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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클수록 가족이 시간 맞춰 함께 여행을 떠나기가 쉽지 않다. 오랜만에 가족들이 함께 떠나기로 한 여행, 일찌감치 자유여행을 하기로 하고 장소를 고민했다. 더위를 피하기 위한 휴가이니 만큼 피서지들을 후보에 두고 고민했다. 일본 홋카이도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었지만 점점 파국으로 치닫는 정세를 보고 일본은 단호하게 후보에서 제외했다. 남은 곳들을 놓고 고민하다가 일정과 가성비를 고려해 베트남 다낭으로 결정했다.

이 더위에 열대의 나라로 떠나는 피서, 과연 괜찮을까? 걱정과 염려를 안고 비행기에 올랐다.

현지 투어의 매력
 
아무리 더워도 야자수 그늘에만 들어가면 시원한 베트남 다낭 참섬 일대 해변 ⓒ 추미전
 
자유여행은 가고 싶을 때 가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반면 여러 가지 불편함도 감수해야 한다. 이동수단과 여행 계획 전부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자유여행을 계획할 때 활용하면 좋은 팁 중의 하나가 바로 '현지투어'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갈 수 있는 시내 관광지는 최대한 자유롭게 다니지만 숙소로부터 멀리 있는 곳은 실제로 이동에 시간도 오래 걸리고 피곤해 여행계획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

그럴 때 현지투어를 이용하면 매우 편리하다. 현지투어는 현지 랜드 여행사가 운영하는 것으로, 차량과 가이드가 함께 와서 투어 신청자들을 현장까지 안내한다.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프로그램만 함께하고 나머지는 자유여행을 즐길 수 있으니 자유와 편리함을 다 잡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내가 현지투어를 처음 경험한 곳은 프랑스 파리. 프랑스 현지투어 가이드들은 대부분 프랑스로 유학 와 있는 한국 유학생들로 미술이나 음악에 조예가 상당히 깊다. 현지 가이드와 함께 둘러본 몽마르뜨르 언덕 투어나 몽생미셸 투어는 혼자 그 장소를 다녀왔다면 도저히 알 수 없었을 문화와 미술에 대한 깊이 있는 안내를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이번에도 숙소를 다낭 시내로 잡았기 때문에 다낭과 30km 정도 떨어져 있는 세계 문화유산 등록 지구인 '호이안 반일 투어'를 신청했다. 프로그램을 보니 베트남 전통 바구니 배 체험을 비롯해 소원배 타기, 거리 관광 등 다양했다. 투어 시간은 오후 1시부터 8시까지. 저녁 식사까지 포함된 가격이 1인당 6만 원 정도. 숙소에서 픽업해서 숙소까지 데려다주는 서비스가 포함돼 있으니 편안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오후 1시, 로비에서 가이드를 만나 차량에 올랐다. 우리말을 하는 베트남인 가이드가 작은 승합차를 타고 왔다. 오늘 투어를 신청한 팀은 한국인 두 가족으로 우리 가족 4명과 또 다른 가족 4명, 총 8명이라고 했다. 우리 외 다른 가족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다낭에서 일주일째 자유여행 중이라고 했다.
 
한국말이 다소 서툰 베트남인 가이드는 현지에 대한 설명보단 자신의 인생 스토리를 늘어놓았는데, 거의 인간극장 수준이다. 2000년대 초 부부가 함께 한국으로 와 봉제공장에 취업해 일을 했다고 한다. 하루 12시간 이상 일을 해 돈을 꽤 벌었지만 남편 비자가 만료돼 어쩔 수 없이 베트남으로 돌아왔다. 마침 그 무렵 베트남에 한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한국말을 조금이라도 하는 사람들에게 가이드로 일할 기회가 열렸단다.

