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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질랜드 사람은 자전거를 유난히 좋아한다. 호수까지 자전거를 가지고 와서 즐긴다.
 뉴질랜드 사람은 자전거를 유난히 좋아한다. 호수까지 자전거를 가지고 와서 즐긴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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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어로 유명한 타우포(Taupo) 동네를 떠난다. 다음 목적지는 이곳에서 1시간 정도 걸리는 로토루아(Rotorua)라는 도시다. 로토루아는 관광지로 유명한 뉴질랜드에서 10번째로 큰 도시다. 가까운 곳이기에 온천욕도 하면서 천천히 갈 생각이다.

관광안내 책자를 보니 가는 길에 후카 폭포(Huka Falls)라는 관광지가 있다. 일단, 폭포를 향해 떠난다. 도로 왼쪽으로는 바다를 연상케 하는 큰 호수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호수와 어우러진 차창 밖으로 보이는 경치가 특출하다. 도로변에는 카메라를 들고 서성이는 관광객이 자주 보인다.

후카 폭포에 도착했다. 이른 시각이지만 예상외로 주차장에 자동차가 많다. 조금 걸어 들어가니 계곡을 잇는 작은 다리가 있다. 다리 아래로는 엄청난 양의 물이 깊은 계곡을 빠르게 흐르고 있다. 다리를 건너 산책로를 걷는다. 빠른 물살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도록 만든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는다. 옆에 있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기 어려울 정도로 흐르는 물소리가 크다.
  
 좁은 계곡으로 많은 양의 물이 흐르는 후카 폭포(Huka Falls)
 좁은 계곡으로 많은 양의 물이 흐르는 후카 폭포(Huka Falls)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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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의 급물살이 흐르는 관광지를 뒤로하고 온천장으로 향한다. 한적한 곳에 자리 잡은 온천장이다. 규모가 크지도 않고 사람도 많지 않다. 작지만 품위가 있어 보이는 아담한 건물에 들어선다. 실내에는 분위기 있는 카페와 선물 가게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유니폼을 입은 직원이 우리를 반갑게 맞는다. 고급 휴양지에 온 착각이 든다.

생각보다 조금 비싼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온천물에 몸을 담근다. 규모는 작지만 잘 조성된 온천장이다. 인공 폭포에서 떨어지는 온천물에 등을 맡기며 근육을 푼다. 수영도 한다. 계단식으로 설계된 서너 개의 온천장을 하나씩 들어가 본다. 올라갈수록 온천수가 뜨겁다.

외국에 오래 살았지만, 한국 목욕탕 문화를 잊지 못하는 나는 가장 뜨거운 온천수에 몸을 담근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 아래에서 즐기는 온천욕, 세상에 부러운 것이 없다.

온천욕을 즐기고 있는데 한국말이 들린다. 젊은 한국 부부다. 뉴질랜드 오클랜드(Auckland)에 정착한 지 몇 년 된다고 한다. 오클랜드까지 여행할 예정이기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관심 있게 듣는다. 우리가 호주에 산다는 것을 알고는 호주에 대한 궁금증을 표시하기도 한다. 현대인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래도 직접 들으니 가려운 곳을 잘 긁어준다.
  
 아담하게 잘 꾸며진 온천장
 아담하게 잘 꾸며진 온천장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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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변 전망대에 들르기도 하면서 여유 있게 로토루아에 도착했다. 유황 냄새가 곳곳에 스며있는 도시다. 시내 중심가에 있는 캠핑장에 가보았다. 그러나 자리가 없다고 하며 가까운 곳에 있는 다른 캠핑장을 추천한다. 시내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블루 레이크(Blue Lake)라는 호숫가에 있는 캠핑장이다. 로토루아에 관광객이 많다는 소문이 빈말이 아님을 실감한다.

푸른 호수라는 이름처럼 푸른 물감을 풀어 놓은 것 같은 호수에 도착했다. 호수 옆에 있는 캠핑장 사무실에 들어서니 손님으로 북적인다. 주말이라 손님이 많다며 직원이 인사를 한다. 다행히 자리가 있다. 가족과 함께 주말을 즐기는 아이들로 붐비는 캠핑장이다.

저녁을 먹기에는 이른 시간이다. 산책도 할 겸 호수로 나가 본다. 지금까지 보아온 바다를 연상케 할 정도로 큰 호수는 아니다. 한국에 살 때 자주 가보았던 산정 호수 정도의 크기다. 호숫가에는 사람이 많다. 해가 기울기 시작해 서늘한데도 물에 들어간 사람들도 있다. 작은 보트가 고속으로 물보라를 일으키며 달리는 모습도 보인다.
 
 관광객으로 넘쳐나는 블루 레이크(Blue Lake)
 관광객으로 넘쳐나는 블루 레이크(Blue Lake)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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붐비는 캠핑장 식당에서 저녁을 준비한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지만 친밀함을 표지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한국말을 주고받는 나이가 들어 보이는 부부를 만났다. 남자가 능숙하게 요리한다. 나이가 많은 한국 부부에게서 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여행하면서 배운 요리 솜씨일 것이다. 우리도 식사 준비하느라 바쁘다. 간단히 인사말만 주고받았다.

저녁 식사를 끝낸 후 다시 만났다. 미국 시카고(Chicago)에 산다고 한다. 여행을 좋아해 뉴질랜드를 찾은 부부다. 한국을 떠나 외국에 사는 공통점 때문일까, 말이 잘 통한다. 호주의 삶과 시카고의 삶을 주고받는다. 뉴질랜드 관광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눈다. 뉴질랜드 전역을 단기간에 둘러보느라 피곤하다고 한다. 운전도 미국과 달리 왼쪽 차선이라 헷갈릴 때가 있다고 한다.

아침 일찍 먼 길을 떠나는 사람과 오래 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 나머지 여행을 즐기라는 인사를 하며 헤어진다. 앞으로 다시 만날 기회는 거의 없을 것이다.

살다 보면 많은 사람과 만나고 헤어진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과 만나고 헤어질 것이다. 산다는 것은 만남과 헤어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뿐만 아니다. 동식물을 비롯해 자연과도 만나고 헤어진다. 도시에 사는 사람은 사람과의 만남이 많다. 시골에 사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자연과의 만남이 많다. 그리고 우리는 헤어짐이 오면 아쉬움을 토로한다.

그러나 헤어짐은 만남이 있었기 때문이다. 삶이 없는 죽음이 없듯이, 만남이 없는 헤어짐도 없다. 잠자리에 들며 하루의 만남과 헤어진다. 내일은 다른 만남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호주 동포신문 '한호일보'에도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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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호주 연방 공무원, 외국인 학교 교사 (베트남, 타일랜드). 지금은 시드니에서 3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바닷가 시골에서 퇴직 생활. 호주 여행과 시골의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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