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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비 1년동안 베란다 구석에서 먼지 쌓인 장비들을 꺼냈다
▲ 캠핑장비 1년동안 베란다 구석에서 먼지 쌓인 장비들을 꺼냈다
ⓒ 강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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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물폭탄 장마가 지나고 본격적인 여름 휴가 시즌이 돌아왔다. 벌써 4년 넘게 디지털 노마더의 삶을 살고 있는 나에겐 특별히 휴가가 있진 않다. 그래도 괜스레 남들이 휴가를 갈 시즌이 되면 일하기가 싫어진다. 남들 놀 때도 놀고 싶고 남들 일할 때도 놀고 싶다.

직장을 나와 자유로운 삶을 살기 시작하면서 1년에도 여러 번씩 여행을 다녔다. 멀든 가깝든 꼭 어디론가 여행을 다녀와야 하는 게 거의 의무감처럼 느껴질 정도로 열심히 다니려고 노력했다. 3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다른 친구들에 비해 죽어라 일만 하고 살아온 내 인생에 대한 나 스스로의 보상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어느덧 올해 팔순을 맞은 어머니와도 그동안 미뤄뒀던 시간을 함께 보내기 위해 매년 봄, 가을이면 함께 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올해는 아직 한번도 여행을 다녀오지 못했다. 지난해 가을 제주도 여행이 끝이었다.

2년간 동료들과 함께 운영하던 회사를 폐업하고 그간 쌓인 스트레스와 불필요한 인맥을 정리한답시며 지난 한해를 집에서 거의 히키코모리처럼 놀고 먹으며 보냈다. 그 덕에 모아놓은 돈을 모두 탕진 해버렸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나는 올해 다시 통장 잔고 채워넣기에 바빴다. 게다가 올해 새롭게 바뀐 노인 일자리 정책으로 인해 어머니의 근로일수도 늘어나 여행갈 일정을 잡기가 어렵기도 했다.

지난해까지는 하루에 3시간 정도 주에 이틀 일하러 다녀오시곤 하셨는데 올해부터는 하루에 6시간씩 주 3일을 출근 하셔야 한다고 하셨다. 매주 화,수,금 3일을 출근하시다보니 복잡한 주말 여행을 잘 가지 않는 어머니와 나에겐 평일 여행을 갈 수 있는 여유가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봄이 그냥 지나가고 7월이 됐다. 어느 날 어머니가 일 갔다오셔서 하시는 말씀이 '이번달은 25일까지만 출근하면 된다'였다. 어머니도 은근히 올해 여행을 함께 가지 못한 게 아쉬우셨는지 넌지시 쉬는 날이 생겼음을 내게 알려주셨다. 그 길로 바로 여행 계획을 세우긴 했지만 한창 휴가철이라 비행기도 숙소도 비싸기만 하고 예약하기 힘들었다.

멀리 여행가는 건 포기하고 작년에 다녀왔던 창원 달천공원 캠핑장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가까운 곳에 캠핑이라도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해서다. 주말과 휴가철에는 캠핑장 사이트도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인데 달천공원 캠핑장은 의외로 타 지역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남은 자리가 있었다.

베란다 구석에 처박아뒀던 캠핑장비들을 거의 1년 만에 꺼냈다. 쌓인 먼지들을 털어내고 차곡차곡 차에 실었다. 아이스박스에 미리 만들어준 카레와 밑반찬들도 챙겨 넣었다. 짧은 2박 3일 캠핑을 계획했기 때문에 먹거리는 많이 챙겨지 않았다. 캠핑을 갔어도 점심 때는 가까운곳에 구경하러 다니며 밥을 사먹기로 했다.

돈 딴 사람이 치킨 쏘기... 어머니와 즐기는 캠핑 게임
 
달천공원 캠핑장 휴가철이라 평일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캠핑을 즐기고 있다
▲ 달천공원 캠핑장 휴가철이라 평일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캠핑을 즐기고 있다
ⓒ 강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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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끝나간다고 하지만 날씨가 애매했다. 비는 온다고 했다가 안 온다고 했다가, 스마트폰 날씨 어플에는 계속해서 날씨 정보가 바뀌었다. 실제로 하늘은 언제 비가 와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흐리기도 했다. 하지만 다행히 캠핑장에 도착해서 텐트를 칠 때, 그리고 마지막날 짐 정리를 할 때 비가 오지 않았다. 캠핑의 비는 그럴 때만 안 오면 된다. 중간에 내리는 비는 괜찮다. 우중 캠핑도 의외로 운치가 있다.