남편과 함께 가이드 일을 시작한 그녀는 늘어나는 한국인 관광객들 덕분에 돈을 벌어 현지투어 회사를 차렸고, 이제는 승합차를 14대나 소유한 사장님이 되었단다. 그야말로 인간 승리 스토리이긴 하나 베트남 문화에 대한 좀더 깊은 설명을 듣고 싶었는데, 한국말이 짧은 관계로 깊이 있는 설명을 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투어 내내 친절했고, 사람들을 배려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다낭에 울려 퍼진 '내 나이가 어때서'
 
첫 번째 체험은 바구니 배 체험. 코코넛 잎으로 만든 베트남 전통 배를 타는 프로그램으로, 다낭에 오면 누구나 하고 가는 체험 중 하나다. 야외에 서 있으면 그대로 땀범벅이 되는 여름 날씨, 현지 기온이 너무 높아 한 시간여를 그늘에서 기다렸다가 배를 타기로 했다. 신기한 것은 날씨가 그렇게 더워도 그늘에만 있으면 바람이 불고 시원해졌다. 바구니 배를 탄 후기들을 보니 뙤약볕에 바구니 배를 타는 것도 고역이었다는 내용들이 많아 배에 오르면서도 걱정이 되긴 했다.
 
바구니 배는 베트남 어부들이 가까운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을 때 이용하던 전통 배로, 순전히 뱃사공이 힘으로 배를 저어야 한다. 한 배에 두 명씩 타는데 차례대로 배에 오르다보니 하필 우리가 탄 배의 노꾼은 나이가 육십은 족히 넘어 보이는 할머니. 할머니가 땀을 뻘뻘 흘리며 노를 젓는데 타고 있으려니 절로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가이드는 내릴 때 노꾼에게 팁으로 1달러의 주라고 했지만 우리는 미안한 마음에 2달러를 드렸다.
 
막상 배를 타고 나가자 강바람이 불어 더위도 견딜 만했다. 그런데 배가 좁은 수로를 벗어나 강 중간에 이르자 신기한 풍경이 펼쳐졌다. 우거진 강 숲 곳곳에서 바구니 배들이 계속 쏟아져 나왔다. 곧 강가에는 수백 개의 동그란 바구니가 동동 떠다니는 매우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강가에 모여든 바구니배들 ⓒ 추미전
 
갑자기 예고도 없이 스콜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강 한가운데서 맞이하는 폭우. 우산을 챙겨오지 않아 당황하고 있는데 우비를 나눠준다. 자칫 조금만 잘못 움직여도 그대로 찢어져 버리는 얇은 비닐이긴 하지만, 일단 엉거주춤 비옷으로 비를 가리고 쏟아지는 장대비를 맞으니 더위는 완전히 가시고 되레 상쾌하고 좋았다.
 
관광객을 태운 배들과는 달리 알록달록 화려한 색을 칠한 바구니 배 한 척이 시선을 끌었다. 뱃사공들이 노를 저어 그 배 주변으로 배를 몰아갔다. 여러 척의 배들이 모여들자 갑자기 그 배에서 노래 '내 나이가 어때서'가 흘러나온다.

그러자 화려한 배의 노꾼이 배를 양쪽으로 신나게 흔들며 거의 묘기에 가까운 기술을 선보인다. 자칫하면 배가 물에 빠질 듯 심하게 흔들면서 신나게 몸을 흔들어 춤을 춘다. 주변 바구니 배에 탄 이들은 다 한국 단체 관광객인 듯 신나게 한국가요를 따라 부르며 즐거워 했다. 우비로도 가려지지 않을 만큼 장대비가 쏟아졌지만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옷이 젖은들 무슨 상관이랴. 이곳은 여행지인 걸."
 
쏟아지는 폭우를 피하고 있는 배들 ⓒ 추미전
     
갑자기 쏟아진 스콜은 도무지 그칠 생각을 안한다. 실제 고기잡이를 하는 현지어부들을 보니 키 큰 야자수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장대비를 맞는 것조차 큰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주변 시선 신경 쓰지 않고 맘껏 자유를 즐기는 것이 여행의 또 하나의 즐거움이 아닐까?

