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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리정원사로 불리는 강응열 정원사. 그는 정원사로 활동하며 식물과 다양한 영역과 접목하여 문화활동으로 이어가고 있다.
 장동리정원사로 불리는 강응열 정원사. 그는 정원사로 활동하며 식물과 다양한 영역과 접목하여 문화활동으로 이어가고 있다.
ⓒ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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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오래 바라봐야 해요. 식물을 가만히 관찰하다보면 식물의 변화가 눈에 보여요. 식물에 대해 이해하고 깨닫게 됩니다. 이렇게 식물에게 관심을 갖다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식물은 공기정화에 효과가 있는데 대신 실내 면적의 10%~20%는 식물로 채워야만 그 효과를 체감할 수 있습니다."

식물이 우리에게 주는 좋은 점은 수없이 많다. 그 가운데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우울증을 앓고 있는 분 등 특정인에게 치유 효과가 있는 식물, 공기정화식물을 소개해달라는 요구에 강응열(39)정원사의 답이었다. 

몇 번의 회사 생활 끝에 정원으로

경기도 광명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강 정원사는 만화를 그리다가 20대 중반 여주농업전문학교에서 공부를 했다. 당시 과수농사를 하고 싶은 꿈이 있었다. 하지만 졸업 후 그는 농지를 확보하여 과수 농업을 하면서 가정을 꾸리고 경제활동을 하기까지 현실은 녹록치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영농의 꿈을 접고 몇 군데 회사생활을 하다가 판교 생태학습원에서 근무하며 시민정원사 등 식물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3년 전에는 이천시 신둔면 장동리로 이사왔다. 장동리는 원적산 아래 사방이 자연으로 둘러쌓인 아름다운 시골마을이다. 그는 서울이나 타 도시로 이동할 수 있는 교통이 좋고 도시보다는 한적하고 조용한 마을에 살기를 원했다. 현재 그는 장동리정원사로 불리며 프리랜서 정원사로 일하고 있다.

"정원사는 육체노동을 많이 해요. 힘들죠. 그럼에도 이 일은 잘 선택한 것 같아요. 아무 것도 없던 곳에 정원을 만들면 그곳이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바뀝니다. 내가 일해 나가는 만큼 공간이 바뀌고 변하는 순간순간마다 보람을 느낍니다. 정원이 완성된 뒤 식물들이 자라가는 과정을 보면서도 보람은 쌓여가고요.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정원을 보고 좋아해주세요. 식물에 관심 없는 사람은 있지만 식물을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거든요." 
 
강응열 정원사는 서랍과 물받이와 조명 등을 설치한 나무가구를 제작하여 식물을 심고 모형동물을 넣어 동물모형미니정원을 만들었다.
 강응열 정원사는 서랍과 물받이와 조명 등을 설치한 나무가구를 제작하여 식물을 심고 모형동물을 넣어 동물모형미니정원을 만들었다.
ⓒ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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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정원사는 정원을 꾸밀 때 의뢰인과의 소통을 중요시 한다. 의뢰인 대부분은 꾸밀 정원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 없이 의뢰를 하는데 정원을 만들려면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정원을 꾸미기 위해서는 의뢰인의 정원 취향, 예산, 정원의 용도, 꾸며야할 정원에서 잘 자라는 식물 등 다양한 것을 고려해야 한다. 그는 경우에 따라 정원의 도면을 그리고 정원 교육이 필요할 시 교육도 한다. 식물의 가지치기와 병충해에 대한 교육 등 계절에 따라 신경 쓰고 관리해줘야 할 일 역시 여러가지다.

꽃집에서 식물을 사왔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식물이 죽으면 자책하는 사람이 있다. 물을 너무 자주 줬거나 주지 않아서 그랬나 싶어서다. 해서 강 정원사한테 집에서 식물을 잘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물었다. 

