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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광역시 북구 문화동에서 용봉동까지 이어지는 ‘천·지·인 문화 소통길’ 중에서 문화동 육교에서 오치동 쌍굴다리 까지 이어지는 길에 보라색 맥문동이 활 짝 피었다
 광주광역시 북구 문화동에서 용봉동까지 이어지는 ‘천·지·인 문화 소통길’ 중에서 문화동 육교에서 오치동 쌍굴다리 까지 이어지는 길에 보라색 맥문동이 활 짝 피었다
ⓒ 임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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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들은 에어컨이나 선풍기도 없이 어떻게 무더운 여름날을 보냈을까.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의 문집, <여유당전서>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다산은 여름에 더위를 없애는 8가지 방법을 '소서팔사(消暑八事)'라는 한시로 남겼다.

소나무 숲에서 활쏘기, 느티나무 아래서 그네 타기, 넓은 정자에서 투호놀이 하기, 대자리에서 바둑 두기, 연못의 연꽃 구경하기, 비 오는 날 한시 짓기, 달빛 흐르는 개울에 발 담그기 등이 있다.

하나 더 있다. 동쪽 숲에서 매미소리 듣기, 동림청선(東林聽蟬)도 있다. 다산은 "적막한 숲 속에서 매미 소리 들으니 괴로운 심사 다 지나 이 세상이 아닌 듯하다"라고 노래했다.
 
 ‘맥문동 숲길’이라는 별칭에서 알 수 있듯이 맥문동이 꽃을 피워내 길이 온통 보라색 융단으로 뒤덮여 있다
 ‘맥문동 숲길’이라는 별칭에서 알 수 있듯이 맥문동이 꽃을 피워내 길이 온통 보라색 융단으로 뒤덮여 있다
ⓒ 임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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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매! 여기가 어디여” 하는 김탄사가 여기저기서 연속해서 들린다
 “오매! 여기가 어디여” 하는 김탄사가 여기저기서 연속해서 들린다
ⓒ 임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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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도심 속, 매미 소리 들리는 보랏빛 맥문동 꽃길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메타세콰이어 숲 속에 매미소리와 함께 환상적인 보랏빛 꽃향기가 날리는 길이 있다. 도심 속 숲에서 한가로이 매미 소리 들으며 하 수상한 세상 잡사 다 잊고 잠시나마 힐링할 수 있는 길이 있다.

광주광역시 북구 문화동에서 용봉동까지 이어지는 '천·지·인 문화 소통길'이 그곳이다. 총연장 4.2 km 중 문화동 육교에서 오치동 쌍굴다리 까지 이어지는 길이 요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맥문동 숲길'이라는 별칭에서 알 수 있듯이 맥문동이 꽃을 피워내 길이 온통 보라색 융단으로 뒤덮여 있다.
 
 하늘 향해 높이 두 팔 벌리고 서 있는 메타세콰이어의 푸른 바늘잎 사이로 쏟아지는 눈부신 여름 햇살은 맥문동의 보랏빛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하늘 향해 높이 두 팔 벌리고 서 있는 메타세콰이어의 푸른 바늘잎 사이로 쏟아지는 눈부신 여름 햇살은 맥문동의 보랏빛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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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 비비추꽃과 잘 어울린다
 하얀 비비추꽃과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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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양쪽으로 막 피어난 맥문동이 무수히 많은 가늘고 긴 꽃대를 쑥 내밀고 있다, 꽃대에는 좁쌀만 한 보라색 꽃들이 수없이 매달려 있다. 초콜릿 막대 사탕을 보는 것 같다. 꿀벌들이 분주하게 꽃 사이를 헤집으며 웅웅 거린다. 난초 잎처럼 곧게 자란 맥문동의 푸른 잎사귀와 보라색 꽃대가 아름다운 보색을 이루고 있다. 멀리서 보이는 숲길은 마치 보라색 카펫을 깔아 놓은 것처럼 환상적이다.