막간의 춤 이외에도 전통 어부가 그물을 던져 고기를 잡는 모습을 시연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보여 주었다. 예고 없는 스콜 덕분에 더 즐거웠던 바구니 배 타기 체험을 마치고 호이안 올드 타운으로 향했다.
 
베트남 속 유럽, 호이안 올드 타운

호이안 투어를 신청한 이유는 바로 이 올드 타운 관광 때문이었다. 호이안은 16세기 이래 포르투갈을 비롯해 프랑스, 일본 등 세계적인 국가들과의 무역 거점으로 번성했던 도시다. 덕분에 지금도 동서양의 문화가 어우러졌던 도시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1999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노을 지기 시작하는 호이안 투본 강 일대 ⓒ 추미전
 
세계적인 무역도시의 영광이 과거만의 일은 아닌 듯, 올드 타운에 들어서자 이곳이 유럽인지 베트남인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많은 서양인들이 눈에 띈다. 실제 호이안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70%는 유럽 사람들이라는 게 가이드의 설명이었다.

물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반면 날씨도 좋고 유럽인들이 살기에 부족함이 없는 호이안은 서양인들이 한 달 살기로 가장 선호하는 지역이라고 한다. 유럽인들이 많이 머물다 보니 물건을 파는 상점이나 음식을 파는 식당도 점점 유럽인들의 기호를 맞춰가게 되고,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다낭 전체가 마치 유럽 같은 분위기를 풍기게 된 것이다.

물론 '짝퉁' 제품들을 파는 가게도 많지만 진짜 명품거리에는 이탈리아 가죽 제품이나 영국의 최고급 양복을 파는 가게들도 즐비했다. 실제 우리가 저녁 식사를 한 식당도 넓은 수영장이 갖춰져 있었는데, 수영을 즐기는 서양인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저녁이 되자 올드 타운의 거리 전체가 형형색색의 베트남 전통등들로 밝아졌다. 마치 별들이 올드 타운 전체에 내려앉은 듯 여행자의 감성을 더 돋우었다.
 
호이안 올드타운의 운치있는 골목 ⓒ 추미전

올드 타운의 가장 큰 매력은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오래된 골목길들. 백 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나지막한 집들이 늘어선 골목길은 그대로 영화의 한 장면 속으로 걸어 들어온 듯한 감성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바로 옆에는 폭이 좁고 정겨운 투본강이 흘러가고 세계 곳곳에서 온 관광객들이 골목 곳곳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거나 술을 마시고 있었다.
 
호이안 올드타운의 운치있는 골목 ⓒ 추미전
 
호이안 올드타운 거리 곳곳에 앉아있는 관광객들 ⓒ 추미전
 
세계 각지의 사람들을 거리에서 마주칠 수 있었다. 현실의 어느 한 도시 같지 않은 느낌, 새삼 이 오래된 도시 호이안이 전 세계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는 매력을 알 것 같았다.
 
투본강에서 소원등을 띄우고 다시 숙소로 향하는 승합차에 올랐다. 늦은 밤까지 호이안 카페에 앉아 여행의 낭만을 만끽하고 싶었지만 아쉬움을 남기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잠깐 본 호이안의 얼굴은 너무 매력적이어서 다시 베트남에 와야 할 이유를 남겼다. 다음 베트남 여행은 아예 '호이안'에 숙소를 잡고 며칠 머무르고 싶다.

열대의 나라로 떠난 여름 피서, 그러나 염려와 달리 베트남 다낭은 모든 것이 좋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저자의 개인 블로그 '바오밥 스토리 아카데미'에도 실립니다.

태그:#베트남 다낭, #베트남 여행의 매력, #다낭 여행명소, #세계문화유산 지구호이안, #베트남 가볼만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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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작가협회 회원, 방송작가, (주) 바오밥 대표, 바오밥 스토리 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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