날씨가 그래서인지 별로 덥지 않아 좋았다. 낮 시간 텐트 안에서도 선풍기 켜고 있으면 덥지 않았다. 캠핑 가면 어머니랑 할 수 있는게 그리 많진 않지만 우리는 텐트 안에서 동전 꺼내놓고 고스톱 치는 걸 좋아한다. 고스톱은 노인 치매예방에 좋다고 한다. 손을 자꾸 써야 두뇌 회전에 도움이 되고 치매가 예방된다고 어딘가에서 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캠핑 가면 꼭 고스톱을 친다.

고스톱을 몇 시간 동안 치고 나면 한 명이 몇천 원 정도 따는 걸로 마무리 된다. 내 차 재털이에 모아뒀던 동전들은 평소에 쓸 일이 전혀 없는데 이런 날 유용하게 쓰인다. 동전이 없으면 고스톱을 칠 수가 없는데 이럴 때 차 안에 모아둔 동전들은 하루 종일 고스톱 판을 돌아다닌다.

캠핑 가는 첫째날 점심을 가는 길에 사먹고 입실했다. 둘째날 점심도 나가서 사먹고 저녁은 근처 치킨집에서 치킨 시켜 먹었다. 셋째날은 아침 해먹고 나오려다가 비가 올 것 같아서 일찍 철수해 집에 오는 길에 또 사먹었다. 2박 3일 캠핑 동안 첫날 저녁과 둘째날 아침 딱 두 끼만 캠핑장에서 먹었다.

첫째날 저녁엔 창원 북면으로 일하러 온 사촌 형이 캠핑장에 와서 함께 숯불 피워 소고기를 구워 먹었다. 그리고 둘째날 아침은 집에서 미리 만들어온 카레를 코펠에 냄비밥 지어 비벼 먹고 간편하게 해결했다. 나의 캠핑은 누구와 함께 가는 가에 따라 여러 스타일로 나뉜다. 어머니와 함께 가면 이렇게 간편하게 일 거리 별로 만들지 않는 캠핑을 한다.
 
치킨 달천공원 캠핑장에는 치킨이 배달된다
▲ 치킨 달천공원 캠핑장에는 치킨이 배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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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달천공원 캠핑장에는 창원시에서 제공하는 공공 와이파이가 빵빵하게 터진다. 그 덕에 어머니가 집에서 저녁마다 챙겨보는 일일 연속극을 캠핑장에서도 볼 수 있다.

어머니와 여행을 가면 캠핑장에서든 호텔에서든 꼭 연속극을 챙겨본다. 어머니 모시고 여행할 때 내가 어머니께 꼭 해드리는 배려 중 하나다. 늦둥이 막내 아들과 함께 야외에 나와 함께 일일 연속극을 보고 있는 어머니를 옆에서 보면 아주 행복해보여서 나도 행복해진다.

이렇게 간단하지만 미뤄뒀던 어머니와의 올해 첫 여행을 무사히 다녀왔다. 비록 좋은 곳엔 가지 못했지만 이렇게나마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분명 의미가 있다. 그리고 이 추억은 나중에 계속 인생을 살아갈 나에게도 충분히 힘이 되어 줄 것이라 믿는다. 이제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는 또 어디로 떠날지 벌써부터 어머니와 나는 함께 종종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절대 상상할 수 없었던 어머니와 나의 현실. 이제는 이 현실에 익숙해져 하루 하루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나간다. 언제까지가 될진 모르지만 함께할 수 있는 그날까지, 조금이라도 더 많이 행복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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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콘텐츠 대표 문화기획과 콘텐츠 제작을 주로 하고 있는 롯데자이언츠의 팬이자 히어로 영화 매니아, 자유로운 여행자입니다. <언제나 너일께> <보태준거 있어?> '힙합' 싱글앨범 발매 <오늘 창업했습니다> <나는 고졸사원이다> <갑상선암 투병일기> 저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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