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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0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한 건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9.8.20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0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한 건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9.8.20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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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습니다. 지명 초기 조 후보자의 과거 사노맹 이력이 논란이 되더니, 이후 75억 투자약정 사모펀드 논란,  조 후보자 부인과 동생의 전처 간 부동산 거래 의혹, 동생 부부의 위장이혼과 채무 변제 회피 의혹 등이 추가로 제기됐습니다. 여기에 최근에는 조 후보자 딸의 장학금 및 논문 1저자 등재 논란까지 더해졌습니다.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여론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의학전문대학원에 다니는 딸이 두 차례의 유급에도 불구하고  6차례나 장학금을 받았고, 고등학교 재학 시절 2주간의 인턴 활동만으로 의학 논문에 1저자로 등재된 사실이 드러나자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진보진영 내부에서도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조 후보자 딸에게 제기된 의혹이 국민정서와 상충하는 특혜와 관련된 문제인 데다가, 공정성을 강조해온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철학과도 충돌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죠. 당장 인터넷과 SNS 등지에서는 관련 의혹을 '정유라 사건'과 비교하는 글들이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대대적인 역공에 나선 한국당

민주당은 일단 조 후보자 엄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사법개혁의 상징적 인물인 조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의 동력은 급속히 떨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국 주도권이 야당으로 넘어가게 될 뿐만 아니라 그간 문재인 정부를 견인해왔던 여론이 실망해 돌아설 수도 있습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오전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조 후보자 청문회는 사법개혁에 대한 후보자의 의지와 법무부 수장으로서의 비전을 검증하는 자리로 '가족 청문회'가 아니다"라며 "그러나 한국당은 추측을 소설로 만들고 확증으로 부풀려 가족에 대한 신상털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자유한국당을 비판했습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가짜뉴스 청문회 불가',  '공안몰이 청문회 불가',  '가족 신상털기 청문회 불가'  '정쟁 청문회 불가' 등 '4대 불가론'을 제시하며 "청문회를 도입한 의미가 더 이상 변질되지 않도록 여야 모두 협조해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의 간절한 읍소가 통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지지율 하락에 울상이던 한국당은 조 후보자 관련 의혹을 빌미로 대대적인 '역공'에 나서고 있습니다. 조 후보자의 상징성과 위상 등을 감안하면 의혹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정부·여당이 받는 타격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공학적 측면에서 본다면 대여공세를 위한 더할 나위 없는 기회인 셈입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불법 사모펀드, 위장이혼, 차명재산 등 듣기만 해도 막장 드라마를 연상케 하는 이 의혹들을 알고도 후보자로 지명했다면 이것은 국민을 상대로 한 문 대통령의 농단"이라며 "이 정도면 조 후보자는 '비리 종합선물세트', '비리 무한리필' 후보자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맹비난했습니다.

나 원내대표는 20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도 "조국 사퇴를 가장 앞장서서 촉구하는 사람은 한국당도, 다른 야당도 아닌 바로 과거의 조국 후보자 본인"이라며 "남에게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정작 본인과 주변에는 한없이 관대한 그 이중성, 그 모순, 오늘날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는 집권세력의 민낯"이라고 성토했습니다. 조 후보자가 강연·기고·SNS 등에서 했던 말과는 다른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한국당은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일정에도 합의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여당은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이달 30일까지 청문회를 마치고 9월 2일까지 청문보고서를 채택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한국당은 대통령이 1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해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며 9월 초 청문회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국당 입장에서는 굳이 8월 청문회를 열어야할 이유가 없습니다. 청문회를 연기할수록 정치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청문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조 후보자는 시쳇말로 '만신창이'가 돼가고 있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확인되지 않은 각종 의혹이 마구잡이로 뿌려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법적·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조 후보자 측의 해명은 힘을 얻지 못하게 됩니다. 언론이 경쟁하듯 뽑아내고 있는 의혹 관련 기사가 그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위력적이기 때문이죠. 당장 인터넷만 보더라도 주요 기사 대부분이 조 후보자 관련 의혹으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이쯤되면 해명과 반박이 무의미할 지경입니다.

