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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페이 8개월] 박원순 시장의 단골집은 제로페이를 사용할까? ①

제로페이 결제액 5.5%는 서울시 업무추진비...
19.08.22 01:47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제로페이가 지난 2018년 12월 20일 도입된 지 벌써 8개월을 맞이했다.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써보자! 제로페이' 등의 문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제 서울의 웬만한 가게 출입문마다 정사각형의 제로페이 스티커가 붙어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제로페이를 잘 사용하고 있을까? 특히, 박원순 시장의 단골집들에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제로페이를 사용하고 있을까? 지난 ~월, '맛집 탐방'을 통해 시사 이슈를 풀어가는 모임, 초원복집연구회가 그 중 몇 곳을 찾았다. 2018년 서울시장 업무추진비 결제 내역을 기준으로 단골 식당을 추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장님 단골집'에서도 제로페이는 무력해보였다.

달콤하고 짭조롬한 불고기전골, 제로페이 사용율은 '짰다'   초원복집연구회가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2018년 서울시장 업무추진비 결제 내역 식당 중 2위를 차지한 '삼OO'이다. 이곳은 불고기 전골을 판매하는데, 서울시청 인근 직장인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실제로 초원복집연구회 취재팀이 세 차례 식당을 방문했을 때, 모두 와이셔츠를 입은 직장인들로 붐볐다. 널찍한 식당에서 불고기전골을 끓이며 고기를 먹은 뒤 육수를 추가하고 날계란을 까넣어 익혀 먹는다.

사람에 따라 계란을 풀어 고기를 찍어 먹기도 하고, 아예 그대로 계란을 익혀 찜처럼 먹기도 한다. 달콤하고 짭조름한 맛이 일품이다. 맛은 훌륭한데, 제로페이 실적도 준수한 편일까? 가게를 나서며 사장님께 제로페이 사용자가 많은지 물었다. "공무원으로 보이는 경우 외엔 많지 않다"는 답이 돌아왔다. 
 
다른 시청 인근 가게들의 사정은 어떨까. 근래 시청 인근을 드나들 일이 많아 며칠에 걸쳐 발품을 팔아보았다. 또 다른 인근 유명 식당 '유림면(유림분식)'을 방문했다. 서울의 3대 '한국식 판메밀' 식당이기 때문에 역시 점심시간이면 인근 직장인들로 붐빈다. 취재진 입맛에는 다른 3대 맛집인 '미진'에 비해 간장이 다소 짜고 양에 비해 비싼 감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맛은 나쁘지 않았다. 이곳에서 제로페이로 결제하는 모습을 처음 목격하였다. 하지만 그 손님의 목에 걸린 목걸이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선명히 찍혀있었다. 정말 공무원만 제로페이로 결제하고 있는 것일까. 사장님께 더 여쭈어보니 "공무원들에게 제로페이 사용 할당량이 있어서 결제하는 경우 외엔 없는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나마 한 프랜차이즈 떡집에서 "제로페이 결제가 도움이 된다"며 고마워하는 분도 있었다.
 
 
서울시청 인근 유명 판메밀집 '유림면' ⓒ 초원복집연구회
 

이러한 현상은 박원순 시장의 단골집뿐만 아니라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7월 기준 가맹점 한 곳에서 제로페이 결제는 평균적으로 단 한 차례(월 1.23회)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제로페이를 사용하지 않을까?
 
그 이유는 명백하다. 제로페이를 사용해야 할 이유가 없다.
 
1. 미비한 혜택
먼저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보다 혜택이 빈약하다. 제로페이가 내세우는 주된 혜택은 연말 소득공제 40%와 서울식물원 30% 할인 등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차원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혜택 정도다. 그나마 한시적인 지자체의 캐시백이나 네이버페이 적립 정도의 혜택이 소비자 입장에서 의미있는 편이다. 심지어 소득공제 혜택도 연소득의 25%를 제로페이로 지불해야 적용된다. 반면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는 사용액에 대해 크고 작은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소비자가 굳이 제로페이를 사용할 경제적 유인이 부족하다.
 
