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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군 고남면 바람아래해수욕장에서 수산자원감시원을 맡고 있는 A씨는 최근 사리 때마다 밤에 해변가에 나타나 해루질을 하는 한 무리의 해루질객들을 목격했다. 수차례 신고도 했다.

하지만 경고성에 그치는 솜방이 처벌과 단속 소홀을 비웃기라도 하듯 출입이 통제된 바람아래해수욕장에서는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해루질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바람아래 해변에서 해루질을 하고 있다. 출입이 통제되기 전에는 사리때가 되면 바람아래해변에는 최대 2천여명의 해루질객이 몰리기도 했다.
▲ 출입통제 전 바람아래해변에서 해루질하는 해루객 바람아래 해변에서 해루질을 하고 있다. 출입이 통제되기 전에는 사리때가 되면 바람아래해변에는 최대 2천여명의 해루질객이 몰리기도 했다.
ⓒ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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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루질'은 물이 빠진 갯벌에서 어패류를 채취하는 행위로 주로 밤에 불을 밝혀 불빛을 보고 달려드는 물고기를 잡는 전통 어로 행위다.
 
하지만 밀물시 갯벌 중간부터 물이 차오르는 지형적인 영향으로 야간에 해루질을 할 경우 갯벌에 고립되거나 바다안개로 방향을 잃어버려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바람아래해수욕장은 해루질 이름을 딴 펜션까지 등장할 정도로 해루질 명소로 알려져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바람아래 해변은 고남면 장곡리에 위치한 곳으로 지난해를 기준으로 볼 때 조수간만의 차가 최대가 되는 사리 때에는 최대 2000여 명까지 모일 정도였다고 전하고 있다. 
 
부채꼴 모양으로 정한 임시출입통제구역에서는 해루질 행위를 할 수 없다.
▲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정한 바람아래해수욕장 임시 출입통제구역 부채꼴 모양으로 정한 임시출입통제구역에서는 해루질 행위를 할 수 없다.
ⓒ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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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해부터 야간 출입이 금지된 곳이다. 이곳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탐방객들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해양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5일부터 해변의 야간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실제적 통제기간은 해루질이 가능한 6월부터 10월까지다. 출입통제 장소는 태안해안국립공원 바람아래해변 1.62㎢다. 시행기간은 별도 해제 시까지로 현재도 유효하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바람아래 해변에 대한 야간 통제를 시작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지난해까지 5년간 바람아래 해변에서만 야간 갯벌출입으로 인해 총 41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했기 때문.
 
인명사고도 67명이 사로를 당했고, 이 중에서 3명이 익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안전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야간 출입금지 구역으로 바람아래 해변을 지정했고 출입행위가 적발될 경우 자연공원법에 따라 최대 5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야음을 틈타 불법 해루질을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자연공원법 제28조에 따르면 ▲ 자연생태계와 자연경관 등 자연공원의 보호를 위한 경우 ▲ 자연적 또는 인위적인 요인으로 훼손된 자연의 회복을 위한 경우 ▲ 자연공원에 들어가는 자의 안전을 위한 경우 ▲ 자연공원의 체계적인 보전관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등에 해당하는 경우 일정한 지역을 자연공원특별보호구역 또는 임시출입통제구역으로 지정해 사람의 출입 또는 차량의 통행을 금지,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임시출입통제 구역인 바람아래 해변 해루질 행위 신고했지만 
 
지난해 10월 임시출입통제 전 바람아래해수욕장에서 해루질을 즐기고 있는 탐방객들.
▲ 해루질객들이 몰렸던 바람아래해변 지난해 10월 임시출입통제 전 바람아래해수욕장에서 해루질을 즐기고 있는 탐방객들.
ⓒ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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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수산자원감시원 등 인근 지역 주민들이 불법 해루질을 촬영해 수사기관에 고발했지만 미온적인 대처로 나서는 바람에 특혜의혹과 함께 지역주민과 펜션업자간 갈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통제구역으로 지정한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주도적으로 단속해야 하지만 단속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제보자 A씨에 따르면 최근 야음과 감시가 소홀한 틈을 노려 펜션업자들이 자신의 펜션을 찾는 관광객 10여 명과 함께 사리 때만 되면 바람해변을 출입, 불법 해루질을 반복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광복절이었던 지난 15일에도 일어났다. 이에 A씨는 수산자원감시원으로서 이를 촬영해 태안해경에 신고했지만 대수롭게 여기지 않으며 미온적 대처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A씨는 "사리 때만 되면 펜션주인들이 (펜션손님) 10여 명을 이끌고 해루질을 하고 있어 영목출장소에 신고했지만 오히려 인솔자에게만 과태료를 부과해도 되느냐, 통제구역인지 판단이 어려워 처벌하기 어렵다는 등의 같은 답변만 오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정한 바람아래 해변 부채꼴 모양의 통제구역 출입시에는 과태료를 부과해야 하지만 파출소에서 직접 인솔해 갔으면서도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특히 만약의 경우 해루질을 하다가 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 지겠나"라며 "바람아래 해변을 야간 통제구역으로 정한 것은 태안군의 손실이지만 사고가 많이 나서 통제된 만큼 처음부터 근절을 시켜야 한다"고도 했다.
 
덧붙여 A씨는 "명확한 (사진) 증거까지 제시했고, 명백하게 법을 위반했는데 왜 해결을 못하고, 왜 처벌을 못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남면에 살며 바람아래 해변의 상황을 잘 알고 있다는 주민도 말을 보탰다.
 
