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 찾기>관련 사진

영화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 찾기>관련 사진 ⓒ 영화사 진진


 
평균 소유 물품 1만 개. 이 영화의 시작은 짧고 굵은 통계 자료다. 영화는 세계대전 이전의 독일과 전쟁 후 독일, 그리고 지금의 세대에 이르기까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개인 물품들을 제시하며 물건에 지배하는 우리의 삶을 지적하기 시작한다.

시작만 놓고 보면 진지한 다큐같지만 영화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 찾기>(원제: '100things')는 두 명의 벤처기업 CEO가 몸으로 웃기기도 하는 전격 코미디물이다. 영화는 IT 스타트업 회사 공동 대표인 폴(플로리안 데이비드 핏츠)과 토니(마치아스 슈와바이어퍼)가 100일간 단 100가지 물건으로 살기 내기를 하면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을 다룬 작품.

우정과 사랑을 관통하는 것들

유년 시절부터 친구인 폴과 토니는 자신들이 개발한 어플리케이션 나나 출시를 앞두고 아주 사소한 자존심 싸움을 한다. 미국 거대 IT 기업이 자신들의 어플을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보였지만 그보단 내기에서 이기는 게 중요하다. 젊은 나이에 성공한 이들은 각자의 공간에서 꽤 화려한 생활을 하는데 이들은 각자가 너무 물건 의존적이라고 지적하며 단 하루라도 그런 물건들 없이 살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시작한 내기의 규칙은 간단하다. 아무것도 없이 생활하기 시작해서 하루에 한 가지씩 자신의 기존 물품을 가져와 사용할 수 있다. 만약 이 과정에서 두 개 이상을 갖는다든가 누군가의 도움이나 지원을 받으면 진다. 영화는 삶의 기본 조건인 옷가지와 먹을 것, 그리고 차차 그 이상의 것을 가져오는 두 사람을 통해 우리가 잊고 있던 행복의 조건을 상기시킨다. 

큰 줄기는 두 사람의 내기지만 영화 속 이야기 구조가 꽤 복잡하다. 단순한 자존심 싸움인 줄 알았던 두 사람의 대결 이면엔 어떤 트라우마가 있었다. 어플리케이션을 판매하고 회사를 운영하는 와중에 불쑥 드러나곤 했던 두 사람의 가치관 차이는 사실 유년 시절 서로에게 각자가 품은 열등감의 결과물이기도 했다. 

또한 두 사람 사이에 우연히 나타난 묘령의 여성 루시(미리엄 스테인)를 두고도 폴과 토니는 갈등을 반복한다. 사랑 쟁취 싸움이 아닌 일종의 우정 싸움이다. 루시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 토니, 그런 그를 지켜보면서도 진짜 사랑일지 의심하는 폴의 모습은 결국 서로의 본질을 들여다보게 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그렇기에 영화 후반부 두 사람이 크게 다투는 과정이 꽤 신선하게 다가온다. 여성을 두고 그의 마음을 얻으려는 남성들이 아니라 서로를 너무도 잘 안다고 생각한 나머지 이해를 넘어 단정하고 규정지은 것에 대한 폐해가 드러나기 때문.  

어쩌면 이중 구조로 보인다.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 찾기>는 무소유 혹은 최근 하나의 흐름이 된 '미니멀리즘'의 가치를 설파하면서 동시에 가족과 친구 등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한 존재들의 마음과 생각을 다시 들여다보게 한다. 우정과 사랑 모두 상대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배려를 전제로 한다는 평범한 진리 또한 깨우치게 한다.
 
 영화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 찾기>관련 사진

영화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 찾기>관련 사진 ⓒ 영화사 진진

  
 영화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 찾기>관련 사진

영화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 찾기>관련 사진 ⓒ 영화사 진진

 
독일식 유머 코드

사실 이런 주제 전달 방식이 꽤 교훈적이다. 이 때문에 코미디 영화로서의 장점이 희석되기도 하는 약점이 있다. 또한 독일 특유의 유머 코드가 여전히 일반 관객에겐 낯설게 다가올 수 있기에 이 작품을 마냥 코미디 영화로 치부하기엔 한계가 있다. 일상 대화를 살짝 비틀어 정치나 사회 이슈에 연관시키는 식인데 한국 관객 입장에선 이런 재치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다소 의문이 든다. 물론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일반적 개그코드'도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극 중 폴과 토니의 어플에 관심을 보인 IT 글로벌 기업가와의 만남을 추진하던 비서진 중 한 명은 자신이 처한 워킹맘의 현실을 토로하며 "만약 제대로 일을 해내지 않으면 내가 회사에서 잘릴 것이고 그러면 보모 수당을 지급할 수 없게 돼 결국 우파 집권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 경고한다. 나름 독일 정치 현실을 반영한 유머지만 대중적이라 보긴 어렵다.

대체로 영화적 호흡이 빠르고 컷 또한 경쾌하게 지나가기에 무거울 수 있는 장면도 나름 쉽게 넘어갈 수 있다. 마음의 병이 있는 루시를 향해 '우린 모두 영혼에 구멍이 난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토니의 모습은 곧 현대인들이 끊임없이 물건을 소유하면서도 왜 행복할 수 없는지 스스로 되묻게 하기도 한다. 
 
한 줄 평: 진지한 독일 유머 사이에 피어난 적절한 메시지
평점: ★★★☆(3.5/5)

 
영화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 찾기> 관련 정보

연출: 플로리안 데이비드 핏츠
출연: 플로리안 데이비드 핏츠, 마치아스 슈와바이어퍼, 미리엄 스테인 등
수입 및 배급: 영화사 진진
런닝타임: 110분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19년 9월 12일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독일 미니멀리즘 무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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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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