2. 소비자 공감 부족
이제 적어도 제로페이를 몰라서 사용하지 않는다는 말은 성립하기 어렵다. 서울시의 막대한 광고 집행으로 온갖 곳에 도배되고,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숱한 언론들이 기사를 쏟아낸 덕분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미비한 혜택 외에도 일반 시민들의 '수수료 절감'에 대한 공감 부족도 부진의 한 원인이다. 한창 우리 사회가 자영업의 위기를 우려할 때, 박원순 시장을 위시한 인사들은 카드 수수료를 '거악'으로 지목했다. 사람들은 카드 수수료로 인한 부담이 영세 자영업자가 대형 가맹점보다 크다는 것은 인정했지만, 그 부담이 연 매출의 2% 내외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우대 수수료율 적용과 세액 환급으로 일부 경감되었음을 확인했다. 즉, '자영업의 위기'라는 말에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지만, 대부분 그 원인을 카드 수수료보다는 최저임금 인상과 핫플레이스 중심의 임대료 상승에서 찾았다. 따라서 자영업자가 카드 수수료 부담 때문에 어려우므로 제로페이를 사용해달라는 정부의 연민에 기댄 호소는 공허하다.
 

그렇다면 소상공인은 제로페이를 선호할까?
안타깝게도 그렇진 않은 것 같다. 정부와 서울시는 제로페이가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 수 있다고 홍보하지만, 정말 소상공인이 그렇게 느꼈다면 소상공인들이 소비자에게 제로페이 결제를 권유하기도 했을 것이다. 마치 일부 상인들이 세금 회피나 카드 수수료 경감 등의 목적으로 현금 결제를 은밀히 유도하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먼저 인터뷰를 위해 제로페이에 대해 말을 꺼냈을 때 외 단 한 번도 제로페이 결제를 권유받은 적조차 없다. 앞서 언급하였던 '유림면'의 사장님께 확인해보니 "결제완료 메시지를 매번 확인해야 해서 바쁜 식당 입장에서 번거롭다"는 답이 돌아왔다.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결제 자체는 빨랐지만, 업주가 결제 메시지를 직접 확인하는 탓에 번거로워 보였다.
 
특히 유림면 사장님은 "영세업자는 혜택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큰 식당에서는 체크카드 수수료율과 비슷해서 큰 의미가 없어서 달갑지 않다"는 말도 덧붙였다. 생각해보면 이 말은 지금 제로페이가 실제로 영세업자에게 혜택을 주고 있는지 의문이 들게 만든다. 서울시의 업무추진비뿐만 아니라 공무원들의 결제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그들의 결제 대부분은 시청 인근의 가게들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이들은 엄밀히 영세업체도 아니다. 제로페이의 결제액 중 얼마나 많은 비중이 영세업자이고, 또 그들이 얼마나 혜택을 보고 있는 것일지 궁금하다.
 
서울시와 정부는 제로페이 결제액이 증가하고 있다고 홍보하지만, 제로페이를 통한 정부 기관의 업무추진비 결제가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온전한 의미의 확산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초원복집연구회가 서울시 정보소통광장을 통해 서울시 본청과 사업소의 월별 업무추진비를 분석한 결과, 전체 제로페이 결제액에서 서울시와 유관기관의 결제액 비중은 도리어 늘어나고 있다. 2019년 4월 0.0%, 5월 0.9%, 6월 5.3%, 7월에는 일평균 결제액 2억 3854만 원 중 5.5%인 1301만 원이 서울시와 유관기관이 업무추진비로 결제한 것이다.
 

*글이 길어 2부로 이어집니다.

상호: 삼우정
위치: 서울시 중구 서소문로 134-12
 
상호: 유림면
위치: 서울시 중구 서소문로 1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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