"집에서 식물을 키우다 그 식물이 죽으면 죄책감을 느끼시는 분들이 계시는데요. 키우는 사람의 잘못보다는 식물이 내 집의 환경에 맞지 않아 죽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람이 사는 집은 식물이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오랫동안 키워온 식물도 속내를 살펴보면 근근이 버티며 살아가고 있는 경우도 있어요. 겉으론 괜찮아 보이지만 몇 달이나 수 년에 걸쳐 서서히 죽어가는 식물도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식물의 건강 상태는 비전문가가 알아차리기 어려울 때가 많죠. 하지만 누구나 알기 쉬운 기준도 있는데요. 매년 꽃이 피는지 안 피는지를 보면 됩니다. 매년 꽃이 잘 피고 있다면 대체로 건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요즘은 꽃집이나 화원에서 판매되는 식물 종류가 워낙 많고 그 식물마다 특징이나 키우는 환경은 천차만별입니다. 때문에 실내에서 식물을 잘 키우는 방법에 대해 몇 마디로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식물을 처음 키워보시는 분은 우선 전문가나 주변 분에게 키우기 쉬운 식물을 추천받아 키워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 식물에 대해 진지하게 관심을 갖고 정보를 찾아가며 성의있게 가꾸다보면 다양한 식물도 키워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강응열 정원사는 이천에서 활동하는 작가, 정원사들과 함께 지역에서 자생하는 식물 등으로 정원을 꾸미는 활동도 펼치고 있다. 이천시 백사주간보호센터 정원.
 강응열 정원사는 이천에서 활동하는 작가, 정원사들과 함께 지역에서 자생하는 식물 등으로 정원을 꾸미는 활동도 펼치고 있다. 이천시 백사주간보호센터 정원.
ⓒ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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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응열 정원사는 현재 초록놀이터 정원문화기획자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신나는 예술여행'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지난 8월 초에는 이천 성애원과 백사주간보호센터에 정원도 꾸몄다. 이천에서 활동하는 작가, 정원사들과 함께 이천에서 자생하는 식물(병꽃나무, 조팝나무, 국수나무, 작살나무, 싸리나무, 수국, 등골나물 등) 등을 정원에 심고 주민들과 함께 그림을 그려 꾸미는 예술정원 만들기 프로젝트다.

"저는 새로운 일을 벌이는 것과 변화하는 것을 좋아해요. 그러다보니 식물을 키우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즐거움과 재미를 찾곤 했는데요. 남기고 싶은 순간의 식물을 채취해 장식용 식물표본을 만들거나 식물의 조각들로 그림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실내에서 아름답고 편리하게 키우는 방법을 생각하다 식물을 키우면서 인테리어 효과도 있는 가구를 만들기도 했고요."

그는 이 외에 서랍과 물받이가 있고 식물의 위치와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나무가구를 제작해 그곳에 살아있는 식물을 심고 모형 동물과 곤충을 넣어 미니동물정원을 꾸몄다. 밤에는 은은한 조명과 식물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나무가구도 제작했다. 꽃과 나무에 벌이 날아온 것을 보고 벌을 키우는 양봉도 시작했다. 정원사 활동은 확장될 수 있는 범위가 넓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문화는 물론 먹거리, 미술·공예와 결합된 생활문화체험, 목공체험, 양봉, 도자기, 인테리어 등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취향에 맞춰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다.

강응열 정원사는 이천에서 하고 싶은 게 많다. 청년 농부들과 소통하며 현재의 고충을 나누고 농부로서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한다. 어르신, 지역작가, 청소년, 어린이 등과 어울려 이천지역 특색을 녹여낸 신나고 아름다운 정원문화을 만들고 싶단다. 식물과 정원을 매개로 하여 사람과 사람이 정겹게 소통하는 행복한 거점마을도 꿈꾸고 있다.

태그:#정원사 , #추억의 꽃밭, #예술정원 만들기 프로젝트, #초록놀이터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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