한국당으로서는 손 안 대고 코푸는 격입니다. 의혹은 또다른 의혹을 낳고 대중의 불신은 그에 비례해 커져만 갑니다. 부정적 여론과 함께 임명권자인 문 대통령을 향한 비판 역시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당이 청문회 일정에 합의해주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서두를 까닭이 전혀 없는 것이죠.

청와대와 민주당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특히 다른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조 후보자 딸 관련 의혹은 꽤나 심각해 보입니다. 21세기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분노)하고 있을 아킬레스건을 건드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제기된 의혹들은 공정과 도덕적 가치를 강조해온 조 후보자의 평소 소신과 부합하지 않는 면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후보자 스스로 인정한 것처럼 국민정서와도 괴리가 있어 보입니다. 국민이 납득할만한 명확한 해명이 있어야 합니다. 청문회가 시급히 열려야 하는 이유입니다. 사실 확인 과정을 통해 후보자의 자격과 자질을 정확히 검증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후보자와 후보자 친인척의 개인적인 일까지 무차별적으로 폭로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은 철저히 검증해야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합리적 근거나 증거 없이 개인적인 가족사까지 들춰내야 하는 것은 아닐 테니까요. 

2011년 나경원이 떠오르는 이유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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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조 후보자 비판에 힘을 쏟고 있는 나 원내대표도 과거 가족을 향한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명확히 선을 그었습니다.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한나라당(현 한국당) 후보였던 나 원내대표는 부친 소유의 사립학교인 '홍신학원'의 이사를 맡은 사실이 폭로되면서 곤경에 빠진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박원순 후보 선대위의 대변인을 맡았던 우상호 의원은 "나 후보 어머니와 동생, 사촌, 사촌남편 등이 홍신학원의 유치원장, 교사 등으로 근무하는 전형적인 족벌사학"이라며 "나 후보가 의원이 된 뒤에도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사학 개혁의 뜻이 없고 족벌 비리를 옹호해 온 흔적이라는 점에서 도덕성에 큰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김종철 당시 진보신당 대변인도 "지난 2000년 국정감사에서 홍신학원이 수년간 장부 일체를 소각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나 후보의 부친이 교장직에서 물러났으나, 이듬해 다시 재단 이사장으로 복귀하는 어처구니 없는 행태를 보여줬다"며 "전형적인 개인소유 사학재단 폐해의 본보기인 셈"이라고 나 후보의 도덕성을 정면으로 비판했습니다.

나 원내대표는 홍신학원의 비리 의혹이 폭로되고 가족 문제가 불거지자 "이번 선거는 내 선거"라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습니다. 부친의 홍신학원 관련 '청탁 의혹'에 대해서도 "아버지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선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관련 의혹이 가족 문제로 비화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입니다.

지금과는 아주 상반되는 태도입니다. "이번 선거는 내 선거"라던 2011년 나 원내대표의 잣대대로라면 이번 청문회는 조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 검증에 더 촛점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요. 조 후보자와 친인척에 대한 마구잡이식 신상털기는 검증의 영역을 넘어설 뿐만 아니라 청문회의 본질과도 거리가 멀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조 후보자에 대한 의혹으로 정국이 아주 시끄럽습니다. 말 그대로 '조국 블랙홀'입니다. 경색된 남북 관계, 일본과의 외교분쟁, 정치·사법개혁 처리 등 해결해야 할 국내외적 현안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역설적이지만, 하루 빨리 청문회가 열려야 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비상한 시국을 정치 공방으로 흘려보낼 수는 없는 노릇일 테니까요.

조 후보자가 과연 공직에 적합한 인물인지 아닌지, 제기된 의혹의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밝혀내기 위해서라도 객관적 검증 과정과 절차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인사청문회의 취지와 목적도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블로그 '바람 부는 언덕에서 세상을 만나다'와 '국민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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