이 길은 광주 도심을 관통하는 호남 고속도로변의 완충 녹지 구역으로 버려진 땅을 주민들이 나서서 메타세콰이어 나무와 함께 맥문동을 심어 명품길로 만들었다. 도시 외곽 고속도로변의 버려진 공간을 친환경적으로 활용한 우수 사례로 선정된 길이다.
 
 사진작가들의 셔터 누르는 손놀림이 분주하다
 사진작가들의 셔터 누르는 손놀림이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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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문동은 꽃보다는 약초로 더 많이 알려진 식물이다. 백합과 여러해살이 풀로 겨울에도 푸른 잎이 남아 있을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다
 맥문동은 꽃보다는 약초로 더 많이 알려진 식물이다. 백합과 여러해살이 풀로 겨울에도 푸른 잎이 남아 있을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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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문동은 꽃보다는 약초로 더 많이 알려진 식물이다. 백합과 여러해살이 풀로 겨울에도 푸른 잎이 남아 있을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다. 뿌리가 보리와 비슷하고 겨울에도 시들지 않아 '맥문동(麥門冬)'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꽃말은 '겸손과 인내'다. 소나무나 왕버들, 메타세콰이어 등 키 큰 나무 밑 그늘에서도 나무와 조화를 이루며 잘 살아간다.

맥문동이 유명한 곳으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경북 성주의 왕버들 군락지와 상주의 맥문동 솔숲 등 여러 곳이 있지만, 이제 광주 문흥동의 맥문동 숲길도 이에 못지않다.
 
 꽃대에는 좁쌀만 한 보라색 꽃들이 수없이 매달려 있다. 꿀벌들이 분주하게 꽃 사이를 헤집으며 웅웅 거린다
 꽃대에는 좁쌀만 한 보라색 꽃들이 수없이 매달려 있다. 꿀벌들이 분주하게 꽃 사이를 헤집으며 웅웅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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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 도심을 관통하는 호남 고속도로변의 완충 녹지 구역의 버려진 땅을 주민들이 나서서 메타세콰이어 나무와 함께 맥문동을 심어 명품길로 만들었다
 광주 도심을 관통하는 호남 고속도로변의 완충 녹지 구역의 버려진 땅을 주민들이 나서서 메타세콰이어 나무와 함께 맥문동을 심어 명품길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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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이 길은 인근 주민뿐만 아니라 소문을 듣고 찾아온 관광객들과 사진 동호회 회원들로 붐빈다. 여기저기서 사진작가들의 셔터 누르는 손놀림이 분주하다. "오매! 여기가 어디여" 하는 김탄사도 연속해서 들린다. 하늘 향해 높이 두 팔 벌리고 서 있는 메타세콰이어의 푸른 바늘잎 사이로 쏟아지는 눈부신 여름 햇살은 맥문동의 보랏빛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뿌리가 보리와 비슷하고 겨울에도 시들지 않아 ‘맥문동(麥門冬)’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꽃말은 ‘겸손과 인내’다
 뿌리가 보리와 비슷하고 겨울에도 시들지 않아 ‘맥문동(麥門冬)’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꽃말은 ‘겸손과 인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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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치솟은 고층아파트 사이를 분주하게 오가는 사람들과 그들이 만들어 내는 온갖 소음들, 도심을 관통하며 고속도로를 빠르게 질주 자동차들... 바로 옆 세상은 바쁘고 시끄럽게 돌아 가지만, 청량한 매미 소리 들리는 이 숲길에 오면 다산의 말마따나 '괴로운 심사 다 잊히고 이 세상이 아닌 듯' 몸과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도시 한가운데 메타세콰이어와 보랏빛 맥문동이 어우러진 광주 문흥지구의 아름다운 맥문동 꽃길은 9월 초가 되면 그 색이 바랜다. 꽃길을 걷고 싶다면 서둘러야 한다. 매미소리 뚝 그치고 나면, 금방 구름 높이 걸린 가을 하늘이 다가올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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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문화재단 문화재 돌봄사업단에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