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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가 많은 날이다. 오전에는 작은 아이의 유치원 행사, 오후에는 큰아이의 피아노 발표회, 거기에 마지막 행사는 지난번부터 벼르고 있었던 코OOO 매장에 방문하는 거다. 여길 한번 가는 건 예삿일이 아니다. 맞벌이하는 부부라 단단히 벼르고서야 주말에만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에는 코OOO 매장이 하나뿐이라 갈 때마다 매장 입구 골목 어귀부터 차량이 즐비하다. 이미 주차장 내부도 혼잡하다. 어디 그뿐인가? 매장 안에는 사람 반, 카트 반이라 사람에 치이고 카트에 치인다.

대용량으로 묶여 저렴하게 판매하는 물건들을 보면 '어머! 이건 꼭 사야 해!'란 구매 욕구가 절로 튀어 오른다. 여기서 솟아난 구매 욕구를 잠재우기 위해 머릿속은 계산기가 된다. 가성비 운운하며 단위당 가격을 계산한다. 다시 한번 구매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살까?, 말까?'

마치 만화 속 한 장면처럼 내 머리 위에 천사와 악마가 서로 대결이라도 하듯 정신이 없다. 눈앞에 늘어선 현란한 상품에 안구는 물론 심리적으로도 많은 소모를 한다. 이곳을 한번 다녀오면 진이 빠지는 이유다.
 
어느새 우리 카트는 이미 매장 상품이 한가득 쌓여 바퀴조차 쉽게 굴러가지 않는다.
 어느새 우리 카트는 이미 매장 상품이 한가득 쌓여 바퀴조차 쉽게 굴러가지 않는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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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심리적인 소비뿐인가? 한번 다녀오면 몇십 만 원 단위씩 경제적인 소비도 크다. 넓은 매장을 둘러보느라 한두 시간은 훌쩍 지나가고 만다. 마치 개미지옥에 빠져 헤어나올 수 없는 곤충이 된 것 같다.

그 시간 속에서 어느새 우리 카트는 이미 매장 상품이 한가득 쌓여 바퀴조차 쉽게 굴러가지 않는다. 막상 계산대의 모니터 금액을 보면 다른 후회가 밀려온다.

'뭘 이렇게 많이 샀지?'

돈 주고 산 상품들을 박스에 포장하고 차에 싣는 과정 또한 쉽지 않다. 뒷좌석에 두 아들이 앉으면 그 사이 빈 곳에 꾸역꾸역 짐을 밀어 넣고 차에 겨우 올라탄다. 아직 관문은 더 남아있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다시 우리 집 현관까지 운반도 한몫한다.

마지막 종착역인 식탁 위에 물건을 내려놓으면, 이상하게도 이 순간만 되면 어떤 일말의 공허함을 느낀다. 이것들을 구입하기 위해 오늘 나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소요했으며, 얼마나 많은 비용을 지출했던가. 거기에다 얼마나 심각한 심리전을 벌였던가.

그런데 안타깝게도 막상 집에서 해 먹을거리는 없다. 시장에서 장을 본 1만 원어치 비용이랑 마트에 산 1만 원어치 비용을 비교하면 시장에서 산 음식 재료가 훨씬 효율적이다. 대용량 묶음으로 판매하지 않으니 딱 먹을 만큼만 구입할 수 있거니와 시장에서 사 온 먹거리가 훨씬 더 좋다.

그리하여 결단을 내렸다. 자주 오지도 않고 한번 방문도 쉽지 않아 큰 맘 먹고 오게 되던 이곳을 과감히 끊기로 했다. 한 달에 소비하는 일정 목표 금액을 세우면서 가장 먼저 실천한 일이 대형마트 출입 끊기였다.

그랬더니 회원권 회비도 아깝다. 그동안 이곳을 오고 갈 때 차 막히고 소비하는 시간도 만만치 않은 이곳을 뭣 하러 다녔을까 싶은 후회도 함께 밀려온다. 벼르던 회원권 탈퇴를 이제야 신청했다. 

돈, 체력, 시간. 이 3가지는 기본으로 챙겨야 대형마트라는 이 개미지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이미 체력부터 안 되는 나는 대형마트 출입을 포기하기로 한다. 요즘 모처럼 쉬는 주말, 벼르고 있던 밀린 숙제를 끝내서 홀가분하기만 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욕심많은워킹맘의 네이버 개인 블로그 (http://blog.naver.com/keeuyo) 및 브런치(https://brunch.co.kr/@keeuyo)에 중복 게재 되었습니다.


태그:#대형마트, #회원권, #경제, #개미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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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은 회계팀 과장, 부업은 글쓰기입니다. 일상을 세밀히 들여다보며 기록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취미로 시작한 글쓰기가 이제는 특기로 되고 싶은 욕심 많은 워킹맘입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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