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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체전 개막식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전국체전 개막식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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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시·도로 전학한 초·중·고 학생 선수는 1년 동안 전국체육대회(아래 전국체전), 전국소년체육대회(아래 소년체전) 등 전국대회에 참가할 수 없게 제한하는 건 인권 침해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 아래 인권위)는 22일 "전학을 이유로 학생 선수의 전국종합체육대회 참가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대회참가요강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자기결정권 등을 포함한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면서 대한체육회장에게 관련 기준 개선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구제 절차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그동안 대한체육회는 지역 간 무분별한 스카우트를 막겠다며 학생 선수가 다른 시·도로 전학할 경우 전국체전, 소년체전, 전국동계체육대회 등 시·도 대항 전국종합체육대회 참가를 1년여간 제한해 왔다.

남성팀에서 여성팀으로 옮긴 여학생 선수도 소년체전 출전 못해

이 같은 규정 탓에 지난 5월 소년체전과 참가하지 못한 초등학생 선수 1명과 오는 10월 전국체전에 참가하지 못하게 된 고등학생 선수 2명이 지난 4월과 5월, 6월에 걸쳐 각각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들은 무분별한 선수 스카우트를 막겠다는 제도 취지와 달리 ▲성별을 고려한 전문 운동부 전학 ▲가족의 거주지 이전 ▲지도자와 갈등 등 불가피한 전학이었지만 예외 사유로 인정받지 못했다.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인 A 선수는 지난 2017년부터 한 초등학교 남자팀에서 선수 생활을 하다 지난해 10월 여자팀이 있는 다른 지역 초등학교로 전학했다. A 선수 전학은 지역 간 선수 스카우트와 무관했지만 소속팀이 변경됐다는 이유로 지난 5월에 열린 소년체전에 참가하지 못했다. 이전 초등학교 교감도 "A 선수는 여자팀에서 운동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전학을 결정해 전학에 동의했다"고 진술했다.

고등학생인 B 선수는 지난 3월 가족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해 불가피하게 다른 고등학교로 전학했지만 오는 10월 열리는 전국체전 참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전에 다니던 고등학교 운동부 감독교사는 "전학 사유가 부당하게 학교를 옮기거나 선수 스카우트 등에 해당하지 않아 이적 동의서를 발급하고 전학 갈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고등학생인 C 선수도 같은 중·고등학교에서 중학교 운동부 코치로 일하던 부친이 다른 학교로 전출하면서, 지난해 2월 다른 체육고등학교로 전학해 전국체전에 참가할 수 없게 됐다.

이전 중·고등학교 감독교사는 "C 선수의 코치와 부친 간에 갈등이 있었고 부친이 다른 중학교로 전출을 가자 C 선수와 코치의 다른 갈등이 나타날 것을 우려해 결국 다른 체육고등학교로 전학을 결정했다"면서 "피해자의 전학이 스카우트 문제가 아니므로 이적 동의를 해줬다"고 밝혔다.

이 교사는 "일반적으로 선수가 고등학교 3학년이면 10월에 개최되는 전국체전 전에 이미 진학할 대학이 결정되지만 실업팀으로 가고자 하면 전국체전에서 성적이 계약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올림픽도 국적 바꾸면 3년 제한? IOC 정상 참작해 구제"

이에 대한체육회는 "(타 시·도로 전학한) 학생선수 참가 자격 제한은 전국종합체육대회가 시·도 대항전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소속 학교(지역) 변경을 통한 과도한 경쟁이나 무분별한 선수 스카우트를 막고자 하는 취지"라면서 "국가 간 대회인 올림픽에서도 국적을 변경한 선수는 3년이 지나야 새로운 국가의 대표로 참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올림픽 경기는) 국가올림픽위원회(NOC)들과 국제경기연맹(IF)가 합의할 경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는 이 기간(3년)을 단축하거나 취소하는 등 사례별로 정상을 참작할 수 있어 선수가 불가피하게 국적을 변경할 경우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적 보완 장치를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체육회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별도 예외사유를 규정하고 있다"면서도 "2019년 학교폭력 피해 학생들을 예외로 인정했지만 인권위 진정 사례들은 현재 규정상 예외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한체육회는 매년 대회별로 참가 자격 제한 이의신청이 20~30여 건씩 발생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규정 적용이 애매한 사례는 5~7건 정도라고 밝혔다.

인권위 아동권리위원회는 "지역 간 과도한 경쟁을 예방하기 위해 참가 자격을 일정 부분 제한할 필요성은 있어 보인다"면서도 "▲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는 학생선수의 현실적 불이익 ▲ 모든 국민에 대한 스포츠 보급이라는 전국종합체육대회의 또 다른 목적 ▲ 학생선수의 자기결정권과 아동권리협약의 아동 최선의 이익 원칙 등을 고려했을 때 이러한 대회 참가 제한 기준은 학생선수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기준과 제도적 보완 장치를 가지고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인권위는 "현재 대한체육회의 대회 참가 제한 기준은 학생 선수들의 불가피한 개인적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고, 제한 기간도 1년으로 상당히 길어 피해자들을 비롯한 학생선수들의 대회 참가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등 피해자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면서 "대회 참가 제한 기간과 예외 사유를 정비하고, 전학 등으로 인해 참가 자격이 제한될 경우 별도 조사 및 심의를 통해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절차를 추가로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인권위는 당장 오는 10월 전국체전 참가를 앞둔 고등학생 B·C 선수 구제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태그:#인권위, #스포츠인권, #대한체육회, #전국체전, #소년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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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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