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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면도 출신 전홍준(왼쪽) 시인이 첫 시집 '눈길'을 출간했다.
 안면도 출신 전홍준(왼쪽) 시인이 첫 시집 "눈길"을 출간했다.
ⓒ 도서출판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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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군 안면도 출신의 전홍준 시인이 첫 시집 '눈길(2019, 도서출판 애지)'을 최근 출간했다.

1964년 충남 안면도에서 태어난 전 시인은 2005년 '문예연구'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바다 내음과 파도소리가 고스라니 담긴 전 시인의 시집 '눈길'에는 50편의 시가 묶여 있다. 그는 이 시집에 요란한 수사와 수다를 넣지 않았다. 메시지를 앞세우지도 않았다. 그의 마음을 두드리는 사물과 사람을 보듬다가 마지막 한마디 넌지시 건네고 빠진다. 그래서 여운이 깊다.

이처럼 말없이 많은 말을 건네는 재주를 지니고 있는 전홍준 시인은 첫 시집에서 담백하고 순정한 서정의 결이 무엇인지, 단순한 힘의 미학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안면도에서 태어나 자랐고, 줄곧 고향 언저리에서 삶을 꾸려가고 있는 전홍준 시인에게 섬과 바다는 생활의 터전이다. 누군가에게는 아름답게 보이는 섬과 바다가 전 시인에게는 엄혹한 현실인 것이다.

'바다로 생을 번 신발이/ 이 둠벙 속으로 떠밀려 와서/몸 대신 가라앉기도 했다'(둠벙)라거나, '고드름 달린 언 살이 어느새 녹는지/ 햇볕 다녀가는 소리'(겨울볕) 등에서 보듯이 춥고 시린 겨울 이미지, 눈(雪)의 서정이 시집 전편에 녹아 있다.

또한 물과 바람으로 표상되는 그의 시쓰기는 상처의 길을 따라 눈 뜨고 찾아가는 길이다. 즉 '눈길'이다. '비린내 나는 선창가', '기름에 덮여버린 바다', '불빛도 희망도 땡겨 쓴 선급금도 쉴 날 없이 몸으로 버는 경매사', '빚에 시달리는 어촌사람들', '전국 각지에서 고향을 등지고 살아야 하는 노동자'들에 이르기까지 타자들을 향한 시선은 다 현지가 되고 마음의 유통이 되고 있다.

유용주 시인은 추천사에서 "오랫동안 바다를 바라보고 아예 물빛을 닮아, 바다가 되어버린 사람, 스스로 바닥이 되어버린 사람이 여기 있다"고 전홍준 시인을 소개한다. 또한 이민호 평론가는 해설을 통해 전홍준의 시쓰기를 고고학에 견주며 "물에 잠기고 바람에 휩싸였고 파도에 쓸려갔던 이름 없는 사람들의 묻혀버린 삶의 조각, 깨어진 사금파리를 발굴하는 일이며 호명이다"라고 말한다.

전 시인은 이번 시집 출간에 대해 "시집원고를 가만 들여다보니 물, 바람, 파도를 곁에 두고 살았다. 근처 바람아래나 파도리 조약돌들이 자리를 지키는 동안 긁힌 상처를 물빛이 감싸 안고 있었다"며 "오늘 밤에도 파도는 오래 뒤척거린다. 지난날이 남긴 허기를 뼈 에 새기는 모양이다. 그렇게 새벽이 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새벽은 아직도 내게 멀다. 파도소리에 씻기는 먼 별빛을 그대에게 보낸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음은 전홍준 시인의 시집 '눈길'에 실린 시 '안면도' 전문이다.

안면도

갯벌이 부은 얼굴로 돌아누워
등허리를 긁는 날
장벌에는 바다에서 잠깐 발을 뽑은 말장들이
빙 둘러 어깨를 기댄 채
들물에 속이 촐촐한지
꼴꼴꼴 맑은 물소리가 났다
별들이 무더기로 쏟아지는 밤마다 갯가에는
외로운 불빛들이 일찍 잠들 줄 알고
바람은 까무러칠 줄도 알아
간혹가다 목선도 그저 끄덕거릴 요량으로
궁색한 몸을 움츠리는 것이 보인다
부스스 몸을 털고
갯벌에 올라서는 사람들
서넛씩 둘씩 이 저녁
모닥불에 그리움을 묻었는가
언 손을 펴며 접으며
삭아가는 불을 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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