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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모두 마친 뒤,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마무리 소감을 말하고 있다.
 교육을 모두 마친 뒤,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마무리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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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탈출한 학생들 꿈은 무엇일까?

경기도교육청이 지난 6일부터 2박3일간 경기도 광주 현대해상하이비전센터(아래 하이비전센터)에서 북한이탈주민자녀 21명(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2019 탈북학생 진로디자인 캠프'를 실시했다.

캠프 마지막 날인 8일 학생들이 직접 자신의 꿈을 발표했다. 오전 9시 30분 즈음 하이비전센터를 찾아 탈북 학생들 희망이 무엇인지 직접 들었다.

8일 오전 하이비전센터에서 만난 학생들은 모둠별로 대여섯 명씩 모여 앉아 쉴 새 없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한국말이 아직 서툰지 중국말로 이야기하는 학생도 있었다. 박태준 경기도교육청 평화교육담당사무관은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 오랜 기간 머물다 한국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번 캠프는 일반적인 직업 체험 위주의 진로·직업 프로그램이 아니라 자기 성찰을 통한 진로 탐색에 초점을 뒀다. 캠프 첫 날인 6일에도 게임과 토론을 통해 자기성찰을 시도했다.

둘째 날에는 '대학생 선배와의 만남' 등 특강이 있었다. 탈북 대학생이 강사로 나서 북한이탈주민 자녀로 겪은 학창시절의 고민을 후배들에게 들려주었다.

"겁 많고 체력 약하지만 나는 내가 무조건 좋다"
      
탈북학생 희망이 적힌 메모지
 탈북학생 희망이 적힌 메모지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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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교육은 현직교사들의 모임인 경기도중등진로교육연구회 교사들이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희망 진로 발표에 앞서 '나는 내가 좋다'로 시작하는 자신에 관한 한편의 시를 발표했다. 자신의 장점은 물론 단점까지 어루만지는 내용이었다.

"나는 내가 참 좋다. 예쁘고 귀엽고 착하고 내신도 잘 나오는 나는 내가 좋다."
"나는 내가 좋다. 말도 많고 공부도 못하고 키도 작지만 나는 내가 무조건 좋다."
"나는 내가 좋다. 인내심이 강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긍정적인 내가 좋다."
"나는 내가 좋다. 겁이 많고 체력이 약하지만 나는 내가 무조건 좋다."


참가자 발표가 끝나자 교사는 "나는 그런 여러분이 무조건 좋습니다"라고 화답했다.

이어 자신의 진로를 키워드로 정리하는 '진로 로드맵 만들기'가 진행됐다. 잠시 후 학생 2명이 진로 로드맵을 발표했는데 모두 자신과 가족들에게 경제적 여유를 줄 수 있는 진로를 희망하는 내용이다. 

한 학생은 "원하는 고등학교에 가서 열심히 공부하고, 원하는 대학 좋은 직장을 잡을 것이다. 돈 많이 벌어 부모님에게 주고, 가족과 행복하게 살다가 행복하게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 학생은 "고등학교 졸업하고 적금 200만 원 들고, 대학교 졸업한 뒤에는 1억 적금, 그 다음에는 2억 원짜리 적금을 들겠다"라고 밝혔다.
 
"부모님 설득할 에너지를 얻었어요"

 
탈북학생 진로캠프
 탈북학생 진로캠프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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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에서 만난 중학교 2학년 남학생은 "특별한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와보니 재미있다. 어떤 고등학교, 어떤 대학교에 진학해야 하는지 내 꿈의 방향을 고민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라고 답했다.

경기도 성남에 살고 있는 이 학생은 18살이지만 중학교 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북한을 탈출한 후 중국에 살다가 지난 2011년 한국에 왔다"며 "컴퓨터를 분해하고 고치는 일을 좋아해서 장래 희망 역시 컴퓨터와 관련한 일을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중학교 1학년 여학생은 지난 해 12월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왔으며 지금은 경기도 안산에 살고 있다. 본인은 교사를 하고 싶지만 부모님은 의사가 되기를 원해 갈등을 겪고 있다. 

이 학생은 "수학을 좋아하지만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가 되고 싶다"며 "북한 학교에서도 영어를 배웠지만 영국식 영어라 남한에서 배우는 미국식 영어와는 발음이 다르다"고 말했다. 

캠프 참여 소감을 묻자 이 여학생은 "부모님을 설득할 에너지를 얻었다"라고 밝혔다.

태그:#탈북학생, #진로캠프, #경기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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