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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YMCA 청소년 통일자전거 국토순례는 총 7박 8일 동안 창원에서 임진각까지 608km 자전거 라이딩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앞서 한 번 소개하였듯이 이번 청소년 통일자전거 국토순례 기간 지도자들과 참가자들이 불편을 감수하기로 약속한 것이 있었는데, 바로 노플라스틱 운동에 호응하는 'NO-PET' 실천이었습니다. 

지난 15회까지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를 진행하면서 플라스틱병에 담긴 생수를 매년 1만 병 이상 소비하였습니다. 참가 규모에 따라 조금씩 달랐지만 1만 병 내외의 500mL 생수를 마시고 재활용 쓰레기를 배출한 것이지요. 병뚜껑과 페트병을 따로 분리수거 하는 등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만 그래도 플라스틱 소비를 근본적으로 줄일 수는 없었습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면 '자전거에 부착된 물병에 물을 담아 마시면 되는데 왜 생수를 사서 먹었냐'고 하시는 분도 계실 텐데요. 자전거에 부착된 물병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안전 때문입니다. 평소에는 자전거에 부착된 물병을 사용하지만 국토순례  기간에는 참가자들에게 물병 사용을 금지 합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PET병 대신에 물통과 스텐컵으로 물을 마시는 국토순례 참가자들
 PET병 대신에 물통과 스텐컵으로 물을 마시는 국토순례 참가자들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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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물병 사용은 안전을 위해 절대 금지

하나는 물병에 물이 있으면 라이딩 도중에 물을 마시려고 한 손을 놓고 자전거를 타게 되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도로 위 요철이나 과속방지턱을 지나면서 물병이 바닥에 떨어져 뒤따라오는 자전거가 미끄러져 넘어지는 사고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토순례를 진행하는 지도자들이 매년 자전거 물병 사용 문제로 토론을 벌이지만 그동안은 '안전'을 위해 물병 사용을 금지하였습니다. 

올해는 준비 초기부터 국토순례 기간 페트병 소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제안이 많이 나왔습니다. 먼저 탑차에 대형 물탱크를 설치하고 수도꼭지를 여러 개 설치하여 자전거 물병을 사용하게 하자는 제안이 있었습니다만 안전 문제 때문에 채택되지 않았습니다. 물컵을 사용해서 물을 먹게 하자는 제안도 있었지만 탑차에 200여 명이 몰려들어 북새통이 될 것을 우려하여 채택되지 않았습니다. 

여러 고민과 토론 끝에 최종 선택된 안은 소형 물통(20~30인용)에 물을 담아서 팀별로 가져가 개인용 스텐컵으로 물을 마시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500mL 생수를 나눠주는 것과 비교하면 물을 준비해 주는 사람도 번거롭고, 물을 마시는 참가자들도 번거로운 방식이지만 노프라스틱 선언, NO-PET 실천을 해보기로 하였습니다. 
 
 노플라스틱을 다짐하는 국토순례 참가 청소년들
 노플라스틱을 다짐하는 국토순례 참가 청소년들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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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플라스틱 선언, NO-PET 실천 아이들이 해냈다

냉동 탑차에 큰 물탱크를 설치하고 탱크에 생수와 얼음을 담아 놨다가 휴식지에 국토순례단이 도착하기 전에 20~30명이 마실 수 있는 작은 물통에 담아서 나눠주는 방식입니다. 대형 물통에 담긴 생수를 사다 부어야 하는 것은 다를 바 없지만, 적어도 한 번 휴식 할 때마다  200~250개 정도 마시는 생수 소비는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하였지요. 

어찌 보면 비용이 크게 절약되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대형 마트에 생수를 납품하는 도매상에서 대량 구매하는 경우 우리가 흔히 500~600원에 사는 생수를 150원이면 살 수 있는 곳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탑차에 대형 물탱크를 설치하고 조별로 사용하는 플라스틱 물통을 구입하고, 스테인리스 컵 200개를 사는 비용이면 150원에 500mL 생수를 사서 마시는 것이 더 저렴하고 편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는 생활 실천을 시도하고 불편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과 함께 경험해보자는 취지에 공감하여 '불편한 실천'을 선택한 것입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방송과 보도를 통해 플라스틱으로 인한 바다 오염이 심각하다는 것을 많은 아이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플라스틱 소비 줄이기를 실천하기 위해 불편을 감수하자는 제안에 아이들도 반대하지 않았고 불평을 늘어놓는 아이들도 없었습니다. 어찌 보면 최선을 다해 준비한 적절한 페트병 대체재가 아이들의 불만을 잠재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통째 물을 마시는 국토순례 참가자들
 물통째 물을 마시는 국토순례 참가자들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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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박 8일 동안 약 9천개 페트병 소비 줄였다

