 생명으로 보지 않는다

그는 충격적인 사진을 보여줬다. 그는 이 사진이 현재 '먹거리'로서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국회 의원실에서 찍은 사진인데 한 마리도 죽어서 누워있지 않습니다. 그때 3백만 마리쯤 묻었는데 '산 채'로 묻었어요. 우리는 그 돼지들을 살아 있는 생명체로 보지 않는다는 거예요."
  
    2011년 구제역을 예방한다며 전국에서 소와 돼지 등 수백만 마리를 ‘생매장’했다.  살처분의 배경에는 잔인한 공장식 축산이 있다.
  2011년 구제역을 예방한다며 전국에서 소와 돼지 등 수백만 마리를 ‘생매장’했다. 살처분의 배경에는 잔인한 공장식 축산이 있다.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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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기자는 잔인한 고래 포획도 예를 들었다. 그는 "고래는 큰 동물이고 잘 죽지 않기 때문에 작살을 쏴서 과다출혈로 길게는 여러 시간 고래가 죽기를 기다린다"면서 "현대의 포경은 고래의 신경을 끊는 '폭약 작살'을 쓰는데 이것 역시 오래 잠수하는 고래의 특성상 혈액 사용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짧게는 5분, 길게는 1시간까지 살아있다"고 설명했다. 고래는 고통을 많이 느끼는 동물이라고 한다.
 
말벌을 박멸해야 하나?


"우리는 자연이 살아있기를 원하고 야생 자연 생태계가 보존되길 원합니다. 그런데 멧돼지는 꼭 죽기를 바라고 TV에서만 보기를 원하는 것 같아요."

조 기자는 우리가 멧돼지를 대하는 두 가지 태도를 설명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도심에 멧돼지가 나타나면 포획하고 농작물 수확기가 다가오면 정부가 '유해 야생동물 피해 방지단'을 가동하지만 독일 베를린 시민들은 불편을 좀 감수하며 6천여 마리 멧돼지와 공존하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말했다. 홍콩에서는 정부가 멧돼지를 사살하자 시민들이 반대 운동을 펼쳤다. 독일과 홍콩은 비용은 더 들어도 도심에 출몰한 멧돼지를 사살하지 않고 마취해 야생으로 돌려보낸다. 
  
    ▲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학생들이 조홍섭 기자의 강의를 듣고 있다.
  ▲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학생들이 조홍섭 기자의 강의를 듣고 있다.
ⓒ 양안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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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기자는 도심에 출몰한 말벌도 멧돼지와 비슷한 사례라고 했다. 그는 "2017년 말벌에 쏘여 12명이 목숨을 잃었다"면서 "그러니 말벌을 박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최고 포식자 말벌이 도시에 많이 나타나는 것은 살아있는 도시 생태계를 방증한다고 했다. 호수, 숲, 공원 등을 조성해 생물다양성이 높아진 대도시가 먹이를 찾기에 좋아졌다는 것이다. 최근 선진국 도시에서 나타나고 있는 역설인 셈이다.

"도시에 출몰하는 말벌을 죽인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위험하니까, 불편하니까 눈앞에서 없애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공존'이라 할 수 없죠. 조금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이 아름다운 지구에서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 했으면 좋겠어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이 만드는 비영리 대안매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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