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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떼쓰는 것도 아니고, 현장에 와보면 알겠지만 조개가 무더기로 폐사했다. 우리는 해상교량 건설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감수하고 있다"

충남 태안과 보령을 연결하는 해상교량 명칭을 두고 두 달 넘도록 해법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면서 양 지자체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안면도 어민들이 뙤약볕에 거리로 나섰다.

그들이 겨냥한 곳은 해상교량 건설 시행사인 대전지방국토관리청. 안면도 어민들은 해상교량 공사로 인해 어장이 황폐화됐다며 어업피해의 전면 재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광복절을 앞두고 있던 지난 14일에는 안면도‧고남 10개 어촌계 협의회(아래'협의회') 회원 100여명이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을 찾아 해상교량 공사로 인해 어장환경의 변화로 어장의 황폐화가 지속돼 생산량이 급감했다며 피해어장에 대한 현장조사와 함께 어업피해 재조사를 빠른 시일 내에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이들 어민들은 자비를 들여 바다녹색산업연구소에 의뢰해 받은 '어업피해조사보고서'를 바탕으로 올해 2월 22일 대전지방국토관리청장에게 어업피해 재조사를 청구했지만 6개월이 경과한 현재까지도 어업피해 재조사에 착수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안면‧고남어민들은 왜 거리 투쟁에 나섰나 
 
사진은 지난 14일 안면?고남 어민들이 태안~보령 해상교량의 시행사인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을 찾아 어업피해 전면 재조사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뿔난 안면도주민들 사진은 지난 14일 안면?고남 어민들이 태안~보령 해상교량의 시행사인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을 찾아 어업피해 전면 재조사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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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고남어민들이 이처럼 거리투쟁에 나선 것은 지난 2012년 10월경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이 전남대학교에 의뢰해 받은 어업피해 예측조사 결과가 단초를 제공했다.

협의회에 따르면 당시 전남대의 예측조사 결과 공사기간 중 소음‧진동으로 인한 피해와 일부 어장에 부유물질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뿐 연륙교 설치로 인한 유속의 변화 등 영구적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2016년경부터 공사장 인근의 안면도‧고남면 10개 어촌계 바지락 양식장 등 16개 어장(면적 합계 374.2ha)에 펄과 토사가 쌓이는 어장환경의 변화로 생산량이 급감했고, 현재는 어장으로서의 기능을 사실상 상실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게 협의회측의 주장이다.

어민들은 자비를 들여 자체적으로 피해조사도 했다. 어민들이 2018년 바다녹색산업연구소에 의뢰해 4개월간 조사한 피해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남대의 어업피해 예측조사와는 달리 연륙교 공사의 교각 설치와 교각 암석 보강공사로 인해 물길과 유속이 느려져 피해 어장 전반에 펄이 쌓이는 등 어장환경의 변화가 생겨 피해가 발생하고 연결도로 토목공사시 발생한 토사 유출로 피해가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조를 이뤘다.

이에 어민들은 바다녹색산업연구소의 어업피해조사보고서를 지난 2월 대전지방국토관리청장에게 제출했다. 상이한 두 기관의 결과에 따라 어업피해 재조사를 청구한 것.

하지만 어업피해 재조사 요구불구하고 6개월이 지나도록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안면‧고남 어민들이 거리로 나서게 된 것이다.

실제로 이들은 14일 열린 집회에서 ▲ 어업피해 전면 재조사 즉각 실시할 것 ▲ 수탁기관 한국감정원을 보상업무에서 배제할 것 ▲ 기존 어업피해조사 및 감정평가기관을 재선정할 것과 함께 ▲ 대전지방국토관리청장의 피해어장에 대한 직접 시찰로 피해현황 확인 및 2000여 피해 어민들의 고충과 민원사항을 직접 경청해 줄 것을 간곡히 요구하기도 했다. 
 
사진은 지난 14일 안면?고남 어민들이 태안~보령 해상교량의 시행사인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을 찾아 어업피해 전면 재조사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뙤약볕 속 거리 투쟁 나선 안면도 어민들 사진은 지난 14일 안면?고남 어민들이 태안~보령 해상교량의 시행사인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을 찾아 어업피해 전면 재조사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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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에서 안면‧고남어민들을 대표해 결의문 낭독에 나선 임은미 고남어촌계장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대전지방국토관리청에서는 어업피해보상 업무를 수탁한 한국감정원의 말만 믿고 교각 설치 및 암석보강공사에 따른 유속변화는 없는 것으로 안다라고 하면서 우리가 지난 2월에 제출한 어업피해 재조사 청구를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외면하고 있고 비가 오면 집중 유출되는 토사는 시공사인 코오롱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으니 과연 힘없고 불쌍한 우리 피해어업인들은 어디에 하소연을 해야 할지 몰라 이렇게 일어섰다"고 집회 취지를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 피해어업인들은 지금 즉시 시행사인 대전지방국토관리청장이 직접 그동안 경과에 대해 사과하고 우리의 요구사항을 적극 수용할 것을 강력히 주장한다"면서 "우리는 생존권 사수와 대대손손 물려줄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을 천명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면‧고남 어민들과 함께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을 찾은 태안군의회 박용성 부의장도 집회 이후 사회관계망(SNS)를 통해 어장 전면 재조사로 더 이상의 물리적 대응을 마무리 했으면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부의장은 "고남면 어르신 596명이 16대의 관광버스에 올라 폭염과 아스팔트의 폭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생존권을 위한 투쟁을 했다"라면서 "잘못된 피해조사를 재조사하라는 당연한 현실을 외면하는 경직된 공직자들과 담판을 위한 600여 고남면 어민 어르신들의 절규를 계속 간과한다면 영목항대교(해상교량)의 건설은 효용가치가 없음은 물론 생존과 환경의 파괴로 인해 준공을 앞둔 공사를 전면 중지하고 철거를 해야 할 뿐이다. 피해조사시 놓쳤던 유속과 유량 등의 변화로 초래된 바지락 어장의 황폐를 전면 재조사해 더 이상의 물리적 대응은 오늘로서 끝냈으면 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안면‧고남 어민들의 어업피해 재조사 요구와 관련해 대전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는 2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9월 3일 현장조사 할 때 국토관리청에서 어업보상한 것에 대해서 현장조사한 용역사(전남대, 한국감정원)가 최종 답변하는 것으로 (집회 당일 답변을) 했다"면서 "피해원인에 대해서는 근거자료를 제시하면 그것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상업무에서 제외해달라고 어민들이 요구한 한국감정원도 현장조사시 참여할 것으로 알려져 또 다른 논란을 낳을 전망이다. 

한편, 논란의 태안~보령 해상교량은 태안군 고남면 고남리와 보령시 원산도리를 잇는 연장 1.75km의 연륙교로 지난 2010년 12월부터 올해 12월 준공을 목표로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이 시행하고 코오롱이 시공하고 있다. 4.387km의 접속도로까지 포함해 총연장 6.137km로 모두 2065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덧붙이는 글 | 태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태그:#태안~보령 해상교량, #대전지방국토관리청, #고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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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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