그럼 한국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 기간 동안 페트병 소비를 얼마나 줄였을까요? 그날그날 라이딩 거리와 간식 지급 계획에 따라 500mL 페트병 소비량이 달라지기는 합니다만 대략 평균으로 따지면 오전에 2병, 점심에 1병, 오후에 2병, 늦은 저녁에 1병 정도입니다. 물을 많이 마시는 아이들은 이보다 더 많이 지급되기도 하고, 오후에는 1회 이상 이온 음료가 지급될 때도 있지만 하루 평균 개인별로 6병 이상은 소비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임진각 도착하는 마지막 날과 오리엔테이션을 위해 모이는 첫날을 각각 0.5일로 계산하면 본격적인 라이딩 기간 6일을 포함해서 7일 동안 하루 6병씩, 210명이 소비한다고 가정하면 대략 8820병 정도 됩니다. 추산하면 이번 국토순례 7박 8일 동안 대략 9천 병 정도의 페트병 소비를 줄인 셈입니다. 

자전거 국토순례에서는 자전거 타고 달릴 때 원칙적으로 물을 마실 수 없습니다. 잠깐이라도 자전거를 멈추고 패달에서 발을 내렸을 때만 물을 공급합니다. 보급차가 가까이에 없는 상황에서는 페트병도 일부 사용하였습니다. 특히 참가자들이 힘들게 고갯길을 올라왔는데 보급차를 세우고 물을 공급할 수 없는 여건일 때는 비상용으로 진행 차량에 실어 둔 페트병에 담긴 물을 나눠주었지요. 

하지만 그 외 국토순례  기간에는 휴식지에 도착하면 당번이 보급차로 와서 작은 보냉 물통에 담긴 물과 간식을 챙겨가서 20여 명으로 구성된 조별로 모여 물과 간식을 나눠 먹는 약간 불편한 방식으로 생활하였습니다.

당초 폭염을 뚫고 힘들게 자전거를 타고 온 아이들에게 물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을 염려하였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참가자들도 스테인리스컵을 들고 돌아가며 물을 받아 마셨는데 페트병보다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남은 물로 더위를 식히는 국토순례 참가자들
 남은 물로 더위를 식히는 국토순례 참가자들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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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병 소비 90% 줄이기... 불편했지만 성공했다 

아울러 컵으로 나눠 먹는 물이 부족한 아이들은 보급차에 설치된 대형 생수통에서 언제라도 물을 추가로 받아먹을 수 있었기 때문에 '물 부족'을 호소하는 참가자는 없었습니다. 15년 만에 첫 시도였는데 성공적으로 정착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2백여 명 넘는 사람들이 조금씩 불편을 감수하자고 결의한 덕분에 페트병 소비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사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하더라도 농촌이든 공장이든 커다란 주전자에 물을 담아 가서 나눠 먹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생수가 보급되고 개인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페트병 담긴 물을 사서 먹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렸지요. 페트병을 사용하지 않고 통에 물을 담아 나눠 먹는 것을 그만큼 상상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준비 과정에서 유난히 긴 토론과 논란이 있었던 것입니다. 

가장 큰 성과는 2백여 명의 참가자들이 페트병이 없어도 생각만큼 불편하지 않았다는 것을 직접 체험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자는 캠페인으로 이런저런 행사 기념품으로 '보틀'병을 많이 나눠주고 있지만 생각보다 일상생활에 쉽게 정착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참가자들은 이번 경험을 통해 페트병이 없어도 많이 불편하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이온 음료를 마시는 플라스틱병까지 줄일 수는 없었습니다. 매일 오후 라이딩 후에는 이온 음료가 지급되었습니다. 그때는 어쩔 수 없이 페트병에 담긴 음료를 나눠 주었습니다. 매일 1병씩 7일 동안 210명이 대략 1470개의 이온 음료 페트병을 사용하였습니다. 국토순례 참가 청소년들과 실무자들의 적극적인 협력 덕분에 만약 생수까지 페트병으로 물을 마셨다면 모두 1만 넘게 사용할 플라스틱병 소비를 1500여 개로 줄일 수 있었습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수많은 행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주최 측이 조금만 수고하면 페트병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여러 가지 창의적인 방법들이 나올 수 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일 년 중 가장 더운 여름 일주일 동안 페트병 9천 개를 줄인 YMCA 자전거 국토순례 참가 청소년들에게 칭찬과 격려의 박수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제 개인 블로그에도 포스팅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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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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