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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숲에 가을꽃 쑥부쟁이가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 까실쑥부쟁이 강원도 숲에 가을꽃 쑥부쟁이가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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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가 지났습니다. 아침저녁으로 가을 기운을 느낄 수 있지만, 여름은 아직도 더 머물겠다는 듯 더위가 기승을 부립니다.

지난 19일, 강원도 초입인 광덕산 자락을 거닐었습니다. 도심을 벗어나 시원한 기운이 느껴지나 했는데, 풀섶에 가을꽃들이 여기저기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보랏빛도라지, 백도라지, 참취, 등골나물, 금마타리, 마타리, 이질풀, 물양지가 길가에 한창이고, 조금만 숲길로 들어서면 가을꽃들이 반깁니다. 
 
가을꽃이 피어나니 가을이 온 것 맞지요?
▲ 가새쑥부쟁이 가을꽃이 피어나니 가을이 온 것 맞지요?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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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춤을 추면
바람이 불고,
나무가 잠잠하면
바람도 자오

-윤동주 시 '나무'

바람이 불어 나무가 춤추는 것이 아니고, 바람이 자서 나무가 잠잠한 것이 아니라는 시가 입에서 맴돌았습니다.

가을꽃 피면
가을이 오고,
가을꽃 피면
여름도 가오


이렇게 윤동주 시인의 시를 흉내 냅니다.
 
제가 바로 곤드레나물입니다.
▲ 고려엉겅퀴 제가 바로 곤드레나물입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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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의 슬픈 사연을 담고 피어난 꽃입니다.
▲ 며느리밥풀꽃 며느리의 슬픈 사연을 담고 피어난 꽃입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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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드레만드레 고려엉겅퀴, 며느리의 슬픈 사연 며느리밥풀꽃도 피어났습니다. '보랏빛'은 고난을 상징합니다.

가을 꽃이라고 봄이 다 지나고 느지막하게 싹을 낸 것이 아닙니다. 이른 봄부터 싹을 낸 후, 아주 오랜 시간을 준비하고 인내하다가 이내 가을이 되어 꽃을 피우는 것입니다.

고려엉겅퀴는 '곤드레나물'로 인기가 좋아서, 봄이면 애써 피운 싹들을 인간들에게 보시합니다. 그렇게 뚝뚝 꺾여 자신을 내어주었지만, 결국 꽃을 피운 것이지요.
 
뿌리는 더덕을 닮았지만 꽃은 닮지 않았습니다.
▲ 잔대 뿌리는 더덕을 닮았지만 꽃은 닮지 않았습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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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더덕보다 잔대가 흔하던 시절에는 '더덕' 대신에 '잔대'가 더덕으로 둔갑하가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더덕보다 잔대가 더 귀한 몸이 되었죠.

더덕 농사는 짓지만, 잔대농사를 짓는 분이 없으니 잔대는 자연산입니다. 그래도 사람들이 잔대 좋은 것은 알아서 보기만 하면 채취를 해가는 통에 지금은 자연에서도 쉽게 만날 수 없는 꽃이 되었습니다.
 
흰물붕선은 고도가 조금은 높은 곳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 흰물봉선 흰물붕선은 고도가 조금은 높은 곳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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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꽃하면 '물봉선'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산자락 계곡의 습한 곳을 따라 피어나는 물봉선, 평지에는 보라색 물봉선이 많고, 조금 고지대로 올라가면 노랑물봉선이 많고, 조금 더 올라가면 흰물봉선이 많습니다.

물봉선의 씨앗이 익을 무렵 무심히 그곳을 지나다 보면 씨앗이 얼굴까지 튑니다. 물론, 그보다 더 멀리도 튀겠지요.
 
요즘은 미국미역취에 밀려 많이 볼 수 없습니다.
▲ 미역취 요즘은 미국미역취에 밀려 많이 볼 수 없습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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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에 수줍은듯 피어난 둥근이질풀은 보통 이질풀보다 꽃이 많이 큽니다.
▲ 둥근이질풀 숲속에 수줍은듯 피어난 둥근이질풀은 보통 이질풀보다 꽃이 많이 큽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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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취는 요즘 미국미역취에 밀려 만나기가 어렵고, 이질풀은 흔하지만 둥근이질풀 역시도 만나기 어려운 꽃입니다.

'취'자가 들어가는 꽃, 참취, 곰취 같은 것들은 가을꽃입니다. 하얀 참취, 노란 곰취, 미역취가 피어나면 이제 여름은 끝물이라는 것이 피부로도 느껴집니다. 
 
마치 오리를 닮은 듯 피어납니다. 아직은 시작이라 오리 한 마리밖에는 없습니다.
▲ 진범 마치 오리를 닮은 듯 피어납니다. 아직은 시작이라 오리 한 마리밖에는 없습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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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범은 피어나는 모습이 마치 물 위에 둥둥 떠있는 오리를 닮았습니다. 딱 한 송이, 약간 오리를 닮았습니다.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했고 가을이 깊어지면, 이제 막 필 준비를 하고 있는 가을 꽃들 사이에서 서리가 내리기까지 열심히 피어날 것입니다.
 
나같이 예쁜 꼬리를 달고 있으면 꽃향기가 날걸요?
▲ 산꼬리풀 나같이 예쁜 꼬리를 달고 있으면 꽃향기가 날걸요?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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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꼬리풀은 여름의 끝자락에 피어나는 꽃입니다. 그래도 피어난 꽃들보다는 피어날 꽃송이들이 더 많습니다. 때가 되니 어김없이 피어나는 가을 꽃들을 보면서 대한민국도 피어나길 소망했습니다.

꽃 한송이 피우기 위해 온 우주가 협력합니다. 저마다 자기의 이익에 눈이 멀어 이 중차댜한 시기에 서로 물어뜯기만 한다면, 대한민국이라는 꽃이 어찌 아름답게 피어나겠습니까?

그래도 믿습니다. 온갖 풍상을 다 이겨내고 기어이 피어나는 가을 꽃처럼, 대한민국도 피어날 것입니다.

태그:#둥근이질풀, #며느리밥풀꽃, #흰물봉선, #쑥부쟁이, #가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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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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