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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남쪽으로 100여 킬로미터 떨어진 곳(TUV PROVINCE, SERGELEN SOUM,1-R BAG) 게르를 찾았습니다. 몽골을 비롯하여 중앙아시아 유목민족들은 오래 전부터 가축을 키우며 옮겨가면서 살았습니다.
 
          게르 이동 주택 지붕에 태양광 판넬이 놓여있고 게르 안 정면에는 TV와 파란색 전기 충전기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게르 이동 주택 지붕에 태양광 판넬이 놓여있고 게르 안 정면에는 TV와 파란색 전기 충전기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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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 이동 주택은 자재들을 간단히 정리하여 손쉽게 운반할 수 있습니다. 설치하는 데 두 세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오래 전에는 가족들이 모두 나서서 말 수레로 운반했습니다. 지금은 대부분 트럭으로 나릅니다.

유목민들은 가축들이 먹을 풀을 찾아다닙니다. 철에 따라서 한해 봄과 가을 두 차례 이동을 합니다. 기후변동으로 짐승들에게 변고가 생기면 두 번 이상 이동을 해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제 몽골 유목 민족 생활도 바뀌고 있습니다. 유목 생활을 청산하고 도시 생활이나 월급 생활을 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게르 안 오른쪽 마구를 놓는 곳과 티벳불교 신을 모신 곳입니다.
  게르 안 오른쪽 마구를 놓는 곳과 티벳불교 신을 모신 곳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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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 생활 자체도 바뀌고 있습니다. 지금은 대부분 부모들은 유목생활을 하면서 자녀들은 도시 학교에 보냅니다. 학교 기숙사나 학교 부근 친척집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오래 전 게르 이동주택에서 밤에는 기름으로 불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모두 태양광 판넬과 충전기를 이용하여 휴대전화를 비롯한 가전제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형식적인 게르 이동주택은 오래 전부터 사용대로 이지만 그 안에서 이뤄지는 생활 방식은 도시 생활과 거의 다르지 않습니다. 게르 이동주택은 유목민들의 삶이 담겨있습니다. 게르 안에는 가재도구와 침대가 놓여있습니다. 침대가 없이 땅바닥에 돗자리를 사용하는 경우는 요즘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몽골 초원의 여름 낮은 섭씨 30도를 오르내지만 밤에는 10도 이하로 내려갑니다. 밤에는 난로불을 피워야 합니다. 난로는 장작을 때기도 하지만 소똥을 말려서 쓰기도 합니다.
  몽골 초원의 여름 낮은 섭씨 30도를 오르내지만 밤에는 10도 이하로 내려갑니다. 밤에는 난로불을 피워야 합니다. 난로는 장작을 때기도 하지만 소똥을 말려서 쓰기도 합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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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는 대부분 입구에서 보아 바로 앞에 난로와 연돌이 세워져 있습니다. 왼쪽이 남성 공간, 오른쪽이 여성 공간입니다. 왼쪽에는 남성용 침대와 마구를 놓습니다. 오른쪽은 여성용 침대와 조리기구가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게르 정면 안쪽에는 티벳불교 라마교 불단이 놓여 있었으나 지금은 약간 왼쪽으로 자리를 옮기고 그 자리에 TV와 전기 충전기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전기 충전기는 태양광발전 패널에서 만들어진 전기를 충전해놓고 24시간 사용합니다. 휴대전화기 충전 단자나 전기 콘센트도 있습니다. 최첨단 현대 문명의 이기가 신앙심을 살짝 왼쪽으로 밀어냈습니다.
 
          게르 이동 주택 안 가구 겉 장식입니다. 화려한 색깔로 상징무늬와 사자무늬를 그렸습니다.
  게르 이동 주택 안 가구 겉 장식입니다. 화려한 색깔로 상징무늬와 사자무늬를 그렸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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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민들이 오래 전부터 사용해온 게르에는 여러가지 속신이 지금도 남아있습니다. 문을 나설 때는 오른발이 바깥 땅을 먼저 내디뎌야 한다. 게르 한가운데 세운 두 기둥 사이를 지나가지 말아야한다.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시대가 바뀌고 생활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유목 생활도 바뀌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게르 이동주택이 남아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한가지 목축으로 얻는 캐시미어 옷이 아직은 인기를 누리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시대의 변화를 거스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유목 목축 문화의 일부로 오래 전부터 지켜온 게르 이동주택 속에서 살면서 갈무리해 온 융숭한 문화 현상마저 더불어 사라지는 일은 슬픕니다.
 
          몽골 게르 이동 주택은 넓은 초원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넓은 마당이 있고, 양이나 염소를 가두는 우리도 있습니다.
  몽골 게르 이동 주택은 넓은 초원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넓은 마당이 있고, 양이나 염소를 가두는 우리도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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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김상조, <우물우물 몽골을 가다>, 한국문학도서관, 2008년 08월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교토에 있는 류코쿠대학에서 한국말과 민속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게르 이동 주택, #몽골, #태양광 발전, #충전기, #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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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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