주민 B씨는 "펜션업자 여럿이 돌아가면서 야간에 해루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제한 뒤 "태안해안국립공원사무소에 얘기했더니 인력이 부족해 단속을 못하고 있다고 하고, 해경은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네탓만 하는 통에 불법 해루질이 만연되고 있다"면서 "그렇다면 최소한 수산자원감시원이 6명 정도가 있는데 감시원들이 신고하는 건 만이라도 조사를 해서 과태료 처분을 내려야지 언제까지 손만 놓고 있을 셈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15일에도 밤에 해경에서 조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혐의 없다고 할 게 아니라 예를 들어 해루질로 현재 금어기인 꽃게를 잡았다면 잡는 거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해경에서는 꽃게를 단속하면 되는 것이고, 저녁 8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 통제시간으로 정했으면 국립공원에서도 나와서 단속을 해야 한다"면서 "만약 단속 능력이 안된다면 통제구역으로 지정 자체를 하지 말고 해제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덧붙여 그는 "바람아래 해변이 통제돼 감시가 없는 바로 옆 장곡 해변으로 들어가서 바람아래해변서 해루질을 한 뒤 다시 장곡 해변으로 나오는 사례도 있는 만큼 사고예방 등을 위한 철저한 단속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면서 "최소한 주민들이 감시해 신고한 부분에 대해서는 조사해서 처벌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태안해경-태안해안국립공원사무소는 '네탓'만… 단속 권한 입장차도 보여
 
제보자가 기자와 태안해경에 제보한 사진. 어두워서 형체는 식별하기 어렵지만 해변가에 해루질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탐방객들의 불빛이 보인다. 출입통제구역에서 해루질 하는 행위에 대해 신고가 들어가 태안해경이 조사에 나섰지만 통제구역 밖이고, 손에 해루질로 잡은 수산물이 없다는 이유로 경고 처분한 뒤 돌려보냈다.
▲ 바람아래해변 불밝힌 해루질객들 제보자가 기자와 태안해경에 제보한 사진. 어두워서 형체는 식별하기 어렵지만 해변가에 해루질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탐방객들의 불빛이 보인다. 출입통제구역에서 해루질 하는 행위에 대해 신고가 들어가 태안해경이 조사에 나섰지만 통제구역 밖이고, 손에 해루질로 잡은 수산물이 없다는 이유로 경고 처분한 뒤 돌려보냈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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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런데도 단속의 중심에 서야 할 태안해양경찰과 태안해안국립공원사무소는 네탓만 하고 있다. 태안해경은 '무리한 단속'임을 내세워 수사권을 발동하지 않고 있고, 태안해안국립공원사무소는 "탐방객들의 안전관리만 하면 된다"며 사실상 특별사법경찰의 한계 탓에 단속은 태안해경이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15일 고남면 수산자원감시원 A씨의 사례만을 놓고 봐도 이같은 입장차는 뚜렷하다.
 
당시 A씨의 신고로 바람아래해변에 출입해 해루질을 하던 해루질객 10여 명을 조사한 태안해경 안면파출소 관계자는 통제구역 식별이 쉽지 않고 해루질객들이 통제구역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실제로 확인결과 빈손이었다는 이유로 단순 경고 처분만 내리고 이들을 돌려 보냈다.
 
태안해경 안면파출소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통제구역 출입 주장이 신고자와 엇갈리고 있는데, 해루질객들은 통제구역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고, 신고자는 사진을 찍어 보내줬는데 사진에 사람이라고 특정되지 않고, 불빛만 멀리서 찍혀있는 등 특정되지 않아 경고 처분만 하고 돌려보냈다"면서 "(불법임이) 특정되지 않았는데 과태료건 벌금이건 간에 처벌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해루질객들의 위치가 정확하게 통제구역이라면 단속을 하지만 15일의 경우에는 (통제) 선상에 물려 있었고, 나왔을 때 손에는 잡은 것도 없었다"면서 "신고자가 신고한 사진에는 불빛만 있었지 위치가 특정되지 않았는데 그런 거까지 단속하게 되면 무리한 단속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꽃게 금어기인데 해루질로 포획을 했다면 조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가' 라는 기자의 질문에는 "해루질객이 잡은 꽃게는 금어기라고 해도 단속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어민들이 잡았을 경우에는 단속이 가능하지만 해루질로 잡은 꽃게는 단속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태안해안국립공원사무소측은 일반 사법권이 있는 태안해경이 단속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태안해안국립공원사무소 관계자는 "바람아래해변은 사망사고가 계속 일어나서 안전사고 위험이 있어 통제하고 있는데, 주요 사리때와 연휴가 겹칠 때는 사무소에서 단속을 나가고 있고 입구부터 막고 통제하지만 우리는 상주하는 기관이 아니라서 365일 매번 붙어 있을 수는 없다"면서도 "우리는 특별사법경찰로 자연공원법 위반과 관련해 탐방객이 해변에 들어가서 안전사고가 나지 않도록 하는 임무만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하지만 태안해경은 수산업법으로도 단속할 수 있고, 안전상 출입금지도 시킬 수 있고, 개인 어장도 지켜줄 수 있는 등 단속권한이 사무소보다 많다"면서 "바람아래해변은 국립공원이면서 해변이면서 태안군인 만큼 태안해경과 태안군에도 협조를 구했고, 각 기관의 역할이 있는데 개인어장 등 개인재산은 경찰이 지켜줘야 하고, 태안해안국립공원사무소는 어장을 지켜주는 기관이 아닌 탐방객의 안전관리 딱 하나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바람아래해변에서 1년간 안전사고가 안 났다고 개방해 버린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 태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바람아래해수욕장, #해루질, #태안해안국립공원, #자연공원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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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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